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 지방자치단체 행정전산망에 장애가 발생한 17일 오전 서울의 한 구청 종합민원실 내 무인민원발급기에 네트워크 장애 안내문이 붙어있다. 연합뉴스
전국 지방자치단체 민원 창구와 정부 인터넷 민원서류 사이트의 서류 발급 서비스가 17일 종일 중단됐다. 내부 행정전산망의 작동 오류 때문이라는 게 행정안전부 설명이었다. 부동산과 금융 관련 일처리를 위해 주민등록 등·초본 등의 민원서류를 발급받으려던 시민들은 극심한 불편과 혼란을 겪었다. 주무 부처인 행안부는 관공서 민원 업무 마감시각인 오후 6시가 다 되어서야 ‘통신장애로 불이익을 받는 일이 없도록 납부기한 연장 등의 조처를 취하겠다’는 보도자료를 냈다.
행안부는 17일 “공무원들이 민원 처리를 할 때 사용하는 행정전산망인 ‘시도새올 행정 시스템’에 오류가 생겨 민원서류 발급 업무가 멈췄다”며 “인증 시스템을 관리하는 국가정보자원관리원이 정확한 원인과 해결 방안을 찾고 있다”고 밝혔다. 행정전산망인 ‘시도새올 행정 시스템’은 전국의 모든 지자체가 사용하는 폐쇄형 행정전산망으로, 공무원들은 이 시스템에 접속해 각종 민원서류를 발급해준다.
행정 시스템 먹통의 여파는 온라인 민원서류를 발급할 수 있는 누리집 ‘정부24’에도 미쳤다. 행안부 관계자는 “외부에서 인터넷으로 서류를 발급받으려고 해도 민원인들이 본인 인증 절차를 거쳐 정부망에 접속해야 하는데, 정부망 자체가 작동하지 않으니 인터넷 발급도 안 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오전 내내 접속 지연을 보이던 정부24는 오후 1시55분부터 서비스가 아예 중단되면서 정부의 온·오프라인 민원서류 발급 서비스가 모두 ‘먹통’이 됐다. 법원이 운영하는 인터넷등기소도 이날 “행정정보공동이용시스템 장애로 인해 간헐적으로 인터넷등기소 일부 서비스가 불가하다”라는 공지를 띄웠다.
민원서류를 발급받으려던 시민들은 온·오프라인 서비스가 모두 중단되자 난감함을 감추지 못했다. 오후 3시쯤 서울 은평구 진관동 주민센터를 찾은 직장인 박서희(26)씨는 “전입신고를 해야 (대항권 등) 효력이 발생하니까 오늘 꼭 해야 한다. 오늘 못 하면 불리해질 수 있으니 계속 기다려보겠다”고 했다. 오전부터 주민센터 근처에 머물렀다는 전홍필(60)씨는 “한남동에서 공사를 하는데 허가를 맡으려면 구청에 인감증명서를 제출해야 한다. 아침 일찍 왔는데 발급이 안 된다고 해서 2시간을 기다렸다. 점심 먹고 왔는데도 안 된다고 한다”며 답답해했다.
가족의 화장 절차에 필요한 주민등록 초본을 발급받지 못해 난감해하는 이도 있었다. 남편의 화장 문제로 주민센터를 찾았다는 이아무개(56)씨는 “화장이 일요일 아침이라 오늘이 아니면 방법이 없다. 망자의 마지막 길을 망치게 될까 무섭다”고 했다. 이씨는 임시 서류라도 만들어 도장을 찍어달라고 통사정을 했지만 뜻을 이루지 못했다.
서울 구로구의 중고차 매매 단지에서도 차량소유권 이전에 필요한 인감증명서가 발급되지 않아 거래가 차질을 빚었다. 중고차 업체 대표 ㄱ씨는 “중고차 사업 10년을 했는데 이런 일은 처음이다. 아이티 선진국인 대한민국 전산망이 갑자기 마비된다는 게 이해가 안 된다”고 했다.
행안부는 이날 오후 5시39분 보도자료를 내어 “통신장애로 인한 불이익이 없도록, 주민센터에서 처리되는 납부·신고 등의 공공 민원은 납부기한을 장애가 복구되는 시점까지 연장하고, 확정일자 등 즉시 처리가 필요한 민원은 민원실에서 수기로 접수한 뒤 소급 처리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배현정 손지민 김가윤 고경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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