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베리아 스라소니와 토레 데 크리스탈, 76x57cm, 종이에 수채, 2019
이베리아 스라소니: 멸종 위기
토레 데 크리스탈: 249m, 마드리드, 스페인
모든 종은 잃어버릴 수 없는 본질적인 가치를 지니고 있습니다. 더 감정적인 차원에서, 스라소니는 보석이자 바라보기만 해도 아름다운 존재입니다. - 라몬 페레스 데 아얄라(WWF 스페인)
작은 호랑이 혹은 커다란 고양이처럼 보이는 스라소니는 끝이 검은 뭉툭한 꼬리와 호랑이처럼 긴 볼수염을 가지고 있다. 귓바퀴 끝에 길게 나 있는 붓 같은 형태의 검은색 털이 특징이다. 귀의 붓털을 잃으면 청력과 위치 찾는 능력에 이상이 생긴다. 몸길이 84~105cm, 몸무게는 15~38kg이고 꼬리 길이는 20cm 정도다. 국내에서는 절멸되었고 유럽, 시베리아, 중국, 몽골 등지에 서식한다.
이베리아 스라소니는 과거 이베리아 반도와 프랑스 남부 전역에 서식했지만 지금은 멸종위기에 처해 있다. 무분별한 사냥과 밀렵, 광범위한 벌목으로 인한 서식지 상실이 주요 원인이다. 1960년대 초와 2000년 사이, 서식 범위가 이전보다 80% 줄어들었다. 20세기 초, 스페인과 포르투갈에 서식하는 개체 수가 10만 마리로 추산되었으나 1980년대에는 1000여 마리로 감소했고 2000년에는 거의 사라졌다.
생물 종의 멸종 위험을 평가하는 국제자연보전연맹 적색목록의 보고에 의하면, 목록에 오른 모든 종의 85%에서 서식지 상실과 훼손이 주요 멸종 위협으로 나타났다. 생태계의 상황은 전반적으로 점점 취약해지고 있지만, 집중적인 보전 활동으로 몇몇 멸종위기 종의 서식지 환경이 개선되고 개체 수가 증가하고 있다.
이베리아 스라소니는 적극적인 보전 노력이 효과를 거둔 성공적인 사례다. 서식지 확보와 재도입으로 인해 발생하는 지역사회 구성원의 재산권 피해에 대해 조사하고 보상하는 정책이 수반된 결과다. 주요 먹이인 토끼 개체군을 복원하고 불법 포획도 단속했다. 2002년 94마리에 불과했던 개체 수가 2012년 326마리로 증가했다.
2018년에는 311마리의 새끼가 태어났으며 번식 가능한 암컷이 188마리로 파악됐다. 2020년 개체 수는 855마리로 18년 간 9배 증가했다. 현재 80% 이상의 개체군이 스페인에 있는데 시에라 모레나 산맥과 도냐나 국립공원에 주로 서식한다.
멸종 지역이었던 포르투갈에도 유입되어 개체군이 형성됐다. 2002년 멸종 위급종으로 지정되었던 이베리아 스라소니는 2014년 멸종 위기로 평가되어 상황이 한 단계 나아졌다. 2040년에는 멸종 위험에서 벗어날 것으로 전망된다.
멸종 직전의 이베리아 스라소니를 구하기 위해서는 먹이의 90%를 차지하는 토끼 개체군을 우선 복원해야 했다. 토끼는 1950년대에 나타난 점액종증과 1980년대 발생한 출혈성 질환으로 개체수가 급격히 감소했고 서식지 파괴로 심각한 위협에 처했다. 두 종의 상황은 이전보다 나아졌다. 어릴 때 우리는 먹이사슬이 자연의 순리라고 배웠다. 이제는 아니다. 생태계는 인간에 의해 붕괴되기도 복원되기도 한다. 멸종위기 종의 회복을 바라보며 슬픔과 기쁨을 동시에 느끼는 이유다.
최근 이베리아 스라소니를 위한 5개년 계획이 수립되었다. 예산은 1880만 유로다. 예산의 60%를 유럽연합이 지원한다. 상위 포식자의 재도입과 생태계 복원을 경제성과 효용성 측면에서 비판적으로 바라보는 시각도 있다. 실질적인 이익이나 효과는 미미하고, 상징적인 동물을 잃지 않으려는 낭만적 감상에 불과하다는 것이다. 멸종 동물 복원을 경제성으로 평가하고 재단해서는 안 된다. 자연에 빚진 인간의 마땅한 도리로 여겨야 한다.
우리는 모든 생명이 소중하다고 배운다. 세상은 학교에서 가르치는 것과는 다르다. 자연보호나 동물 사랑은 어린이를 위한 동화일 뿐이고, 사람들은 일상적이고 무감각하게 자연을 훼손한다. 누구나 성장하면서 자연을 대하는 어른들의 방식과 이중성에 실망한다. 그리고 어느새 같은 어른이 된다.
멸종 위기에 놓인 이베리아 스라소니를 구하는 것은 동식물을 소중한 친구로 여겼던 어린 시절의 순수를 되찾는 일이다. 자연과 함께 우리의 영혼도 회복된다.
장노아 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