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여름 애견 펜션에서 수영을 즐긴 순백이. 반려인 김현아씨가 “수영도 잘한다”고 자랑했다.
직장인 김현아(35)씨의 반려견 ‘순백이’는 2016년 9월생, 태어난지 1년 6개월이 된 에너지 넘치는 수컷 비숑 프리제종이다. 좀처럼 짖지 않아 동네 사람들에게 '순한 개' 소리를 들었던 순백이는 지난해 봄, 반려인 가족이 집을 이사하면서 돌변했다. 낯선 환경에 분리 불안증이 생겨 가족들이 외출하기만 하면 짖어댔다. 반려인들은 그 해 봄을 바쳐 순백이의 분리 불안증과 싸웠다.
- 순백이의 돌변에 놀랐겠다.
“아기 때 우리집에 와서 잘 적응하고 지내는 편이었는데, 환경이 바뀌고 난리가 났다. 개가 짖는다고 주민 민원도 받았다. 가족들이 외출할 때면 외출 2시간 전부터 순백이를 달래기 위해 준비해야 했다. 예컨대 오후 3시에 집에서 나가야 하면 1시부터 집을 들락거렸다. 나갔다가 짖으면 다시 들어와 달래고, 또 나가 보고 이런 식으로. 개의 후각 활동을 자극하는 노즈워크 매트를 놓아보기도 하고, 작은 공에 사료나 간식을 집어 넣어 관심을 다른 쪽으로 돌려보기도 했다. 외출할 때는 늘 음악을 켜놓고, 가족 중에 출근이 늦은 사람이 산책을 시켜주고 나가기도 했다. 순백이와 가장 많은 시간을 보내는 엄마는 웬만해선 늘 순백이를 데리고 외출했다. 오래 살던 아파트에서 멀지 않은 곳에 이사를 해서 동네 사람들이 많이 이해를 해줘서 미용실에도 데려가고 작은 카페에도 데려가고 그랬다. 처음에는 당황해서 여기저기 상담을 받기도 했는데, 가족들의 노력 끝에 자연스레 헛짖음이 잦아들었다.”
-다른 개를 한마리 더 입양하는 것도 고민했다고.
“반려견 훈련사가 순백이는 성격이 좋고 다른 개들과도 잘 어울리는 편이어서 함께 사는 친구가 있으면 분리 불안이 없어질 것이라고 했다. 다만 조건이 순백이 같은 성격이어야 한다는 것. 질투가 심한 아이가 둘째로 들어오면 오히려 자리를 뺏기고 스트레스를 더 받을 수도 있다고 해서 새로운 개를 들이는 건 마음을 접었다.”
지난해 지역에서 열린 반려동물 축제에 참여한 순백이. 여러 프로그램 가운데 달리기 대회에 나갔다. 결과를 묻자 김현아씨는 “거꾸로 뛰었다”며 폭소했다.
- 순백이가 오고 가족들이 달라진 점이 있나.
“글쎄, 가족들이 원래 동물을 좋아해서 크게 바뀐 점은 없다. 다만 아무래도 엄마가 혼자 시간을 보내실 때가 많아 마음이 쓰였는데, 그 점은 많이 위안이 된다. 동물 한 마리가 있으면 분위기도 따뜻해지고 할 얘기도 더 많아지고 그런다고 하지 않나. 엄마가 겉으론 순백이를 구박하는 듯 하면서도 가장 많이 챙겨주고, '아이고, 배고파? 어 그랬어? 나갈까?' 이렇게 말 붙여주실 때 보면 같이 살기 잘한 것 같다.”
- 순한 개로 다시 돌아온 순백이에게 더 바라는 게 있을까.
“1년 여전 조그많던 순백이가 어느덧 몸무게가 6.8kg이 됐다. 병원에서 약간 다이어트가 필요하다고 하더라. 무릎에 무리가 갈 수도 있으니 건강 관리 차원에서 살을 좀 빼는 게 좋겠다고 했다. 엄마는 순백이 편을 들어주며 자꾸만 털 때문에 개가 커보인다고 하시는데, 아니다. 요즘 밥을 적게 줘서 순백이가 빈 밥그릇 핥다가 그릇이 엎어져서 시무룩해하는 모습 보면 마음이 짠하지만 어쩔 수 없다. 순백아, 무릎 빠지면 안돼. 우리 살 빼자.”
글 신소윤 기자
yoon@hani.co.kr, 사진 김현아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