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수-진보단체 맞불집회
인권단체 “마녀사냥 판결”
인권단체 “마녀사냥 판결”
이석기 의원 등에게 내란음모 혐의로 중형이 선고된 17일 수원지법 110호 법정에서 이 의원은 무겁고 굳은 표정을 감추지 못했다. 일부 변호인은 눈물을 훔쳤고, 흐느끼던 일부 방청객은 “정치판사”, “물러가라 법원”이라고 소리치기도 했다. 선고 직후 법정을 나서던 이 의원 등은 방청석 지지자들에게 웃으며 손을 흔들기도 했다.
법정을 나선 김칠준 변호인단장은 “참담하다”며 당혹감에 떨리는 목소리로 입을 뗐다. 김 단장은 “재판부가 우리 사회 인권과 민주주의를 지키는 최후의 보루라고 생각했는데 어찌 된 영문인지 모르겠다. 이 사건의 진실이 밝혀지는 데 더 많은 시간이 필요하게 됐다”며 한숨을 내쉬었다. 그는 “오로지 추측과 추정에 의한 재판이다. 더욱 냉정하고 차분하게 항소심을 준비하겠다”며 자리를 떴다. 오종렬 한국진보연대 상임대표는 “존재하지도 않는 대남혁명론을 재판부가 인정했다. 자주적·민주적 정부를 만들려고 하면 내란음모라는 죄를 뒤집어쓰는 나라가 됐다”고 비판했다.
이날 법원 밖은 희비가 엇갈리며 팽팽한 긴장 속에 놓였다. 특전사전우회 등 보수단체 회원 400여명은 오전부터 ‘이석기 사형’ 등을 외치며 법원 앞 인도에서 집회를 열었으며, 선고 내용을 전해듣고는 박수를 치며 환호했다.
도로 건너편에 있던 통합진보당원과 진보단체 회원 300여명은 “국정원의 조직적 대선개입 사실에 물타기를 하기 위한 국면전환용에 불과하다”고 비난했다. 경찰은 12개 중대 1200여명을 배치해 양쪽의 충돌에 대비했으나 별다른 불상사는 없었다.
민주화실천가족운동협의회, 천주교·원불교 인권위원회 등 18개 인권단체는 긴급성명을 내어 “생각과 의견이 다르다는 이유로 감시와 체포, 구금을 당하는 어처구니없는 역사가 반복될 것이다. 국정원에 마녀사냥의 빌미를 제공한 것이며, 민주주의를 전체주의와 혐오에 내주는 판결이다”라고 비판했다.
수원/김기성 홍용덕 기자 player009@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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