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포의 착륙 당시 이윤준씨 모습. 이씨는 당시 상황이 담긴 영상과 사진 등이 퍼지면서 ‘빨간 바지 의인’으로 화제를 모았다. 온라인 커뮤니티 갈무리
213m 상공에서 여객기 비상구 출입문을 개방한 승객을 제압한 이윤준(48)씨가 “재난 상황에서 제일 중요한 건 전문가들이 차분하게 냉정해지는 것”이라며 “저는 그냥 (승무원들이) 하라는 대로 했을 뿐”이라고 말했다. 사회관계망서비스(SNS)와 온라인 커뮤니티에서는 사고 당시 빨간색 바지를 입은 그를 ‘빨간 바지 의인’이라고 부르고 있다.
행정안전부 산하 국민재난안전총연합회 제주본부 상임부회장이기도 한 이씨는 29일 <시비에스>(CBS) 라디오 프로그램 ‘김현정의 뉴스쇼’와의 인터뷰에서 “어이가 없었던” 당시 상황을 설명했다. 이씨는 “저는 이어폰 끼고 음악 들으면서 내려오는 상황이었다. 갑자기 모자가 날아가고 헤드셋이 날아가서 보니 비상문이 열린 거다. 어이가 없었다”며 “하늘에 구름도 보이고 이거 뭐지? 이런 생각도 들고 바람이 나한테만 와서 얼굴이 따가웠고, 숨을 제대로 못 쉴 정도였다”고 말했다.
지난 26일 낮 12시45분께 상공 213m 높이에서 승객 이아무개(33)씨는 대구공항에 착륙하던 아시아나항공 OZ8124편의 비상구 출입문을 개방했다. 이윤준씨는 착륙 뒤 승무원을 도와 이씨를 제압한 사실이 알려져 주목을 받았다.
지난 26일 승객들이 탑승한 아시아나항공 여객기가 착륙 직전 출입문이 열린 채 비행하는 사고가 발생했다. 독자제공·연합뉴스
호흡이 어려울 정도로 센 바람을 맞으며 1∼2분이 지난 뒤 항공기는 가까스로 착륙했다. 이씨는 “착륙하려고 바퀴가 탁 닿는 순간 승무원이 괜찮으세요? 하셨고 제가 손으로 동그라미 표시를 했다. 비행기가 달리고 있는 상황인데 그때 갑자기 이 친구(이씨)가 벨트를 푸는 거다”라며 “그 친구가 비상구 쪽으로 매달리며 나가려고 하니까 제가 잡았다. 옷이나 목덜미나 닥치는 대로 잡고 당기고, 승무원 서너명과 승객들이 오셔서 그 거구의 친구를 끌어올렸다”고 했다.
일촉즉발의 순간을 회상하며 이씨는 “그 당시 저희 입장에서는 그 사람이 범인이 아니었다”고 했다. “저희 입장에서는 하늘에서 문이 열렸을 뿐”이라며 사람이 비행 중에 항공기 출입문을 열었으리라고는 상상하지 못했다는 것이다.
지난 26일 오후 대구국제공항에 비상착륙한 아시아나 항공기의 비상구가 당시 비상개폐되며 파손된 모습. 연합뉴스
사건이 발생한 직후 기내 동영상이 퍼지면서 이씨는 잠시 ‘범인’으로 몰리기도 했다. 이씨는 “처음에는 빨간 바지가 범인이라고 했다. 승무원이 하라는 대로 했을 뿐인데 오해를 받으니 황당했다”며 “그 뒤에 자고 일어나니까 의인이 되어 있었다”고 했다.
그는 “어머님이 네가 뭔데 나서냐고, 가만히 있지 뭘 나서냐고 말씀하셨다”며 “안전벨트 하고 그 친구 잡았으니까 걱정 안 하셔도 된다고 말씀드렸다”고 했다.
이지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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