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남 여수 금고털이 사건 연루자 김아무개(45) 전 경사가 지난달 8일 저녁 삼일동 우체국 범행 장소로 가기 위해 엘리베이터 안에서 자전거를 옮기고 있다. 뉴스1
여수 ‘투캅스’와 연관됐던 사람들이 사라졌다
뉴스쏙|금고털이 사건뒤 들춰지는 미제 사건
뉴스쏙|금고털이 사건뒤 들춰지는 미제 사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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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락실 여주인 실종사건에 연루
실종전 마지막 만난 인물로 추정
금고·금은방 사건도 주도 의혹 투캅스2 불법사채·성폭행 박 경위
수십억대 자산가로 작년 구속
‘폐기물업체서 횡령 공모’ 주장도
사건 뒤 1명 자살·1명 실족사 투캅스 도우미 금고털이 박씨
김 경사 친구·박 경위 정보원 의혹
폐기물업체 이사 총기위협 주장
도박 경위-김 경사-박씨 연관 가능성
■ 성폭행 박 경위는 ‘한 수 위’? 금고털이 주범 박씨는 여수경찰서 형사과에 근무하던 박아무개(46·구속) 경위의 정보원이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전남경찰청 관계자는 “박 경위가 김 경사와 박씨의 약점을 잡고서 수족처럼 부렸을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박 경위는 지난해 7월 불법 사채업으로 이자 4000여만원을 뜯어낸 혐의로 구속됐으며, 2008년 학생 추락 사건의 참고인으로 수사하던 여성(41)을 성폭행한 혐의가 드러나 추가로 기소됐다. 이 사건 이전까지 박 경위는 ‘유능한’ 경찰관으로 소문났다. 1992년 경찰에 입문해 대부분을 여수경찰서 형사과에서 근무했고 2008년 보험사기 사건을 대거 해결해 경위로 특진했다. 2009년 전남경찰청으로 옮긴 그는 수십억대 자산가로 알려지며 동료들에게 밥과 술을 잘 사는 경찰관으로 통했다. 그가 근무했던 전남경찰청 지능범죄수사대는 여수국가산단의 하도급 비리와 관련해 업체를 압수수색하면서 검사장에게 거액이 전달됐다는 쪽지를 발견했고, 그 검사장은 사표를 냈다. 박 경위는 ‘검사장 옷을 벗긴 형사’라는 별칭을 얻기도 했다. 하지만 박 경위가 투자한 사채업자 최아무개(41·구속)씨가 검거되면서 범죄 행각이 서서히 드러났다. 경찰은 학생 추락사 사건 참고인이 수차례 돈을 입금한 것을 수상히 여겨 수사하던 중 성폭행 사건의 실체를 밝혀냈다. 박 경위에겐 최근 수십억원 횡령 의혹이 다시 제기됐다. 여수 폐기물처리업체인 공단환경산업 사주인 김아무개(51·여) 이사가 지난해 8월 박 경위 등 2명의 수사를 요구하는 진정을 경찰에 냈다. 또 한 사람은 공단환경산업 경리였던 박아무개(49·여) 차장이다. 둘이서 짜고 회삿돈 30억원을 빼돌렸다고 주장하고 있다. 김 이사가 회삿돈 횡령 혐의로 박 차장을 고소하자, 박 경위가 박 차장과 공모해 되레 자신을 횡령 혐의로 수사해 구속시켰다는 것이다. 김 이사는 4년6개월을 복역하고 출소한 뒤, 박 경위가 구속되자 재수사를 요구하고 나섰다. 박 경위는 김 이사에게 금고털이 주범 박씨를 운전사 겸 경호원으로 소개했다. 그런데 김 이사가 박 경위의 회사 횡령 공모 의혹을 제기하던 2007년 5월 “박씨가 권총을 꺼내들며 ‘여기서 멈추라’고 협박했다”고 김 이사는 주장했다. 박씨는 당시 이를 부인했다. 현직 경찰관의 금고털이 사건이 터진 여수경찰서는 최근 김 이사가 제기한 박 경위의 횡령 의혹을 재수사하기 시작했다. 그러나 2007년 이 사건을 수사했던 검찰은 박 경위와 박 차장의 계좌를 추적하려고 경찰이 신청한 압수수색영장을 기각해 뒷말을 낳고 있다. 박 차장은 <한겨레>와의 통화에서 “회삿돈을 횡령한 사실이 없다. 김 이사의 거짓 주장에 경찰과 검찰, 언론이 속고 있다. 제주에서 월세방에 살다가 건설회사를 운영해 기반을 잡았다”고 말했다. 박 경위의 변호인은 “횡령한 사실이 없어 떳떳하다고 하더라. 금고털이범 박씨와도 별로 친한 사이가 아니었다고 한다”고 말했다. ■ 주변에선 의문의 실종·실족사·자살 두 경찰관 주변 사람들의 죽음·실종을 두고 의혹이 꼬리를 물고 있다. 공단환경산업 횡령 사건이 불거지기 전인 2006년 9월 박 차장의 동거남인 양아무개(당시 51살)씨가 여수 신항에서 익사체로 발견됐다. 양씨의 부인(57)은 죽음 경위에 의혹을 제기했다. 그런데 박 경위는 해양경찰이 관할하는 사건인데도 양씨의 부인을 파출소로 불러 조사했다. 박 차장은 해경 조사에서 “양씨가 몸집이 커 살해됐을 가능성은 없다. 술 때문에 실족사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여수해양경찰서는 양씨가 술에 취해 실족사한 것으로 결론지었다. 양씨 부인은 최근 <한겨레>와의 통화에서 “아직도 남편 죽음이 의문스럽다. 경찰에 재조사를 요구하겠다”고 말했다. 그런데 양씨 사망 3개월 전 양씨 이름으로 가입된 사망 보험금 2억원의 수령자는 부인이 아니라 박 차장이었다. 부인은 보험 가입 사실도 몰랐다고 했다. 경찰은 보험금 가운데 1억원이 박 경위의 계좌로 들어갔다는 의혹을 조사중이다. 박 경위는 2007년 5월 한밤중에 박 차장의 아파트에 함께 있다가 품위 손상 등으로 파출소로 전보됐다. 박 경위의 변호인은 “박 차장한테서 보험금 1억원을 받은 사실도 없다고 한다”고 전했다. 2007년 11월 김 이사의 재판에 증인으로 출석할 예정이던 공단환경산업 박아무개(당시 60살) 이사가 사무실에서 목을 맨 채로 발견된 죽음에도 의문이 남아 있다. 그는 회삿돈 횡령을 둘러싼 진실을 가장 잘 아는 인물이었고, 수첩에 ‘진실은 밝혀질 것이다’라는 메모를 남겨 구구한 해석을 낳았다. 특히 박 이사가 변사체로 발견되기 전날 이 회사 폐회로텔레비전(CCTV)이 작동되지 않았다는 주장도 나와 의혹도 더하고 있다. 현직 경찰관이 낀 우체국 금고털이 사건을 계기로 여수의 각종 미스터리 사건들이 다시 수면 위로 떠올랐다. 두 경찰관과 주변 인물들이 얽히고설킨 가운데 실체적 진실이 온전히 드러날지 주목된다. 여수/정대하 기자 daeha@hani.co.kr <한겨레 인기기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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