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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고털이ㆍ성폭행 경찰들 주변, 의문의 죽음들…

등록 2013-01-16 19:53수정 2013-01-17 11:53

전남 여수 금고털이 사건 연루자 김아무개(45) 전 경사가 지난달 8일 저녁 삼일동 우체국 범행 장소로 가기 위해 엘리베이터 안에서 자전거를 옮기고 있다.  뉴스1
전남 여수 금고털이 사건 연루자 김아무개(45) 전 경사가 지난달 8일 저녁 삼일동 우체국 범행 장소로 가기 위해 엘리베이터 안에서 자전거를 옮기고 있다. 뉴스1
여수 ‘투캅스’와 연관됐던 사람들이 사라졌다
뉴스쏙|금고털이 사건뒤 들춰지는 미제 사건

영화 <투캅스>(1993)는 고참 비리 경찰관의 이야기를 다룬 코믹물로 인기를 모았다. 요즘 전남 여수에선 지난달 일어난 우체국 금고털이 사건을 계기로 두 경찰관이 연루된 의혹을 받고 있는 각종 미스터리 사건들이 회자되고 있다. 신참 형사가 의로움이 넘쳤던 영화와 달리, 여수의 투캅스 중 한명은 친구가 금고를 털 때 망을 봤고, 다른 한명은 여성 참고인을 협박해 성폭행한 혐의 등으로 둘 다 구속됐다. 여수에선 이들 경찰관과 직간접적으로 알고 지냈던 이들(사건 당시 계급과 직함) 가운데 1명이 실종되고, 1명은 실족사, 1명은 자살한 것을 두고도 각종 의혹이 끊이지 않고 있다.

■ 금고털이 김 경사…오락실 여사장 실종에 개입? 의혹의 중심에 우체국 금고털이 주범 박아무개(45·구속)씨와 공범인 김아무개(45·구속) 경사가 있다. 이들은 지난달 8일 밤 우체국 금고를 산소절단기로 뚫고 현금 5213만원을 훔친 혐의로 구속됐다. 2004~2008년 여수에서 발생한 금고·금은방 도난 사건은 모두 7건으로, 피해액은 1억5000만원에 이른다.

전남지방경찰청 광역수사대는 김 경사와 박씨가 다른 범죄도 저질렀을 것으로 보고 수사중이다. 이들은 2005년 6월 여수시 미평동 은행 현금지급기를 비슷한 수법으로 털어 현금 879만원을 훔쳤다고 자백했다. 경찰은 2008년 학동 금은방에서 벽을 뚫고 들어가 6500만원어치 귀금속을 훔쳐간 사건이 이들의 범행 수법과 비슷한 점에 주목하고 있다.

※클릭하면 큰 그림을 볼 수 있습니다

김 경사는 2002~07년, 2009~11년 여수경찰서 형사과에서 근무했다. 박씨는 장례식장에서 주검에 염을 하는 등 다양한 직업을 거쳤다. 이들은 15년 전 만나 친구로 지냈다.

김 경사는 2011년 3월 황아무개(45·여)씨 실종에 연루됐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황씨의 오빠(49·울산)는 <한겨레>와의 통화에서 “동생은 김 경사를 만나러 간다고 나간 뒤 행방불명됐다”고 말했다. 전남경찰청은 여수 성인오락실 ‘바지사장’(이름만 대표로 등재된 사람)이었던 황씨가 김 경사에게 뇌물을 건넸다는 참고인 진술 등을 확보했다. 경찰은 “게임산업진흥법 위반 혐의로 지명수배 상태이던 황씨가 검찰 조사를 받게 될 경우 누군가 불안할 수 있었던 상황이었다”고 말했다. 김 경사는 지난해 6월 다른 성인오락실 업주한테서 금품을 받은 의혹이 일면서 파출소로 전출된 ‘요주의’ 경찰관이었다.

황씨는 “동생이 나간 사흘 뒤 ‘당분간 연락하지 말자’는 문자메시지를 보내온 것도 이상하다. 평소 문자메시지를 잘 안 보냈다. 당시 검찰에도 ‘지명수배된 동생을 검거라도 해달라’고 사정했지만, 수사 대상에 이름이 없다는 이유로 들어주지 않았다”며 동생의 실종 경위에 의심을 던지고 있다.

투캅스1 금고털이 김 경사
오락실 여주인 실종사건에 연루
실종전 마지막 만난 인물로 추정
금고·금은방 사건도 주도 의혹

투캅스2 불법사채·성폭행 박 경위
수십억대 자산가로 작년 구속
‘폐기물업체서 횡령 공모’ 주장도
사건 뒤 1명 자살·1명 실족사

투캅스 도우미 금고털이 박씨
김 경사 친구·박 경위 정보원 의혹
폐기물업체 이사 총기위협 주장
도박 경위-김 경사-박씨 연관 가능성



■ 성폭행 박 경위는 ‘한 수 위’? 금고털이 주범 박씨는 여수경찰서 형사과에 근무하던 박아무개(46·구속) 경위의 정보원이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전남경찰청 관계자는 “박 경위가 김 경사와 박씨의 약점을 잡고서 수족처럼 부렸을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박 경위는 지난해 7월 불법 사채업으로 이자 4000여만원을 뜯어낸 혐의로 구속됐으며, 2008년 학생 추락 사건의 참고인으로 수사하던 여성(41)을 성폭행한 혐의가 드러나 추가로 기소됐다.

이 사건 이전까지 박 경위는 ‘유능한’ 경찰관으로 소문났다. 1992년 경찰에 입문해 대부분을 여수경찰서 형사과에서 근무했고 2008년 보험사기 사건을 대거 해결해 경위로 특진했다. 2009년 전남경찰청으로 옮긴 그는 수십억대 자산가로 알려지며 동료들에게 밥과 술을 잘 사는 경찰관으로 통했다.

그가 근무했던 전남경찰청 지능범죄수사대는 여수국가산단의 하도급 비리와 관련해 업체를 압수수색하면서 검사장에게 거액이 전달됐다는 쪽지를 발견했고, 그 검사장은 사표를 냈다. 박 경위는 ‘검사장 옷을 벗긴 형사’라는 별칭을 얻기도 했다.

하지만 박 경위가 투자한 사채업자 최아무개(41·구속)씨가 검거되면서 범죄 행각이 서서히 드러났다. 경찰은 학생 추락사 사건 참고인이 수차례 돈을 입금한 것을 수상히 여겨 수사하던 중 성폭행 사건의 실체를 밝혀냈다.

박 경위에겐 최근 수십억원 횡령 의혹이 다시 제기됐다. 여수 폐기물처리업체인 공단환경산업 사주인 김아무개(51·여) 이사가 지난해 8월 박 경위 등 2명의 수사를 요구하는 진정을 경찰에 냈다. 또 한 사람은 공단환경산업 경리였던 박아무개(49·여) 차장이다. 둘이서 짜고 회삿돈 30억원을 빼돌렸다고 주장하고 있다.

김 이사가 회삿돈 횡령 혐의로 박 차장을 고소하자, 박 경위가 박 차장과 공모해 되레 자신을 횡령 혐의로 수사해 구속시켰다는 것이다. 김 이사는 4년6개월을 복역하고 출소한 뒤, 박 경위가 구속되자 재수사를 요구하고 나섰다.

박 경위는 김 이사에게 금고털이 주범 박씨를 운전사 겸 경호원으로 소개했다. 그런데 김 이사가 박 경위의 회사 횡령 공모 의혹을 제기하던 2007년 5월 “박씨가 권총을 꺼내들며 ‘여기서 멈추라’고 협박했다”고 김 이사는 주장했다. 박씨는 당시 이를 부인했다.

현직 경찰관의 금고털이 사건이 터진 여수경찰서는 최근 김 이사가 제기한 박 경위의 횡령 의혹을 재수사하기 시작했다. 그러나 2007년 이 사건을 수사했던 검찰은 박 경위와 박 차장의 계좌를 추적하려고 경찰이 신청한 압수수색영장을 기각해 뒷말을 낳고 있다.

박 차장은 <한겨레>와의 통화에서 “회삿돈을 횡령한 사실이 없다. 김 이사의 거짓 주장에 경찰과 검찰, 언론이 속고 있다. 제주에서 월세방에 살다가 건설회사를 운영해 기반을 잡았다”고 말했다. 박 경위의 변호인은 “횡령한 사실이 없어 떳떳하다고 하더라. 금고털이범 박씨와도 별로 친한 사이가 아니었다고 한다”고 말했다.

■ 주변에선 의문의 실종·실족사·자살 두 경찰관 주변 사람들의 죽음·실종을 두고 의혹이 꼬리를 물고 있다. 공단환경산업 횡령 사건이 불거지기 전인 2006년 9월 박 차장의 동거남인 양아무개(당시 51살)씨가 여수 신항에서 익사체로 발견됐다. 양씨의 부인(57)은 죽음 경위에 의혹을 제기했다. 그런데 박 경위는 해양경찰이 관할하는 사건인데도 양씨의 부인을 파출소로 불러 조사했다. 박 차장은 해경 조사에서 “양씨가 몸집이 커 살해됐을 가능성은 없다. 술 때문에 실족사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여수해양경찰서는 양씨가 술에 취해 실족사한 것으로 결론지었다. 양씨 부인은 최근 <한겨레>와의 통화에서 “아직도 남편 죽음이 의문스럽다. 경찰에 재조사를 요구하겠다”고 말했다.

그런데 양씨 사망 3개월 전 양씨 이름으로 가입된 사망 보험금 2억원의 수령자는 부인이 아니라 박 차장이었다. 부인은 보험 가입 사실도 몰랐다고 했다. 경찰은 보험금 가운데 1억원이 박 경위의 계좌로 들어갔다는 의혹을 조사중이다. 박 경위는 2007년 5월 한밤중에 박 차장의 아파트에 함께 있다가 품위 손상 등으로 파출소로 전보됐다. 박 경위의 변호인은 “박 차장한테서 보험금 1억원을 받은 사실도 없다고 한다”고 전했다.

2007년 11월 김 이사의 재판에 증인으로 출석할 예정이던 공단환경산업 박아무개(당시 60살) 이사가 사무실에서 목을 맨 채로 발견된 죽음에도 의문이 남아 있다. 그는 회삿돈 횡령을 둘러싼 진실을 가장 잘 아는 인물이었고, 수첩에 ‘진실은 밝혀질 것이다’라는 메모를 남겨 구구한 해석을 낳았다. 특히 박 이사가 변사체로 발견되기 전날 이 회사 폐회로텔레비전(CCTV)이 작동되지 않았다는 주장도 나와 의혹도 더하고 있다.

현직 경찰관이 낀 우체국 금고털이 사건을 계기로 여수의 각종 미스터리 사건들이 다시 수면 위로 떠올랐다. 두 경찰관과 주변 인물들이 얽히고설킨 가운데 실체적 진실이 온전히 드러날지 주목된다.

여수/정대하 기자 daeha@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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