박종훈 경남도교육감 당선자는 18일 “전국 최하위권인 경남 학생들의 학력 수준과 경남도교육청 청렴도를 모두 끌어올리겠다”며 관심과 격려를 당부했다. 박종훈 경남도교육감직 인수위원회 제공
인터뷰/ 박종훈 경남도교육감 당선자
보수성향 경남서 첫 진보 교육감
다양한 복지 공약 실천위해
예산 확보 주력…급식법 통과 노력
학교용지부담금 받으면 숨통 트여
교무행정사 배치에 강한 의욕
선생님들 행정 잡무 줄이고
학교 자치 최대한 보장할 것
시험, 학력 향상 최선의 수단 아냐
보수성향 경남서 첫 진보 교육감
다양한 복지 공약 실천위해
예산 확보 주력…급식법 통과 노력
학교용지부담금 받으면 숨통 트여
교무행정사 배치에 강한 의욕
선생님들 행정 잡무 줄이고
학교 자치 최대한 보장할 것
시험, 학력 향상 최선의 수단 아냐
“만약 재선에 성공해 8년간 교육감으로 봉사한다면 내가 꿈꾸는 올바른 경남 교육의 틀을 완성할 수 있을 것으로 생각합니다. 제 나이가 교원 정년과 비슷하게 되는 그때 ‘청빈한 교육자’의 모습으로 공직을 끝내고 싶습니다.”
박종훈(53·사진) 경남도교육감 당선자는 “경남도민들의 기대를 끝까지 저버리지 않는 깨끗한 교육감이 되겠다”고 각오를 다졌다. 보수 성향이 강한 경남에서 탄생한 첫 진보 교육감이라, 그는 도민들의 기대와 우려를 모두 받고 있다.
18일 오후 경남 창원시 사림동 경남도교육연구정보원에 마련된 교육감직 인수위원회 사무실에서 박 당선자를 만나 그가 구상하는 ‘새 교육행정’에 대해 들어봤다.
“현재 예산 구조로는 저의 많은 공약을 실천하는 것이 불가능합니다. 백지상태에서 기존 예산사업 모두를 재검토할 것이며, 전시성 행사는 과감히 포기할 겁니다.”
박 당선자는 초·중·고등학교 전면 무상급식 실시, 초·중학교 체육복 무상 지급, 중·고등학교 저소득층 입학생 교복 구입비 지원, 비정규직 처우 개선, 교사 잡무를 줄이기 위한 교무행정사 배치 등 다양한 교육복지 공약을 냈다. 당연히 엄청난 예산이 뒷받침돼야 한다. 이에 대해 그는 “무상급식 공약에 가장 많은 예산이 들어갈 텐데, 현재 두가지 방안을 생각하고 있다. 첫째는 학교급식법의 국회 통과를 위해 전국의 모든 교육감과 함께 노력하는 것이다. 이 법이 통과되면 급식비의 50%를 정부에서 지원받게 된다. 두번째는 경남도에서 지급을 미루고 있는 1000억원가량의 학교용지 부담금을 받는 것이다. 이것은 법정전입금이기 때문에 경남도가 주지 않고 버틴다고 될 문제가 아니다. 이것만 받으면 예산 운용에 숨통이 트일 것”이라고 말했다.
또 그는 “모든 공약 중에 꼭 하나만 실천할 수 있다면 ‘교무행정사 배치’를 선택하겠다”며 공문 작성 등 교사들의 잡무를 줄이기 위한 교무행정사 배치에 강한 의욕을 보였다. 그는 “현재 일선 학교 선생님들은 온갖 잡무를 처리하느라 정작 학생들과 수업에 집중하지 못하고 있다. 인건비가 부담되더라도 교무행정사를 채용해 선생님들의 잡무를 줄여줄 것이다. 학교는 교육기관이지 하부 행정기관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그는 “일선 학교와 선생님들에게 자율과 책임을 부여하는 학교 자치도 매우 중요하다. 법이 허용하는 범위에서 최대한 학교 자치를 보장할 것이며, 선생님들의 바람막이와 방패가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몇년째 전국 최하위권을 맴돌고 있는 경남지역 학생들의 학력 수준을 끌어올리는 것은 그가 풀어야 할 중요한 과제다. 그럼에도 그는 올해부터 다시 시행할 예정인 고입 선발고사의 폐지를 공약했다. 그는 “시험과 자율학습이 학력 향상을 위한 최선의 수단이라 보지 않는다”고 잘라 말했다. 그는 “초등학교를 중심으로 도서관 활용 수업을 적극 권장할 생각이다. 도서관의 문헌·영상·전산 자료를 활용한 자기주도적 학습법으로, 팀별 수업이 필수적이기 때문에 서로 협력하는 것도 배우게 된다. 학업 성취도가 기존 방식에 견줘 월등히 향상되는 것이 실험을 통해 확인됐다”고 말했다. 또 그는 “실력 있는 선생님들을 교육연구정보원에 배치해 좋은 교재를 개발하는 등 교육연구정보원과 경남도내 24개 공공도서관을 수업 혁신의 서버와 터미널로 활용하겠다. 선생님들에게 스웨덴, 핀란드 등의 선진교육을 보고 배울 기회도 가능한 한 많이 제공하겠다”고 덧붙였다.
역시 전국 최하위권인 경남도교육청의 청렴도에 대해선 “과감한 인적 쇄신과 불합리한 관행의 탈피가 불가피하다. 일벌백계의 단호한 조처도 필요하다. 그러나 무엇보다 교육감이 모범을 보여야 한다”며 대규모 인사 개편을 예고했다.
전교조는 박 당선자에게 든든한 버팀목이면서 동시에 공격의 빌미도 제공한다. 그는 “전교조는 출범 당시 촌지와 부교재 채택료 거부 등을 선언하며 신선한 바람을 일으켰다. 하지만 당시의 신선함은 이제 ‘약발’이 다했다. 그러나 지금도 전교조는 교육계에서 소금의 역할을 분명히 하고 있다. 다만 우리 사회의 변화에 더 발빠르게 대응하며, 학부모와 국민의 요구 수준에 맞추는 노력이 필요하다”며 전교조에 강한 애착을 보이면서 동시에 혁신을 주문했다.
최상원 기자 csw@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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