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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고래 서핑’ 학대부터 국적세탁까지…거제씨월드가 빚은 논란들

등록 2020-06-26 10:34수정 2020-06-26 11:33

[애니멀피플] 거제씨월드를 둘러싼 논란 3가지
경남 거제시의 테마파크 ‘거제씨월드’에서 돌고래를 타는 프로그램을 운영해 동물학대 논란이 일고 있다. 거제 씨월드는 70분에 20만원을 받고 돌고래와 흰고래(벨루가)를 타는 브이아이피(VIP) 프로그램 등을 운영 중이다. 사진 거제씨월드 누리집 갈무리
경남 거제시의 테마파크 ‘거제씨월드’에서 돌고래를 타는 프로그램을 운영해 동물학대 논란이 일고 있다. 거제 씨월드는 70분에 20만원을 받고 돌고래와 흰고래(벨루가)를 타는 브이아이피(VIP) 프로그램 등을 운영 중이다. 사진 거제씨월드 누리집 갈무리
최근 ‘돌고래 서핑’으로 동물학대 의혹을 받고 있는 경남 거제씨월드가 과거 개장 때부터 여러 논란을 빚어온 것으로 드러났다. 지난주 거제씨월드는 흰고래(이하 벨루가) 체험 프로그램을 SNS를 통해 홍보했다가 시민들의 비판을 받았다. 희귀보호종을 상업적 체험에 이용하는 것은 옳지 않다는 지적이었다. 체험 프로그램을 폐지해달라는 청와대 국민청원까지 등장해 25일 현재 시민 3만9천여명이 동의한 상태다.

논란을 일으킨 ‘VIP 라이드 체험’은 참가자들이 70여 분간 차례로 돌고래·흰고래의 등에 타고 수조를 수영하며 사진을 찍는 프로그램이다. 거제씨월드가 돌고래를 만지고, 타고, 입을 맞추는 등의 체험 프로그램을 운영한 것은 2014년 4월 개장 때부터다. 거제씨월드는 수십 마리의 돌고래를 이용해 전시, 쇼 뿐 아니라 체험을 운영하는 곳으로 설립 전부터 해양환경·동물단체들의 강력한 반발을 산 곳이기도 하다. 개장 뒤에도 돌고래들의 연이은 폐사와 국적 세탁 등의 논란을 겪었다. 개장 6년 만에 본격적인 폐쇄요청에 직면한 거제씨월드의 논란들을 정리해봤다.

■ 개장하자마자 반출 시도…돌고래 국적세탁

거제씨월드는 중국계 싱가포르인 림치용 대표의 투자로 설립된 외국자본 기업이다. 림 대표는 필리핀 마닐라에 있는 대형수족관 ‘마닐라 오션파크’의 소유주이기도 하다. 설립 전부터 환경·동물단체들은 이미 수족관을 소유하고 있는 림 대표가 거제씨월드를 통해 ‘돌고래 세탁’을 시도한다는 주장을 해왔다. 실제로 거제씨월드는 개장 초기 두 차례 고래류 반출에 관한 논란을 일으켰다.

첫 시도는 벨루가의 필리핀 반출이었다. 2015년 3월 동물자유연대와 국제환경보호단체 ‘어스 아일랜드 인스티튜트(Earth Island Institute·이하 EII)’는 거제씨월드가 사육 중인 벨루가를 필리핀으로 반출하려는 계획을 폭로했다. 당시 동물자유연대는 “림치용 사장이 러시아에서 포획해 한국에 들여온 벨루가 4마리를 본인이 운영하는 수족관 마닐라 오션파크에 전시하기 위해 2014년 필리핀 정부에 벨루가 수입 허가를 요청했다”며 “우리나라가 야생동물 수입절차가 쉽다는 점을 이용해 한국을 ‘돌고래 세탁국가’로 이용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2015년 11월 환경·동물단체들이 거제씨월드의 큰돌고래 반출 취소를 요구하는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사진 동물자유연대 제공
2015년 11월 환경·동물단체들이 거제씨월드의 큰돌고래 반출 취소를 요구하는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사진 동물자유연대 제공
거제씨월드가 개장 당시 수입한 고래류는 벨루가가 4마리, 큰돌고래 16마리였다. 이 가운데 한국을 통해 수입한 벨루가 4마리를 모두 필리핀으로 보내려 한 것이다. 벨루가들은 러시아 야생에서 포획된 어린 개체들로 세계자연보호연맹(IUCN)이 지정한 ‘멸종위기근접종’이었다. 현재는 ‘멸종위기에 처한 야생동식물의 국제거래에 관한 협약’(CITES)에 등재된 멸종위기종이지만, 당시에는 등재 전이라 국제간 거래가 가능했다.

하지만 2016년 필리핀 정부가 △벨루가가 열대기후인 필리핀에서 사육될 경우 폐사할 가능성이 높으며 △벨루가의 수출, 수입 모두 야생에서의 벨루가 보존에 악영향을 끼칠 가능성이 높다는 동물단체들의 의견을 수용하면서 림 대표의 국적 세탁 시도는 좌절됐다.

반면, 큰돌고래 5마리는 결국 터키로 반출됐다. 2015년 10월 일본 다이지에서 수입한 큰돌고래 5마리를 터키 돌고래 쇼장 ‘랜드 오브 레전드’에 되판 것이다. 거제씨월드는 국제적 멸종위기종인 큰돌고래를 공연용으로 반출하기 위해 낙동강유역환경청에 수출허가를 신청했고, 2주 만에 승인을 얻어낸다.

동물자유연대는 “터키 업체가 큰돌고래를 일본에서 직접 구매하지 않고, 거제씨월드에서 구매하는 것은 국제적인 비난을 피하기 위해서”라고 주장했다. 일본 다이지는 잔인한 돌고래 포획으로 국제적인 지탄을 받아온 곳이다. 돌고래를 좁은 만으로 몰아넣고 작살을 숨구멍에 찌르는 다이지의 잔인한 포경방식은 2009년 다큐멘터리 ‘더 코브 : 슬픈 돌고래의 진실’(The Cove)을 통해 널리 알려졌다.

일본 와카야마현 다이지에서는 매년 9월부터 4월까지 작살을 이용한 포경, 좁은 만으로 몰아서 돌고래를 잡는 포획이 이뤄진다. 사진 시셰퍼드 제공
일본 와카야마현 다이지에서는 매년 9월부터 4월까지 작살을 이용한 포경, 좁은 만으로 몰아서 돌고래를 잡는 포획이 이뤄진다. 사진 시셰퍼드 제공
해양환경단체 핫핑크돌핀스는 환경부의 반출 결정을 ‘21세기 노예무역’이라고 비판하면서 당시 우리나라가 다이지 포획 돌고래 수입 세계 4위인 점을 지적했다. 핫핑크돌핀스는 “일본 재무성 누리집에 공개된 2002~2013년 다이지 돌고래 수출국 현황표를 보면 한국이 4위다. 유럽연합 대부분 나라를 비롯해 국제적인 추세는 다이지 돌고래 수입을 불허하는 것이다. 한국은 돌고래 수입국이라는 오명에 이어, 돌고래 세탁국 1위라는 기염을 토하게 됐다”고 강하게 비판했다.

돌고래 국적세탁 문제가 논란이 되자 해양수산부는 2016년 2월 “앞으로 돌고래 수입금지 조치에 준하는 엄격한 수입 심사를 실시하겠다”고 밝혔고, 이후 2018년 3월 환경부가 야생생물법 시행령 개정을 통해 잔인한 방식으로 포획된 생물 수입을 금지하면서 다이지 돌고래 수입은 실질적으로 금지됐다.

■ 2년 새 6마리 폐사 ‘죽음의 수족관’

보호 중인 돌고래가 잇따라 죽는 문제도 발생했다. 2017년 국내 고래류 사육시설에 대한 민관공동조사에 따르면, 거제씨월드에서는 2015년부터 2년간 돌고래 6마리가 폐사했다. 2015년 2마리, 2016년 3마리, 2017년 1마리 등 총 6마리의 돌고래가 죽어 나간 것이다. 당시 공동조사단은 거제씨월드의 열악한 환경을 지적했다. 고래류 사육시설 총면적은 법적 기준을 만족했지만, 돌고래가 많은 시간을 보내는 개별 수조는 칸칸이 나뉘어 법적 기준(수조 면적 84㎡, 깊이 3.5m 이상)을 충족하지 못했다.

거제씨월드 큰돌고래들 공연 모습. 사진 남종영 기자 fandg@hani.co.kr
거제씨월드 큰돌고래들 공연 모습. 사진 남종영 기자 fandg@hani.co.kr
공동조사단은 “하루 100㎞ 이상을 이동하는 돌고래들에게 길이 20~30m의 수조는 매우 좁은 공간일 수밖에 없다”고 전했다. 이어, 벨루가의 경우도 6m 높이의 수조에서 키우고 있었는데 이는 해외 사육기준(최소 벨루가 몸길이의 1.5배·평균 9m)과 비교해 낮은 수준이라고 지적했다.

극심한 스트레스에 대한 징후도 관찰됐다. 돌고래가 계속에서 벽에 부딪히거나 한 자리에서 반복적으로 뛰어오르는 정형 행동을 보인 것이다. 지난 19일 조약골 핫핑크돌핀스 대표는 애피와의 통화에서 “거제씨월드는 고래 전시시설 가운데서도 고래들에게는 가장 고통이 큰 곳”이라고 말했다. 조 대표는 “거제씨월드는 다른 시설과 다르게 돌고래쇼뿐 아니라 끌어안기, 뽀뽀하기, 사람 태우기 등 육체적 노동뿐 아니라 감정 노동까지 동반된다. 고래류는 인간과 비슷할 정도로 지능이 높은 포유류다. 쇼하기 싫으면 태업을 하기도 한다. 그런 동물이 원하지 않는 접촉을 당할 때의 스트레스는 상당할 것이라 추정한다”고 덧붙였다. 25일 해양수산부를 통해 확인한 거제씨월드의 고래류 보유 현황은 벨루가 4마리, 큰돌고래 7마리였다.

■ 거제시, 시유지 18년간 무상 대여

해양·동물단체들은 거제씨월드의 ‘배짱 영업’이 거제시의 옹호 탓이라고 비판한다. 거제씨월드는 건립 당시 시설 등에 150억원을 투자하며, 시유지를 무료로 제공 받았다. 거제씨월드는 30년 영업 뒤 시설을 거제시에 기부채납하기로 협약을 맺었다. 이에 거제시는 약 2500여 평(8007㎡)의 시유지를 18년간 무상 대여하고, 6년간 경영수익사업금을 보전해주기로 했다.

거제시가 노린 것은 지역경제 활성화였다. 거제시는 2014년 거제씨월드 설립에 대한 산업연관효과 분석에서 연간 270억원의 매출과 140여명의 고용을 유발할 것이라는 분석을 내놨다. 그러나 거제씨월드의 성과는 그에 한참 못 미쳤다. 동물자유연대의 2015년 자료에 따르면, 2014년 거제씨월드의 매출은 27억 9천만원에 불과했다. 영업 손실은 11억6천 만원이었다. 또한 거제씨월드가 140여명의 고용을 유발할 것이라는 분석과는 다르게, 거제시 일운면 지역에서 관리인과 시간제 근로제 몇 명을 고용하는 데에서 그쳤다. 최근 4년간 거제씨월드의 매출액은 30~36억 수준이며, 2019년 영업 손실은 6억 1천만원이었다.

조약골 핫핑크돌핀스 대표는 “거제시는 개장 때부터 대대적인 홍보를 앞세워 거제씨월드에 특혜를 제공했다. 6년이 지난 현재 거제씨월드의 입장객이 얼마나 되는지 궁금하다. 회사의 설립자본도 해외자본이고, 대표도 외국인이다. 6년간의 수익도 싱가폴로 다 빠져나가고 있을 것이다. 동물학대도 문제지만, 시민의 세금이 이렇게 쓰이는 것은 잘못된 일”이라고 비판했다.

거제씨월드의 동물학대 논란에 경남도청 관계자는 “아직 확인 단계다. 거제씨월드 쪽에서 입장을 준비 중인 것으로 안다. 이른 시일 안에 구체적인 조사 계획을 세우고 실사를 진행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한편 26일 오전 11시 서울 광화문광장에서는 국내 해양환경·동물단체 10곳이 거제씨월드의 폐쇄와 수족관 동물체험 즉각 금지를 촉구하는 합동 기자회견을 진행한다.

김지숙 기자 suoop@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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