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보들 쳇바퀴 공방전
표준점수 3년간 ‘부동 2위’
표준점수 3년간 ‘부동 2위’
“진보교육감 때 학생들의 실력이 떨어졌습니까?”
6·4 지방선거가 임박한 29일 광주 사립고의 현직 교사인 ㄱ씨에게 전화를 걸었다. 광주시교육감 선거 토론마다 쟁점으로 불거지는 실력 공방에 대한 의견을 묻기 위해서였다. 그는 15년 동안 고교 3학년을 가르쳤고, 그중 6년은 고3 담임을 맡아 현장감각이 있을 것이라고 여겼다. 그는 실력이라는 추상적인 표현 대신에 성적이라는 구체적인 단어를 써 답변했다.
“대입 성적이 별로 떨어진 것 같지 않다. 광주지역의 서울대 합격생 수가 100명대에서 90명대로 떨어졌지만, 자사고·특목고 등지로 우수 학생이 빠져나간 상황을 고려하면 비슷하다.” 그는 ‘실력 공방’이 학교 현장보다 학교 바깥에서 뜨거워지는 것도 의아스럽다는 반응이었다. “일부 사립에서 보충·자율학습 시키려는데 교육청이 못하게 하니까 반발하는 과정에서 ‘진보=실력 저하’라는 도식이 만들어진 듯하다.”
광주시교육감 선거에서 막판까지 다람쥐 챗바퀴 돌듯 실력공방 논란 구도가 이어지고 있다. 양형일 후보는 “실력 광주는 옛말이 됐다. 광주가 2위를 유지하고 있으나 1위와의 격차가 갈수록 커지고 있다”고 공세를 폈다. 윤봉근 후보는 “실력 광주, 명예 회복”, 김영수 후보는 “떨어진 학력을 확 끌어올리겠다”는 문구를 각각 홍보물에 넣어 반사이익을 노렸다. 현직인 장휘국 후보는 “광주가 교육 여건도 교육 실력도 전국 1위”라면서도 논란을 시원스레 정리하지 못하고 끌려왔다.
하지만 연도별 비교가 가능한 대입수능시험의 표준점수 자료를 보면, 광주의 순위는 진보체제 전후인 2010학년도(2009년 시행)와 2013학년도(2012년 시행) 간에 차이가 없다. 표준점수 전체 평균과 언어·수리가·수리나·외국어 등 영역별 점수가 두루 16개 시도 중 2위를 기록했다. 3년 동안 한 계단의 변화도 없었다. 부동의 1위는 인문계고 진학이 ‘바늘구멍’인 제주가 차지하고 있다. 일부에선 광주의 순위가 2위로 같지만 표준점수는 104점대에서 102점대로 떨어졌다고 문제를 제기한다. 교육감 선거의 성패를 가늠할 쟁점인 ‘실력 추락’의 근거가 미약해 보인다.
한국교육과정평가원은 2013학년도 수능 분석 자료에서 “모든 영역의 표준점수 평균이 상대적으로 높은 지역은 제주와 광주”라고 밝혔다. 이는 2010학년도 자료를 통해 “모든 영역에서 1·2등급 비율이 높은 지역은 제주, 서울, 광주”라고 했던 평가가 여전히 유효함을 보여준다. 평가원의 한 관계자는 “광주의 수능 성적이 다른 지역에 비해 앞서간다는 것은 객관적인 결과이다. 외부에서는 부러워하고 있는데 내부에서는 왜 논란을 벌이느냐?”라고 반문했다. 그는 “수능은 해마다 다른 집단이 다른 시험을 치르는 만큼 특정 해의 표준점수가 1~2점 떨어졌다고 실력이 낮아졌다고 보기 어렵다”고 말했다.
안관옥 기자 okah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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