콩이(왼쪽)와 츄. 체구 차이가 무척 나지만 츄가 나이를 먹은 탓인지 예전만큼은 싸우지 않는다.
직장인 성임은(25)씨는 지난 2월 졸업식에서 지인들에게 ‘사료 화환’을 받았다. 그가 반려견 ‘츄’와 ‘콩이’에게 쏟은 애정을 알기 때문이다. 지난달 31일, 9살 코커스패니얼 ‘츄’와 6살 말티즈 ‘콩이’의 이야기를 들어보기로 했다. 강아지와 함께한 추억을 회상하고 있는 도중에 츄가 카페를 어슬렁거리더니 고양이 밥그릇에 담긴 사료를 두 입에 해치웠다. 놀란 성씨와 기자는 헐레벌떡 츄를 데리고 왔다.
-츄가 참 잘 먹네요.
“츄는 식탐이 많아요. 얼마 전에 자율 배식을 하려고 사료를 밥그릇 가득 뒀는데, 채우는 족족 먹어서 집에 ‘똥 폭탄’을 맞은 적이 있어요.”
-같이 사는 콩이의 밥은 무사한가요.
“원래 콩이는 사료 한 알, 한 알 음미하면서 먹고, 배부르면 뱉었어요. 츄가 콩이 밥그릇을 자꾸 노리니까, 밥을 무리해서 다 먹더라고요. 콩이가 2~3㎏ 쪘어요. 배부르면 안 먹으면 되는데, 그걸 굳이 먹겠다고…”
-같은 집에 살아도 성향이 다르네요.
“그렇죠. 콩이는 2014년 봄에 중랑천에서 구조했어요. 발견 당시 털이 길게 자라 있었고, 건강이 안 좋아 보였어요. 츄는 2011년에 언니가 펫숍에서 입양했어요. 그 좁은 플라스틱 상자에서 자기를 데려가 달라고 낑낑거렸대요. 지금 생각하면 부끄러워요. 당시에는 개에 대해 전혀 몰랐죠.”
-개를 잘 모르는 상태였다면, 두 친구를 키우기가 힘들지 않았나요.
“전 세 마리를 키웠어요. 콩이, 츄를 만나기 전에 ‘똘이’(코커스패니얼)와 함께 살았어요. 그런데 콩이를 만난 후 얼마 되지 않아서 똘이가 차에 치여 죽었어요. 산책을 하는데, 오던 차를 못 보고 그만…. 화장실에서 울고 있는데 츄가 달려와 저를 핥아주고 곁에 있어 줬어요.”
-츄가 의젓하게 잘 위로를 해줬네요.
“사고 이후에 츄가 스트레스를 받았는지, 콩이 얼굴을 물었어요. 콩이의 왼쪽 눈이 실명 위기였죠. 그때까지만 해도 콩이가 사람에 대한 경계심이 심해서 손을 대면 물었어요. 그런데 안약을 시간 맞춰 넣어야 했죠. 콩이를 학교에 데려가서 학생회실에 맡기고 수업을 들으러 갔어요. 수업이 끝나면 콩이를 보러 오고요. 두 달 정도를 그랬더니 콩이가 마음의 문을 열더라고요.”
-콩이 눈은 괜찮나요?
“안타깝게도 왼쪽 눈을 잃었어요. 지금은 의안을 했고요. 그렇지만 처음 만났을 때처럼 사람을 무서워하지 않아요.”
-츄랑 콩이는 잘 지내나요?
“츄가 나이를 먹어서 그런지 예전만큼은 힘들지 않아요. 각자의 영역에서 휴식을 취하죠. 물론 밥 먹을 때는 빼고요.”
-똘이, 츄 그리고 콩이를 만나고 동물에 대한 생각이 많이 달라지셨다고요.
“세 친구를 만난 후 동물보호단체에 정기 후원하고, 동물권을 공부하기 시작했어요. 또, ‘개고기는 먹지 말자고 하면서 닭이나 돼지, 소는 왜 먹냐’는 질문에 대해 많이 고민했어요. 이후 비육식모임에 참여했어요. 동물을 동정하는 마음을 넘어서 생명 윤리를 같이 생각해야 하는 것 같아요. 잘 정리해 나가야죠.”
안예은 교육연수생
seoulsouljazz@g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