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동 의제 확정뒤 방법 논의’ 제안
부산의 시민사회단체 대표들이 김영춘 새정치민주연합 부산시장 예비후보와 오거돈 무소속 부산시장 예비후보의 단일화를 중재하고 나섰다. 단일화 추진에 합의하고도 3시간여 만에 무산된 것에 대한 책임 공방이 길어지면, 단일화를 하더라도 야권에 대한 불신만 키우는 상처뿐인 단일화가 될 우려가 크다고 보기 때문이다.
부산의 시민사회단체 대표와 핵심 활동가 등 32명이 꾸린 ‘2014 지방선거, 부산을 바꾸는 범시민 후보 단일화를 위한 부산시민연대’(부산시민연대)는 14일 오전 부산시의회 브리핑실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부산시장 야권 후보의 단일화는 미룰 수 없는 역사적 소명이다. 진정성 있는 협상 재개를 위해 김영춘·오거돈 예비후보 쪽과 부산시민연대가 함께 만나자”고 촉구했다.
부산시민연대는 3자 만남이 성사됐을 때의 협상 방법도 제시했다. 먼저 양쪽의 협상팀 2~3명이 나와 부산의 개혁 의제들을 제시하고, 협의를 통해 부산을 바꿀 공동 개혁 의제를 확정한 뒤, 단일화 방법과 시기를 논의하자고 제안했다. 13일 오 예비후보와 단일화를 추진하겠다고 밝혔다가 3시간여 만에 단일화를 추진하지 않겠다고 입장을 번복한 김 예비후보 쪽에 힘을 실어준 것이다.
앞서 김 예비후보는 13일 오후 3~5시 부산 해운대구 우동 벡스코에서 정치·경제·행정·복지·안전 등 4개 분야의 개혁 방안을 두고 오 예비후보와 토론을 벌인 뒤 저녁 7시께 “오 예비후보와 단일화를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3시간 만에 이를 뒤집었다. “먼저 공동 개혁 의제를 논의하고 단일화 방안은 뒤이어 하자”는 김 예비후보의 제안을 오 예비후보 쪽이 “오늘 밤이라도 한꺼번에 제반 문제를 일괄 타결하자”고 제안한 것에 발끈한 것이다.
부산시민연대는 “순차적으로 단일화 논의를 하자”는 김 예비후보 쪽과 “한꺼번에 논의하자”는 오 예비후보 쪽의 주장이 큰 틀에서는 다르지 않다고 보고 있다. 양쪽의 실무진이 꾸려지면 협의 순서가 다를 뿐 어차피 공동 개혁 의제와 단일화 방안을 다뤄야 하기 때문이다.
두 예비후보 쪽이 부산시민연대의 제안을 받아들이면 단일화 협상이 급물살을 탈 것으로 예상된다. 거꾸로 부산시민연대의 제안을 어느 한쪽이 거부하면 15~16일 선거관리위원회에 후보로 등록하기 전에 단일화는 힘들 수 있다.
지역 정치권의 한 인사는 “야권이 단일화를 하지 않아 본선에서 여당 후보가 당선되면 야권 주자 모두 정치 생명에 치명상을 입을 수 있다. 또 밀고 당기기를 하더라도 아름다운 단일화를 이루지 못하면 본선에서 승리를 장담할 수 없다”고 말했다.
김광수 기자 kskim@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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