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의도 샛강 공원에서 관찰된 흰배 멧새. 사진 김승자 제공
스포츠에서 생활체육이 잘 되면 체육의 전반적 수준이 높아진다는 이야기를 한다. 그런 까닭에 요즘은 제법, 가까운 곳에서 운동할 수 있게 저변이 깔린 것으로 보인다. 이에 비하면 탐조는 생소한 자연 문화 활동이라 갈 길이 멀다. 하지만 최근에 기초적이지만 다양한 시도들이 가장 낮은 곳에서부터 시작되고 있다. 고무적인 일이다.
탐조 문화가 활성화한 미국을 보면, 전체 인구의 약 20%가 탐조를 즐기고 있다. 이 가운데 80% 이상이 자기 집 주변에서 탐조를 즐긴다. 미국인들은 가장 가까운, 자기 정원에서 탐조 활동을 한다. 하지만 한국은 탐조할 만한 정원이 딸린 집이 많지 않다. 특히 도시에서는 더 그렇다. 한국에서 기초적인 탐조 활동을 할 수 있는 곳은 어디일까? 가까운 공원과 뒷산이다. 이번 글에서는 대도시 서울의 평범한 공원과 뒷산에서 흔하게 볼 수 있는 새를 만나는 사람들의 활동에 대해 전하려 한다.
여의도 샛강 공원에서 탐조 활동 중인 버드 서울 회원들. 탐조는 가까운 곳에서 얼마든지 시작할 수 있다.
‘버드 서울’(www.facebook.com/BirdsSeoul)이라는 작은 탐조 단체가 있다. 버드 서울 회원들은 매주 1회 서울에 있는 공원에서 탐조 활동을 한다. 최근 1주년을 맞은 신생 단체인 버드 서울은 그동안 약 50회의 탐조를 꾸준히 진행하며, 80종 이상의 새를 관찰했다. 처음에는 2명이 회원의 전부였으나 최근에 약 10명이 함께 활동한다. 아주 적은 인원이지만 빠짐없이 활동하고, 꾸준히 규모를 늘려간다는 점이 상당히 고무적이다. 그리고 더 중요한 건 가장 가까운 곳에서 가장 초보인 사람들이 참여할 수 있는 형태로 활동을 이어왔다는 것이다. 버드 서울 운영자 이진아씨는 “가까운 곳에서 쉽게 참여하는 이런 형태의 탐조 활동이 여러 도시에 퍼지길 희망한다”고 말했다.
또 재미있는 활동이 있다. 한 환경교육 교구 개발 회사에서 시작된 ‘이웃 새 관찰 모임’(facebook.com/wholeseestory)은 우리에게 아주 친숙한 참새, 까치, 박새 같은 새들을 관찰하고 이들의 생태 이야기를 나누는 작은 모임이다. 이 모임의 참가자들은 생태공원에서 오래 둥지 상자를 관찰했던 사람, 뒷산에서 참새를 꾸준히 관찰한 사람 등으로 구성돼 있다. 이들은 단지 보는 것을 넘어 새의 움직임을 상세하게 공유하며 재미있는 이야기를 나눈다. 꾸준히 참가자가 모여 매회 20명 이상이 모인다. 5월 중순에는 이 모임과 버드 서울이 함께 창경궁 탐조를 할 예정이라고 한다.
이웃새 관찰 모임에서 한 회원이 박새에 대해 발표하고 있다.
한국의 도시 인구는 이미 90%를 넘었다. 도시에서의 탐조 활동은 사람과 자연을 이어주는 가교 역할을 할 수 있고, 이렇게 시작된 자연 보존 활동은 도시 밖으로 확장할 여지가 크다. 서울에서 시작된 이런 기초 탐조 활동이 더 많이 퍼져나간다면, 자연과 인간의 공생 측면에서 긍정적인 효과를 기대할 수 있을 것이다. 풀뿌리 생활체육, 풀뿌리 민주주의처럼 한국에서 풀뿌리 탐조 문화가 이렇게 시작되었다고 나중에 재조명받을 수 있는 때가 오길 희망한다.
※‘이병우의 새 보기 좋은 날’을 마칩니다. 지난 2년, 칼럼을 통해 국내에 잘 알려지지 않은 탐조 문화를 전하고자 노력했습니다. 한국의 탐조지와 탐조 문화 현황, 해외의 탐조 문화 사례 등을 풀어놓았는데요. 역시 가장 중요한 것은 탄탄한 기초 활동인 것 같아 마지막 회를 풀뿌리 탐조 활동으로 정리합니다. 좀 더 많은 경험과 지식을 쌓아서 시즌2에서 뵙겠습니다.
이병우 에코버드투어 대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