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가 중장년 1인가구를 대상으로 시행 중인 ‘행복한 밥상’ 프로그램. 건강한 식재료로 요리하는 법도 배우고 사회적 관계망을 만드는 역할도 한다. 서울시 제공
1인가구는 ‘불완전’하거나 ‘비정상적’인 가구 형태로 인식되곤 한다. 수적으로 가장 우세한 가구 형태임에도 사회 일각에선 ‘저출생 고령화’를 초래하는 문제적 현상으로 지목한다. 하지만 10명 중 3.5명이 1인가구인 시대에, 혼자 살아가기조차 버거운 사회는 저출생에도 고령화에도 제대로 대응하기 어렵다.
어떻게 하면 혼자라도 충분히 행복할 수 있을까. 한겨레는 전국 광역·기초지방자치단체 243곳에 대한 전수조사를 통해 1인가구 정책 전반을 진단하는 한편, 한국의 1인가구는 어떻게 살고, 무엇을 원하는지 직접 들었다. 1인가구 정책의 바람직한 변화 방향을 모색하기 위해 1인가구 비율이 높은 일본·오스트레일리아(호주)·스웨덴의 정책 사례도 하나하나 짚어봤다. 편집자
지난 6월16일, 인천시 동구의회 본회의에서 ‘인천시 동구 1인가구 지원 조례안’이 일부 의원의 반대로 부결됐다. 여야 합의로 상임위를 통과한 조례가 본회의에서 부결되는 건 드문 일이다. 더불어민주당 소속 장수진 구의원이 발의한 이 조례안은 동구에 거주하는 ‘1인가구의 복지 증진에 이바지’하고 ‘공동체 강화와 사회적 가족 도시 구현’을 목적으로 한다는 내용을 담았다. 장 의원은 “동구에도 1인가구가 40%에 육박할 정도로 많다”며 “구청의 각 과에서 산발적으로 진행되는 (1인가구) 사업이나 정책을 모으고 필요한 것들 위주로 재편하기 위해 발의한 조례”라고 설명했다.
이날 본회의에서 이의를 제기한 오수연 의원(국민의힘)은 1인가구 지원 정책이 “혼인과 출산의 사회적 중요성을 배제해 (…) 극단의 인구소멸지역으로 향하게 하는 행태”란 점을 반대 이유로 들었다. ‘사회적 가족’이란 말이 사실상 “비혼 동거(관계)와 동성 커플을 인정해주려는 것”이라는 주장도 했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1인가구 지원 정책이 출산을 장려하는 정책과 충돌하는 것은 아니라고 입을 모은다. 노경혜 경기도여성가족재단 연구위원은 “1인가구 정책이 1인가구가 되라고 장려하는 게 아니다”라며 “다인 가족에 맞춰진 정책 생태계에서 사각지대에 놓이기 쉬운 1인가구도 삶의 질과 시민으로서의 권리를 오롯이 누릴 수 있게 하자는 게 목표”라고 했다.
결혼과 출산에 초점을 맞춘 정책은 자발적 선택이나 어쩔 수 없이 1인가구가 된 이들에게 소외·박탈감을 불러일으키기도 한다. 서울에 혼자 사는 박홍찬(35)씨는 국민연금에 ‘출산 크레딧’을 확대하고 공공주택 청약 시 자녀가 있는 가구에 우선 혜택을 주는 정책들에 불만이 많다. 그는 “정상 가족의 틀을 국가가 결정하고 여기에 맞춰야만 지원을 한다며 협박하는 느낌”이라고 말했다. 정책 결정자들의 눈높이가 이미 다수인 1인가구 구성원들의 그것과 동떨어져 있다는 것이다.
김경태 희망제작소 부연구위원은 “식비나 주거비 단가를 따져보면 1인가구의 경제적 부담이 (다른 가구 형태보다) 훨씬 크다”며 “이런 부담을 줄여 1인가구의 삶이 개선되면 오히려 결혼을 긍정적으로 검토하거나 준비할 수 있는 여건도 마련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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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다해 이승욱 손지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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