왼쪽부터 오경훈, 김수영
6·4 지방선거 화제의 승부 서울 양천구
새정치민주연합의 서울 양천구청장 후보로 김수영 숭실대 겸임교수가 선출되면서 양천구가 화제의 선거구로 떠오르고 있다. 김 후보와 경쟁자인 새누리당 오경훈 후보가 한 사람을 사이에 두고 묘한 인연이 있기 때문이다.
두 후보의 인연은 지난해 공직선거법 위반으로 물러난 추재엽 전 구청장을 빼고는 말하기 힘들다. 세 차례나 양천구청장을 지냈던 추 전 구청장의 ‘영욕의 세월’은 선거를 둘러싸고 두 후보와 얽혀 있다.
오 후보는 2006년 한나라당(현 새누리당) 양천을 당협위원장 시절, 당시 재선을 노리던 추 전 구청장과 정면충돌했다. 추 전 구청장이 공천에서 탈락하자 이에 반발해 당원 2000여명과 함께 탈당을 하게 된 게 계기였다.
오 후보는 당시 양천갑 당협위원장이었던 원희룡 전 의원과 함께 기자간담회를 열어 “추 구청장이 지역 기업인들을 협박해 여러 차례 거액의 금품을 뜯어갔다”고 폭로했고, 서로 법정 다툼으로 이어졌다. 이런 소동 이후 한나라당이 공천한 이훈구 후보가 구청장에 당선됐지만 곧바로 선거법 위반 혐의가 드러나며 물러났고, 결국 추 전 구청장이 양천구에 재입성하게 됐다. 오 후보로서는 2006년의 설욕전이란 의미도 있는 셈이다.
김 후보는 2010년 당선됐던 이제학 전 구청장의 부인이라는 점에서 추 전 구청장과 연결된다. 그러나 이 전 구청장은 선거 과정에서 경쟁자였던 추 전 구청장에 대해 ‘보안사 근무 시절 간첩 자백을 받으려 고문했다’고 말한 게 문제가 돼 허위사실 공표 혐의로 구청장직에서 물러나게 됐다. 이 빈자리를 추 전 구청장이 다시 차지하며 3선을 하게 된다. 김 후보는 남편 대신 민주당 후보로 나와 한나라당 후보였던 추 전 구청장과 맞붙었지만 분패했다.
하지만 지난해 4월 이 전 구청장의 주장이 뒤늦게 사실로 밝혀지며 추 전 구청장은 다시 옷을 벗게 됐다. 김 후보 입장에서는 ‘억울하게’ 구청장직을 그만둬야 했던 남편을 대신해 ‘두번째 설욕전’에 나선다는 의미도 있는 것이다.
오 후보와 김 후보는 각각 서울대 총학생회장과 이화여대 총학생회장을 했다는 공통점도 있다. 2002년 이후 두번이나 재보궐선거가 이뤄져 구청장이 무려 5차례나 바뀐 양천구청장에 누가 당선될지 관심이 집중된다.
음성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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