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지만 대중적으로 많이 알려지지 않은 딱새.
탐조 기록의 도구는 전통적으로 수첩과 필기구이다. 현장에서 꼼꼼하게 기록하고 그것을 잘 정리하는 것은 새를 관찰한 경험을 전체적으로 관리하기에 아주 좋은 방법이다. 조금 더 발전시켜 그 기록을 엑셀 같은 툴을 사용해 통계로 관리한다면 더욱 좋다.
그런데 스마트폰을 사용하면서 탐조 기록도 획기적인 방법으로 변화했다. ‘이버드’(ebird)라는 애플리케이션이자 인터넷 사이트(
www.ebird.org)다. 세상에 나온 지는 몇 년 되었지만 그동안 한글 지원이 되지 않아 한국에서는 거의 사용되지 않았다. 기록은 탐조의 가장 중요한 요소 가운데 하나인 터라 이버드의 한글 지원은 매우 반가운 소식이어서 자세히 소개하고자 한다.
이버드는 세계 최대의 생물 다양성 관련 시민 과학 프로젝트라고 할 수 있다. 전 세계 이버드 사용자(eBirder)가 매년 1억 건 이상의 새 관찰 목록을 공유한다. 수백 개의 파트너 조직, 수천 명의 지역 전문가 및 수십만 명의 사용자를 보유한 이버드는 조류학 코넬 연구소(Cornell Lab of Ornithology)에서 관리한다.
이버드를 활용하면 탐조의 기록을 개인적으로 잘 정리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사용자 데이터를 통합할 수도 있다. 이를 바탕으로 조류 관찰 빅데이터를 만들어 집단 지성의 힘을 발휘하는 기틀을 마련할 수도 있다.
사용법은 굉장히 쉬운데, 현장에서 앱을 구동하면 관찰 지점을 위치정보시스템(GPS)으로 자동 지정하고 기록을 시작하면 된다. 그러면, 먼저 그 지역에서 볼 수 있는 새 위주로 조류 목록이 나타난다. 보기 드문 새들의 리스트는 아래편에 두어 혹시라도 관찰되는 경우 추가할 수 있다.
관찰을 마치면 자신의 개인 데이터베이스에 내용이 모두 자동으로 축적된다. 탐조 활동 이력 관리가 자연스럽게 되는 셈이다. 이전에는 수첩의 기록을 컴퓨터에 따로 입력해야 했던 일들이 자동으로 수행되는 것이다. 또한 그날 탐조 기록을 함께 간 사람의 이버드 계정에 연결하면 탐조 기록이 공유된다. 한국뿐 아니라 해외에서도 같은 방식으로 기록과 관찰, 관리를 할 수 있다.
이버드 화면 갈무리. 자신의 관찰 기록이 집계돼 저장되면 다양한 활용이 가능하다.
정보가 공유되는 앱을 사용함으로써 희귀종 기록을 올렸을 때, 그 종을 보호하는데 역효과를 낼 수 있다는 우려를 할 수도 있을 것이다. 그래서, 기록을 언제든지 비공개로 설정하는 것이 가능하다. 내가 아주 희귀한 종을 관찰했고, 당분간 많은 사람이 관찰하는 것이 바람직하지 않다고 판단이 되는 경우는 기록이나 관찰 지점을 비공개로 설정 가능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버드 한국어판의 보급이 우리나라 탐조 문화에서 제2의 변곡점이 되지 않을까 기대한다. 2001년 LG 상록재단의 ‘한국의 새’가 우리나라 최초 휴대용 도감으로 발간된 것이 첫번째 변곡점이라고 한다면 말이다. 지난해 기준으로 이버드 한국 탐조 기록 상위 100명 중 한국인은 11명에 불과했다. 이제 한글 지원이 되기 때문에 더 많은 사람이 이 도구를 효과적으로 사용할 수 있기를 바란다.
이병우 에코버드투어 대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