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12 합정동 모임’ 참석자들인 통합진보당 경기도당 김홍렬 위원장(왼쪽)과 김근래 부위원장이 30일 오후 국회 정론관에서 반박 기자회견을 마친 뒤 기자들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이정우 선임기자 woo@hani.co.kr
녹취록 어떻게 작성했나
국정원, 영상파일 확보했다면 협력자가 촬영해 건넸을 수도
수원지법 “감청영장 여러차례 신청 ·연장, 올해도 허가해줘”
국정원, 영상파일 확보했다면 협력자가 촬영해 건넸을 수도
수원지법 “감청영장 여러차례 신청 ·연장, 올해도 허가해줘”
이석기 통합진보당 의원에게 내란음모 등의 혐의를 적용한 근거로 국가정보원이 작성한 것으로 추정되는 녹취록이 보도되면서 이 녹취록 작성 경위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녹취록은 통합진보당이 올해 5월12일 서울 마포구 종교시설에서 연 행사에서 강연을 한 이석기 의원 등 참석자들의 발언을 정리한 것으로 알려졌다. 국정원은 녹취록 존재 여부도 확인하기를 거부했지만, 녹취록 내용과 형식 등으로 미뤄 몇 가지 추론이 가능하다.
일단 행사에 참석한 사람으로부터 녹음·녹화기록을 국정원이 건네받았을 가능성이 꼽힌다. 녹취록에는 음성파일 ‘MP3’와 음성·영상 파일인 ‘MP4’에서 녹취했다고 적시된 것으로 알려져, 국정원이 동영상도 확보했을 것이란 추정이 나온다. 국정원이 영상까지 확보했다면 모임에 참석한 ‘국정원 협력자’가 녹음하고 촬영한 것이라고 추측할 수 있다.
현행 통신비밀보호법 3조에는 공개되지 않는 타인간의 대화를 녹음하거나 청취할 경우 재판에서 증거로 사용할 수 없다. 협력자의 비밀 녹취 등이 드러날 경우 녹취록의 증거 효력을 두고 법적 논란도 예상된다.
법원에서 발부받은 ‘감청영장’을 근거로 국정원이 직접 감청했을 수 있다. 국정원은 국가보안법 사건을 수사할 때 감청영장을 발부받아 수사 대상자들의 유·무선전화 통화나 전자우편 등을 감청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수원지법 관계자는 30일 “국정원이 감청영장을 신청해 법원이 발부해준 것은 2011년부터는 확실하다. 국정원은 감청영장을 여러 차례 새로 신청하거나 연장했고, 올해에도 감청영장을 신청해 허가해준 적이 있다”고 말했다. 구속영장이 청구된 홍순석(50) 진보당 경기도당 부위원장 등 3명의 체포영장을 보면, 국정원은 2008년부터 지난 5월까지 진보당 관계자들을 밀착 감시해온 것으로 보인다.
통신비밀보호법은 7조에서 국가안보 사건은 정보기관의 장이 4개월간 감청을, 6조에서 내란죄 등 형법상 범죄는 2개월간 감청 등의 통신 제한을 할 수 있다고 규정돼 있다. 국가안보 사건의 감청영장은 고등법원 부장판사가, 형법상 범죄는 지방법원 영장전담 판사가 발부한다. 수원지법 관계자는 “영장전담 판사가 감청영장을 허가한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따라서 국정원은 애초부터 ‘내란’이나 ‘내란음모’ 혐의를 염두에 두고 감청영장을 신청한 것으로 보인다.
사정당국 관계자는 “국정원이 감청영장을 받은 뒤 감청시설을 설치한 것으로 보인다. 국정원의 능력이라면 전화 통화만 감청하는 것은 아니다. 별도의 감청시설을 설치해서 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횟수·기간 제한이 없는 무제한적 감청에 대해 2010년 헌법재판소가 헌법 불합치 결정을 내렸지만, 아직 법령이 개정되지 않아 국정원의 감청 연장을 불법으로 보기는 어렵다는 해석이 나온다.
통합진보당은 ‘녹취록이 조작된 것이고, 논란이 된 5월12일 모임도 지하혁명조직이라는 ‘RO’ 산악회의 비밀회합이 아니라 진보당 경기도당 행사’라고 주장했다. 홍성규 진보당 대변인은 브리핑에서 “녹취록은 일부 참가자들의 발언의 취지가 날조 수준으로 심각하게 왜곡됐다. (5월12일 행사는)김홍렬 경기도당 위원장이 소집한 당원 모임이고, 이석기 의원을 강사로 초빙해 정세 강연을 듣는 자리였다”며 국정원에 녹취록 입수 경위를 밝히라고 요구했다.
이번 녹취록 언론 보도와 관련해 사정당국의 다른 관계자는 “국정원이 탄탄히 준비해온 거라 봐야 한다”고 한 반면, 또다른 관계자는 “국정원이 녹취록을 언론에 흘리는 것은 자신감이 없다는 반증이 아닌가 한다”고 엇갈린 해석을 내놨다.
수원/홍용덕 김효실 기자, 김원철 기자 ydhon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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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란음모혐의로 사전구속영장이 청구된 이석기 통합진보당 의원이 지난 30일 저녁 국회 의원회관 자신의 사무실 앞에서 국정원이 내란음모혐의의 증거로 공개한 아르오모임 녹취록에 기록된 자신의 발언을 부인하는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이정우 선임기자 woo@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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