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수거북과 JW 메리어트 파나마, 76x57cm, 종이에 수채, 2018
장수거북: 멸종 취약
JW 메리어트 파나마: 284.4m, 파나마시티, 파나마
바다거북은 1억 년 이상 전 세계 바다를 헤엄쳐 다니며 건강한 해양 생태계를 유지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해왔습니다. 푸른바다거북, 매부리바다거북, 장수거북, 붉은바다거북, 납작등바다거북, 켐프각시바다거북, 올리브각시바다거북 7종이 있습니다. 다 자란 바다거북은 범고래와 상어 말고는 천적이 없음에도 불구하고 납작등바다거북을 제외한 6종이 이미 멸종 위기에 처해 있습니다.
가장 큰 멸종 위협은 대규모의 상업적 어업 활동에서 발생하는 부수 어획입니다. 바다거북을 비롯해 많은 멸종위기 해양 생물이 다른 종을 대상으로 하는 그물에 걸려들어 죽어갑니다. 아시아 태평양 지역에서는 보석이나 장신구 제작의 재료가 되는 알, 고기 및 껍질 때문에 남획됩니다. 기후 변화 때문에 둥지를 짓는 해변의 모래 온도가 높아지고 해수면이 상승하고 있습니다. 해안 개발로 인한 환경 변화와 해양 오염, 섬유유두종증과 같은 질병도 멸종을 앞당기는 요인입니다.
바다거북은 일일이 열거할 수 없을 정도로 많은 일을 합니다. 푸른바다거북은 해초를 먹는 소수의 대형 초식동물 중 하나입니다. 해초가 적절하게 제거되지 않으면, 미생물, 조류, 곰팡이 등으로 무성하게 자라 해류를 막고 그늘을 만듭니다. 푸른바다거북은 먹이활동을 통해 해초층을 정화해 다양한 종이 서식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고 영양 순환에 기여합니다.
푸른바다거북이 가꾸는 바다의 대초원은 천연 살생물제를 배출해 인간과 해양 생물에 질병을 일으키는 해양 병원성 박테리아를 50퍼센트나 제거합니다. 육지의 숲보다 몇 배나 강력한 이산화탄소 포집 능력을 지닌 해초 초원은 기후변화를 늦추는 중요한 해양 자원입니다.
매부리바다거북은 다양한 종류의 해면동물을 먹습니다. 해면은 서식 공간을 두고 산호초와 공격적으로 경쟁합니다. 해면동물의 과다한 증가를 억제하는 매부리바다거북의 먹이활동은 산호를 보호하고 주변 생물들의 생장에 도움을 줍니다. 대부분의 어류와 해양 포유류는 물리적, 화학적 방어막을 가진 해면동물을 먹지 못하지만, 매부리바다거북이 먹는 동안에는 찢어져 속이 드러난 해면을 수월하게 섭취할 수 있습니다.
바다거북 중에서 가장 큰 장수거북은 바다 전체를 가로지르는 장거리 여행을 하면서 하루 최대 200kg에 달하는 대량의 해파리를 섭취합니다. 바다에 떠다니는 비닐봉지나 풍선을 해파리로 착각해 먹고 질식사하는 비극이 발생하는 이유입니다. 주요 포식자인 바다거북의 감소는 해파리 개체군 증가로 이어집니다. 해파리는 상업적 남획 탓에 감소한 다양한 어류 개체군을 점차 대체하고 있는데 먹이 경쟁이 줄어든 상황에서 어류의 알과 새끼까지 잡아먹기 때문에 해양 생태계의 회복을 어렵게 합니다.
바다거북의 껍질은 수많은 착생생물의 집입니다. 바다거북에 붙어살면서 바다거북이 포획한 먹이의 입자, 바다거북의 피부와 배설물 등을 섭취하는 게의 경우, 크기가 더 크고 알을 품은 암컷 게의 비율이 높습니다. 대서양과 지중해를 오가는 바다거북은 따개비의 서식 범위와 유전적 다양성 확장에도 중요한 역할을 합니다. 수면 위에 떠오른 바다거북의 등껍질은 바닷새의 쉼터이자 포식자의 공격을 피할 수 있는 피난처입니다. 바닷새는 바다거북의 껍질에 서식하는 착생생물을 먹으며 허기를 달래기도 합니다. 바다거북의 역할은 이외에도 많습니다.
어릴 때, 바다거북의 삶을 다루는 다큐멘터리를 보면서 참 이상하다고 생각했습니다. 왜 힘겹게 멀고 먼 바다를 헤엄쳐 와서 모래사장에 올라가 둥지를 짓고 알을 낳을까. 바닷속이 더 편하고 안전하지 않을까. 알에서 깨어 바다에 도달하기도 전에 수없이 죽어가는 새끼 거북이 안타까웠습니다. 알만 낳고 가버린 어미가 야속하기도 했습니다.
이제 알고 있습니다. 바다거북의 기나긴 여행은 지구를 위한 것입니다. 해변의 새들과 동물들은 바다거북의 알과 새끼 덕분에 굶지 않습니다. 알 껍질과 배액은 해안사구 식생을 위한 풍부한 영양 공급원이 됩니다. 지구의 모든 종이 서로 연결되어 생명의 순환을 이루는 위대한 여정을 함께 합니다. 슬프게도 우리 인간만 빼고 말입니다. 우리는 자연이 지켜내는 생명의 고리를 마구잡이로 끊고 인간만을 위한 세상에 가두어 버립니다. 바다거북이 하는 일의 만 분의 일이라도 갚을 수 있다면 좋겠습니다.
*자료출처 <oceana.org> <wwf.panda.org> <www.iucnredlist.org>
장노아 작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