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광고

광고닫기

광고

본문

광고

전국 전국일반

“경로당 여니 자유 되찾은 것 같아”…일상 맞이에 전국이 ‘심쿵’

등록 2022-04-26 08:59수정 2022-04-26 14:05

‘일상 회복’ 생기 도는 전국 표정
전국 경로당·복지관 25일 운영 재개
제주·부산 등 관광객 맞을 준비 분주
골목상권 정상화까지는 시간 걸릴 듯
25일부터 경로당이 다시 열린다는 소식을 들은 충남 공주시 금학동 주민들이 지난 22일 경로당에 모여 청소를 하며 기뻐하고 있다. 송인걸 기자
25일부터 경로당이 다시 열린다는 소식을 들은 충남 공주시 금학동 주민들이 지난 22일 경로당에 모여 청소를 하며 기뻐하고 있다. 송인걸 기자

2년 넘게 이어진 사회적 거리두기 터널을 빠져나오자 일상이 늦봄처럼 다가왔다. 학교·경로당·복지관 등의 굳게 닫혔던 문이 열리면서 생기가 돈다. 손님이 빠져나가 을씨년스럽던 골목, 파리 날리던 관광지도 손님맞이에 분주하다. 여전히 완전한 일상회복을 말하기엔 ‘아직’이라는 곳도 수두룩하다.

■ “자유를 되찾은 것 같아”

25일 오전 충북 청주시 내덕노인복지관은 모처럼 북적였다. 복지관 앞 게이트볼장에선 10여명이 경기를 즐겼고, 뒤편 놀이터에선 주변 어린이집에서 온 아이들이 재잘거렸다. 이곳에서 만난 이승업(79)씨는 “올해 초 오미크론 변이가 확산한 이후 젊은이들 말대로 ‘방콕’ 하느라 죽을 맛이었는데 오랜만에 소풍 가듯 설레는 마음으로 나왔다. 사람들 만나 이야기하고 쏘다니니까 너무 좋다”고 말했다. 복지관 건물 뒤 언덕에 있는 테니스장, 그라운드 골프장 등에서도 노인 회원 30여명이 ‘나이스 샷’을 연발했다. 그라운드 골퍼 최근수(78)씨는 “노인들은 지병, 치명률, 고위험군 코로나 관련 보도 홍수 속에서 죄지은 듯 숨죽이며 살아왔다. 이제 산 것 같다”고 했다.

충북 청주시 내덕노인복지관 노인회원들이 25일 오전 게이트볼을 즐기고 있다. 오윤주 기자
충북 청주시 내덕노인복지관 노인회원들이 25일 오전 게이트볼을 즐기고 있다. 오윤주 기자

이날 전국 경로당, 노인복지관 등은 일제히 문을 열었다. 지난 22일 충남 공주시 금학동 경로당 청소를 하던 박생규(79)씨는 “그동안 집에서 갇힌 새처럼 지냈다. 경로당을 연다니 자유를 되찾은 것 같다”고 했다. 옆에 있던 경로당 노래교실 터줏대감 최인규(85)씨가 “노래는 마스크를 벗고 불러야 제맛인디”라고 운을 떼자, 이성하(79)씨는 “그려, 이제 마스크만 벗으면 되는겨. 좀만 참자”라고 말을 이었다.

소리 없는 아우성도 있었다. 지난 22일 오전 10시 대전시 동구 원동 대전시립손소리복지관 뜨개질 모임 손농동아리 회원 10명이 수어 수다를 이어갔다. 이곳은 청각 언어장애인 지원기관이다. 단골 수강생 길정란(76)씨는 수어로 “복지관에 못 나와 답답했는데 동료·복지사를 보니 기분이 너무 좋다”고 했다. 배기섭 복지사는 “사람이, 대화가 그리웠을 것 같다. 이분들의 쉼터가 다시 문 닫는 일이 없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대전시립손소리복지관 뜨개질 모임인 손농동아리 회원들이 22일 강의실에서 김미희 강사(오른쪽 넷째)와 함께 이날 만든 병솔을 흔들며 첫 대면수업을 반기고 있다. 송인걸 기자
대전시립손소리복지관 뜨개질 모임인 손농동아리 회원들이 22일 강의실에서 김미희 강사(오른쪽 넷째)와 함께 이날 만든 병솔을 흔들며 첫 대면수업을 반기고 있다. 송인걸 기자

제주 입도 4만명, 해운대는 800만명 손님맞이 채비

거리두기 해제 뒤 첫 휴일이었던 24일 오후 제주 성산일출봉에는 가족·단체 관광객이 줄을 이었다. 주차장엔 지난 2년 동안 볼 수 없던 대형버스 등 차가 가득했다. 17년 경력 버스기사 오아무개(54)씨는 “지난 2년 동안 단체관광·수학여행 등이 없어 정말 힘들었다. 철거회사 등에서 일당벌이로 버텼는데 오늘 처음 대형버스를 운전했다”고 말했다. 제주는 전세버스 1798대 가운데 현재 379대가 휴지 상태지만, 최근 수학여행 등 문의가 쏟아져 경기 회복 기대감은 높은 편이다.

지난 24일 관광객들이 제주 서귀포시 성산일출봉을 찾아 구경하고 있다. 허호준 기자
지난 24일 관광객들이 제주 서귀포시 성산일출봉을 찾아 구경하고 있다. 허호준 기자

제주지역은 최근 입도 관광객이 4만명 안팎을 유지하는 등 다시 성수기를 맞았다. 주중이던 지난 21일 관광객 4만999명이 찾아 지난해 같은 날보다 25.4% 늘었다. 22일 4만2795명, 23일 4만733명, 24일 3만9992명 등 날마다 4만명 안팎이 제주를 찾는다.

전국에서 최대 인파가 찾는 부산 해운대해수욕장은 벌써 개장 준비에 들어갔다. 지난 22일 해수욕장 들머리에서 만난 김성철(52) 해수욕장 운영팀장의 얼굴은 밝았다. 그는 “코로나19 방역수칙이 대부분 해제되면 여름철 해수욕장 방문객이 많이 늘어 지역경제 활성화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기대감을 나타냈다.

해운대해수욕장은 코로나19 사태가 터지면서 방문객이 급감했다. 휴대전화 빅데이터로 분석한 관광객 수를 보면, 2019년 890만명에서 코로나19 첫해인 2020년 689만명, 지난해 504만명으로, 2년 새 43.3%가 감소했다. 김 팀장은 “올해는 800만명을 예상한다. 지역상권도 다시 살아날 것이다. 방문객들의 불편이 없도록 안전 등 만반의 준비를 하겠다”고 말했다.

김성철 부산 해운대구 해수욕장 운영팀장이 지난 22일 해운대해수욕장 들머리에 있는 해운대관광안내소 2층 해운대구 관광시설관리사업소에서 “코로나19 방역수칙이 대폭 해제되면 해운대해수욕장 방문객이 예년 수준을 회복할 것”이라며 새달 열리는 모래축제 준비상황을 설명하고 있다. 김광수 기자
김성철 부산 해운대구 해수욕장 운영팀장이 지난 22일 해운대해수욕장 들머리에 있는 해운대관광안내소 2층 해운대구 관광시설관리사업소에서 “코로나19 방역수칙이 대폭 해제되면 해운대해수욕장 방문객이 예년 수준을 회복할 것”이라며 새달 열리는 모래축제 준비상황을 설명하고 있다. 김광수 기자

축제·행사가 살아나면서 자치단체도 분주하다. 충북도는 지난 22일 2년 만에 중국인 유학생 페스티벌 개최를 위한 대책 회의를 했다. 이설호 충북도 관광항공과장은 “일상회복에 맞춰 지역축제 재개 기대감도 커진다. 코로나 이전처럼 축제·행사가 개최돼야 지역도, 경제도, 시민도 즐거워질 것”이라고 했다.

대학·골목상권도 회복세, 하지만 ‘아직

지난 22일 낮 12시30분 서울대 관악캠퍼스 학생회관 식당 앞에는 줄이 길게 이어져 있었다. 식당 근처에서 만난 염아무개(26)씨는 “가장 크게 변한 건 학식(학생회관 식당) 줄”이라며 “거리두기가 해제되면서 ‘샤로수길’ 같은 학교 근처 식당가도 사람이 늘어난 것 같다”고 말했다.

22일 오후 서울대 관악캠퍼스 학생회관에서 학생들이 점심을 먹기 위해 줄을 서 있다. 손고운 기자
22일 오후 서울대 관악캠퍼스 학생회관에서 학생들이 점심을 먹기 위해 줄을 서 있다. 손고운 기자

대학 캠퍼스에선 학생들 여럿이 모여 식사를 하는 ‘평범한 경험’을 누리기 시작했다. 서울대 자유전공학부 1학년 김상래(21)씨는 “학과 방에 모여 치킨을 시켜 먹는 모습을 보면 이제 캠퍼스 생활을 실감한다”고 했다. 이 대학 원자핵공학과 조아무개(22)씨도 “3학년이지만 이번 학기부터 처음 본격적인 캠퍼스 생활을 한다”고 말했다.

골목상권 등도 회복세를 보이지만, 이를 체감하지 못하는 곳도 적지 않다. 경기 부천시에서 치킨집을 운영하는 가명희(54)씨는 지난 23일 “사람을 한동안 가둬놨다가 풀어주면 밖으로 뛰쳐나가는 것처럼, 거리두기가 해제되면 서울이나 중심 상권에 사람들이 몰린다”며 “일상회복이 이뤄졌다지만 동네 상권에 영향이 미치려면 더 기다려야 할 것 같다”고 밝혔다.

가명희씨가 23일 오후 6시께 자신이 운영하는 치킨집에서 치킨을 튀기고 있다. 이승욱 기자
가명희씨가 23일 오후 6시께 자신이 운영하는 치킨집에서 치킨을 튀기고 있다. 이승욱 기자

광주시 동구 학동에서 식당 ‘득량집’을 운영하는 손복순(68)씨는 25일 “22일부터 사흘간 장사 짭짤하게 했다. 참 오랜만이다. 단골들도 한분 두분 찾아온다”고 말했다. 하지만 이웃 식당 ‘계절따라’ 오정선(57)씨는 “아직 피부에 와닿을 정도는 아니다. 앞으로 관공서와 대학 등의 저녁 회식이 잡히면 영업도 본궤도에 오를 것 같다”고 말했다.

오윤주 기자, 전국종합 sting@hani.co.kr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
언론 자유를 위해, 국민의 알 권리를 위해
한겨레 저널리즘을 후원해주세요

광고

광고

광고

전국 많이 보는 기사

시민단체 “오세훈, ‘윤 변호’ 배보윤·도태우 서울 인권위원서 해촉하라” 1.

시민단체 “오세훈, ‘윤 변호’ 배보윤·도태우 서울 인권위원서 해촉하라”

신령이 노닐던 땅, 경주 낭산 ‘왕의 길’을 걷다 2.

신령이 노닐던 땅, 경주 낭산 ‘왕의 길’을 걷다

경기도 안성 법계사서 큰불…대웅전 전소 3.

경기도 안성 법계사서 큰불…대웅전 전소

“워낙 비싸 팔기도 죄송해진” 단맛 별미 ‘이것’ 4.

“워낙 비싸 팔기도 죄송해진” 단맛 별미 ‘이것’

국내 첫 ‘철도 위 콤팩트시티’…남양주 다산 새도시에 건설 5.

국내 첫 ‘철도 위 콤팩트시티’…남양주 다산 새도시에 건설

한겨레와 친구하기

1/ 2/ 3


서비스 전체보기

전체
정치
사회
전국
경제
국제
문화
스포츠
미래과학
애니멀피플
기후변화&
휴심정
오피니언
만화 | ESC | 한겨레S | 연재 | 이슈 | 함께하는교육 | HERI 이슈 | 서울&
포토
한겨레TV
뉴스서비스
매거진

맨위로
뉴스레터, 올해 가장 잘한 일 구독신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