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광고

광고닫기

광고

본문

광고

애니멀피플 반려동물

반려견 까미·리케 ‘간식 저장소’ 들켰네

등록 2018-09-04 09:00수정 2018-09-04 10:15

[애니멀피플] 애피의 에피소드-까미와 리케
안락사 1주일 남기고 극적 구조된 두 마리
이제는 마당 생활 즐기는 ‘사고뭉치 콤비’
한씨 “만년 서열 3위여도 함께여서 행복해”
목줄을 하고 산책 중인 리케(왼쪽)와 까미. 일단 사람을 보면 배를 깔고 누워 버리는 천진한 리케와 달리 까미는 조심성이 많다. 한재니씨 제공
목줄을 하고 산책 중인 리케(왼쪽)와 까미. 일단 사람을 보면 배를 깔고 누워 버리는 천진한 리케와 달리 까미는 조심성이 많다. 한재니씨 제공
동물만 서열이 있는 게 아니다. 사람도 서열이 있다. 바로 반려견이 매기는 집안 서열이다. 5살 ‘까미’(미니어처 핀셔)와 ‘리케’(비글)가 매긴 한재니(20)씨의 집안 서열은 몇 번째일까. 재니씨는 까미와 리케 기준, 세 번째라고 한다. 두 마리가 가장 좋아하는 사람은 할아버지라고 꼽았다. 울산에서 마당 생활을 하고 있는 두 친구의 이야기를 들어봤다.

-왜 할아버지는 까미랑 리케가 꼽은 서열 1위가 됐을까요.

“할아버지가 까미랑 리케를 가장 아껴요. 할아버지가 ‘쓰읍’ 한 마디만 하시면 무슨 마법의 주문처럼 강아지들이 그걸 다 알아들어요. 집에 들어 가라, 먹지 마라, 하는 말들을 맥락으로 다 안다니까요? 할아버지가 언제 한 번은 ‘쓰읍’ 했더니 애들이 할아버지한테 막 달려가서는 앉아서 간식을 기다려요. 제가 옆에서 먹으라고 했는데 절대 안 먹어요. 할아버지 눈치만 살살 보더라고요.”

-본인이 집안 서열 세 번째면 두 번째는 누구인가요.

“저희 아빠요. 아빠가 까미랑 리케를 데리고 왔거든요. 두 마리 다 유기견이에요. 5년 전에 까미가 일주일 앞으로 다가온 공고 기한을 기다리며 동물병원에 앉아 있었대요. 안락사 위기에 처한 까미를 데려오고, 그 다음에 까미 친구를 만들어 주고 싶어서 동물병원에 다시 갔더니 까미가 앉아있던 자리에 리케가 앉아있었다고 하더라고요. 역시 안락사가 일주일 남은 상태로요.”

-극적으로 입양이 된 거네요.

“그래서 그런지 까미랑 리케 서로 죽고 못 살아요. 목욕을 시키려고 까미를 데려가려고 하면 남은 리케가 데려가지 말라는 듯이 짖고 울어요. 두 마리 다 함께 산책하기 힘들어서 한 마리씩 가려고 해도 남은 한 마리가 계속 짖고 울더라고요.”

-그럼 서로 죽이 잘 맞겠어요.

“언제가 할아버지가 마당 잔디를 깎는데 까미랑 리케가 서로 합심해서 특정 부분에 앉아 오지 말라는 듯이 짖더라고요. 원래 얘네가 할아버지한테는 절대 안 짖는데 이상하잖아요. 무슨 일인가 싶어 다른 곳으로 옮기고 잔디를 밀었어요. 근데 거기에 개껌이나 간식을 엄청 모아둔 거예요. 벌레가 들끓고 있더라고요. 할아버지가 머리를 ‘딱콩’하고 때리며 애들을 혼내는데 풀 죽은 듯 눈치를 보더라고요. 이후 3일에 한 번씩 간식을 주는 걸로 타협을 봤죠.”

-사고뭉치 콤비네요. 서로 그렇게 친한 이유는 성격이 비슷해서일까요?

“성격은 완전 반대예요. 산책을 하면 딱 보여요. 리케는 사람을 보면 바로 배를 뒤집고 애교를 부리고 난리가 나요. 까미는 사람을 좀 경계하고 친해지기 힘들어요. 까미는 사람이 보이면 짖고, 리케는 사람이 보이면 땅에 배를 문지르고 난리가 나고.… 같이 산책 시키다가 너무 힘들었어요. 마당에서 키워 망정이지 매일 산책을 시킨다면 큰일이 났을 거예요.”

-마당에서 지내는 친구들인데, 추울 때나 더울 때는 어떻게 하나요.

“더울 때 주는 간식이 있어요. 좋아하는 과일이나 간식 등을 잘게 썰어서 얼음 틀에 넣고 물이랑 같이 얼리는 거예요. 더워할 때 그걸 주면 되게 좋아해요. 겨울에는 강아지들 벽돌 집에 보일러가 들어오거든요. 그렇게 할 수 있도록 따로 집을 지었어요. 너무 춥거나 더우면 집안에 잠시 데려오기도 하면서 지내고 있어요.”

서울에서 대학 생활을 하고 있는 한씨는 할아버지와 통화에서 까미와 리케의 안부를 꼭 확인한다. 할아버지가 “재니는 언제 온다 하노?”라고 물으면 두 친구들이 이름을 알아 듣고 귀를 쫑긋거리며 관심을 보인다고 한다. 서열 3위도 살뜰히 챙기는 두 강아지, 마당 생활에 즐거움만 가득하길 바란다.

안예은 교육연수생, 신소윤 기자 yoon@hani.co.kr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
언론 자유를 위해, 국민의 알 권리를 위해
한겨레 저널리즘을 후원해주세요

광고

광고

광고

[애니멀피플] 핫클릭

1600㎞ 날아가 날개 부러진 채 발견된 21살 매의 노익장 1.

1600㎞ 날아가 날개 부러진 채 발견된 21살 매의 노익장

노화의 3가지 수의학적 지표…우리 멍냥이는 ‘어르신’일까 2.

노화의 3가지 수의학적 지표…우리 멍냥이는 ‘어르신’일까

새끼 지키려, 날개 부러진 척한다…댕기물떼새의 영리한 유인 기술 3.

새끼 지키려, 날개 부러진 척한다…댕기물떼새의 영리한 유인 기술

아부지 차 뽑았다, 히끄야…첫 행선지는? 4.

아부지 차 뽑았다, 히끄야…첫 행선지는?

서두르지 마세요…반려동물의 ‘마지막 소풍’ 배웅하는 법 5.

서두르지 마세요…반려동물의 ‘마지막 소풍’ 배웅하는 법

한겨레와 친구하기

1/ 2/ 3


서비스 전체보기

전체
정치
사회
전국
경제
국제
문화
스포츠
미래과학
애니멀피플
기후변화&
휴심정
오피니언
만화 | ESC | 한겨레S | 연재 | 이슈 | 함께하는교육 | HERI 이슈 | 서울&
포토
한겨레TV
뉴스서비스
매거진

맨위로
뉴스레터, 올해 가장 잘한 일 구독신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