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축에서 나오는 메탄은 전 지구 온실가스 발생량 가운데 5%를 차지한다. 클립아트코리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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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나 양 등 반추동물의 고기를 많이 먹는 행위는 기후변화의 핵심 원인 중 하나다. 반추동물을 기르는 목초지를 만들기 위해 숲이 훼손될 뿐더러 반추동물의 특성상 풀을 뜯어 위에서 소화하는 되새김 과정에서 막대한 양의 메탄가스가 나오기 때문이다.
‘지구를 지키자’는 비건과 채식 문화가 서구 문화권에서 확산하는 이유도 이 때문이다. 하지만 ‘찻잔 속의 태풍’이 될 가능성도 크다. 왜냐하면, 선진국의 고기·유제품 수요 감소와 비교할 수 없을 만큼 중국과 인도 그리고 아프리카 저개발국의 소비량이 늘어날 공산이 크기 때문이다. 이들 나라에선 인구 증가와 경제 성장으로 육류 중심의 서구 식단이 확산하고 있다.
그렇다면, 고기와 유제품의 수요 부문을 건드리지 않고 기술적인 해결책만으로 메탄 방출량을 줄일 수는 없을까? 비건과 채식하는 사람들의 도움 없이, 순수한 ‘사육 과정과 기술의 혁신’으로 말이다.
세계 14곳에 지부를 둔 국제축산연구소(ILRI)와 미국 펜실베이니아주립대 등
국제 연구팀은 15일 출판된 과학저널 ‘미 국립학술원회보’(PNAS)에서 이 가능성을 탐구했다.
연구팀은 우선 ‘지구 평균기온 상승 폭을 산업화 이전 대비 1.5℃ 이하로 묶어두자’는 2015년 파리협정의 목표를 달성할 수 있을지 봤다.
이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선 2030년까지 농업 부문 메탄 방출량을 2010년 대비 11%∼30% 낮추어야 하고, 2050년까지는 24%∼47%를 낮춰야 한다.
소 등 반추동물의 메탄 발생량을 줄이기 위해 사육 방법으로 제시된 것들. 국제축산연구소 제공
연구팀은 98개의 시나리오가 담긴 430개의 논문을 메타 분석하여, 반추동물의 메탄 배출량을 줄일 수 있는 방법을 정리했다. 우선 고기와 유제품 등 단위 생산물당 메탄 배출량을 줄이기 위해서 △사료 급여의 질을 높이고 △덜 자란 풀을 먹이고 △조 사료와 농후 사료의 비율을 조정하는 등 세 가지 방법을 제시했다. 조 사료는 섬유질이 풍부한 풀 같은 사료이고, 농후 사료는 단백질과 지방 등 영양분이 담긴 사료다. 이런 전략을 결점 없이 완수하면 2030년까지 단위 생산물당 메탄 방출량을 최대 12% 줄일 수 있다고 연구팀은 밝혔다.
연구팀은 또한 △메탄 방출 억제제 △타닌산이 함유된 사료 △기름과 지방 △종자유(식물의 씨 기름) △질산염 등을 넣어 개선한 사료를 급여하면, 반추동물의 위에서 나오는 절대적인 메탄 방출량을 2030년까지 최대 21% 줄일 수 있다고 보고했다.
연구팀은 “이런 방식을 100% 적용했을 때 2030년의 ‘1.5℃ 목표’는 달성할 수 있지만, 2050년에는 불가능하다. 왜냐하면 고기와 우유 수요 증가로 (절대적인 가축 개체수 증가에 따른) 메탄 배출량이 늘어나기 때문이다.”고 설명했다.
결론적으로 현존하는 사육 과정과 기술의 혁신만으로 메탄 방출량을 획기적으로 줄이는 것은 불가능하다는 걸 보여준다. 가능한 모든 방법을 동원해 2030년까지 1.5℃ 아래로 묶어둘 수 있지만, 이 또한 사육 과정의 혁신이 100% 적용된다는 전제일 뿐이다.
국제축산연구소 케냐 지부의 수석과학자 클라우디아 안트는 “이번 연구결과는 메탄 발생을 줄이기 위해서는 (사육 과정 혁신 외에) 다른 방법이 필요하다는 걸 보여준다. 수요와 공급 영역에서 메탄 발생을 줄이는 전략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인용 논문: Proceedings of the National Academy of Sciences,
DOI: 10.1073/pnas.2111294119
남종영 기자
fandg@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