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영희(46)씨
6·4 지방선거 이색 후보 충남도의원 출마 정영희씨
‘엄마가 나섰다!’
6·4 지방선거 충남도의원 녹색당 후보로 출마한 농민 정영희(46·사진)씨. 그의 선거 홍보물에 적힌 ‘엄마’는 세상의 모든 엄마이자 생명을 보듬고 살피는 모성을 가리킨다. 지난 2월21일 예비후보로 등록한 그는 홍성군 제1선거구(홍성읍, 홍북·금마·구항·갈산면)를 누비며 녹색당을 알리고 있다.
정 후보는 귀농·귀촌 초창기라고 할 수 있는 2007년 1월 남편, 두 아들과 함께 경기도 성남시에서 홍성군으로 옮겨왔다. 12일 홍성군의 한 식당에서 만난 그는 차분하게 말했다. “많이 벌어서 많이 쓰고 늘 바빠야만 하는 도시 생활이 싫었어요. 조금 벌어서 조금 쓰고, 대신 시간을 벌기로 마음먹었지요.” 그동안 그는 농약·화학비료를 피하고, 작물을 심은 뒤 흙의 건조·침식, 잡초 발생을 막으려고 비닐을 덮는 작업(멀칭)도 하지 않으면서 농사를 지었다. 농사가 귀하고 쓸모 있으며 즐거운 일이라는 생각으로 지내던 2011년 3월 일본 후쿠시마에서 핵발전소 폭발사고가 터졌다. 방사능에 오염된 일본산 수산물이 수입되고 그중 일부가 학교 급식에도 쓰이는 현실을 막을 수 있는 사람이나 법이 없다는 사실에 그는 충격을 받았다고 한다. “공기·물·땅처럼 근원적인 것이 망가지면 삶을 일구는 모든 수고가 헛된 게 되고 말잖아요.” 정 후보를 녹색당으로 자연스레 이끈 깨달음이다.
2012년 3월 창당한 녹색당은 지방선거 사상 처음으로 후보자를 냈다. 전국적으로 기초단체장 1명, 광역의원 3명, 기초의원 8명이 예비후보로 등록했다. 이 가운데 충남녹색당은 정 후보를 포함해 광역의원 2명, 기초의원 1명이 나섰다.
정 후보는 유권자들에게 약속한 공약 18가지 가운데 도의원에 당선되면 안전한 먹거리를 위해 ‘방사능 걱정 없는 급식 조례’를 가장 먼저 만들고 싶다고 했다. 또 학교폭력을 지금까지와는 다르게 평화로운 방식으로 해결하고 싶다는 포부도 밝혔다. 마을마다 도서관을 만들고 평화로운 학교 만들기 실천 선언을 하며 지역 어린이·청소년들이 제집처럼 드나들 수 있는 지역아동센터와 청소년쉼터(문화의 집)를 더 늘려야 한다고도 했다.
성격이 내성적이어서 낯선 사람들 앞에 나서는 선거운동 자체가 처음에는 힘들었다는 정 후보는 ‘이야기하는 선거운동’을 하고 있다. 주민들에게 명함 건네고 인사하는 것뿐 아니라 녹색당의 가치를 알리는 것도 중요하기 때문이다. “사람들을 소개받아서 서로 이야기하며 공감하고, 그들을 통해서 또다른 사람들을 소개받고 해요.”
여객선 세월호 참사로 2주 동안 선거운동을 중단했다가 이날부터 다시 거리로 나선 그는 주민들에게 이 말을 꼭 전하고 싶다고 했다. “돈보다 생명에 투표를 해주세요.” 정 후보의 상대는 도의원(8대)을 지낸 새누리당 오배근(59) 후보다. 전진식 기자 seek16@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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