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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니멀피플 생태와진화

코끼리보다 목청 큰 육상동물은? 힌트 : 길이 30cm 안팎

등록 2021-06-02 17:04수정 2021-06-02 18:05

[애니멀피플]
지상에선 코끼리보다 남미 새 125데시벨, 바다에선 향고래 239데시벨
코를 위로 세우고 소리를 지르는 아프리카코끼리. 위키미디어 코먼스 제공.
코를 위로 세우고 소리를 지르는 아프리카코끼리. 위키미디어 코먼스 제공.

동물은 영역을 지키고 짝짓기를 위해 또 방향을 잡고 먹이를 사냥하느라 소리를 낸다. 소통수단인 소리는 빠르고 정확하며 내용이 풍부하고 멀리 도달한다. 

이런 탁월한 소통수단을 구사하는 동물에는 새 1만종, 개구리 7000종, 포유류 6000종을 비롯해 수많은 물고기와 곤충 등 엄청나게 많다. 그렇다면 어떤 동물이 큰 소리를 낼까. 소리의 상한은 어느 정도일까.

코언 엘레만스 교수 등 남 덴마크대 연구자들은 그동안 다양한 동물을 대상으로 측정한 소리 크기를 ‘음원에서 1m 떨어진 곳에서의 음압’으로 표준화해 비교했다. 과학저널 ‘생태학 및 진화 최전선’ 최근호에 실린 논문을 통해 최고의 ‘목청’을 지닌 동물을 알아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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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도 코끼리 못잖아

덩치가 크다고 큰 소리를 내는 건 아니다. 지상 최고의 목청을 보유한 남미의 새 흰 벨버드(왼쪽)와 지구에서 가장 큰 소리를 내는 향고래. 위키미디어 코먼스 제공.
덩치가 크다고 큰 소리를 내는 건 아니다. 지상 최고의 목청을 보유한 남미의 새 흰 벨버드(왼쪽)와 지구에서 가장 큰 소리를 내는 향고래. 위키미디어 코먼스 제공.

지상 최대의 동물인 아프리카코끼리는 120데시벨(㏈)의 소리를 낸다. 이륙하는 민간 항공기에서 나는 100㏈보다 훨씬 큰 소리다. 땅이 흔들릴 만큼 음압이 크지만 주파수가 낮아 시끄럽지는 않다.

포유동물 가운데 큰갈색박쥐 121㏈, 작은불독박쥐 120㏈ 등 일부 박쥐가 코끼리 못지않은 큰 소리를 낸다. 이들은 방향을 잡기 위해 특정한 방향으로 내쏘는 소리이고 주파수가 높아 우리 귀에는 들리지 않는다.

지상에서 가장 큰 소리를 내는 동물은 뜻밖에 길이 30㎝가 안 되는 작은 새이다. 남미 가이아나 열대림에 사는 장식 볏이 독특한 흰 벨버드라는 이름의 새 수컷은 125㏈의 소리로 암컷을 유혹한다.

개구리도 대표적으로 큰 소리를 내는 동물이다. 미국에 사는 가재개구리는 양서류 최고치인 110㏈을 기록했고 세계적인 멸종위기종인 중국악어도 짝짓기 때 105㏈을 냈다.

양서류 가운데 가장 큰 105㏈로 우는 가재개구리. 스탠리 트라우스, 위키미디어 코먼스 제공.
양서류 가운데 가장 큰 105㏈로 우는 가재개구리. 스탠리 트라우스, 위키미디어 코먼스 제공.

매미는 곤충계에서 가장 큰 목청을 지닌 동물이다. 남아프리카 숲에 사는 매미는 포식자를 피해 새벽이나 어스름에 잠깐 우는데 체온을 높이며 102㏈까지 음압을 높여 짝을 찾는다.

남아프리카의 숲 매미 일종(피크나 세미클라라)으로 102㏈의 소리를 낸다. 위키미디어 코먼스 제공.
남아프리카의 숲 매미 일종(피크나 세미클라라)으로 102㏈의 소리를 낸다. 위키미디어 코먼스 제공.

길이 2㎜인 꼬마물벌레도 무려 99㏈의 소리를 낸다. 특이하게 이 벌레는 생식기를 배에 문질러 이런 큰 소리를 낸다.

생식기를 배에 문질러 99㏈의 큰 소리를 내는 꼬마물벌레.
생식기를 배에 문질러 99㏈의 큰 소리를 내는 꼬마물벌레.

연구자들은 “모든 분류군에서 100㏈이 넘는 소리를 내는 종을 발견할 수 있었다”며 “육상동물이 낼 수 있는 최대 음압은 140∼150㏈로 보인다”고 논문에 적었다.

소리가 주요 소통수단인 사람도 목청이 큰 동물이다. 기존 연구에서 사람이 외치는 소리는 105㏈로 나타났다. 그러나 기네스북에 오른 기록은 한 교사가 학생들에게 ‘조용!’이라고 외치는 소리가 122㏈, 그냥 지르는 소리가 129㏈이다. 그러나 연구자들은 “이 기록이 다른 동물과 같은 표준적인 측정방법으로 잰 것인지 확인하지 못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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딱총새우도 183㏈ ‘굉음’

향고래는 지구에 사는 동물 가운데 가장 큰 소리를 낸다. 빌모스 빈체, 위키미디어 코먼스 제공.
향고래는 지구에 사는 동물 가운데 가장 큰 소리를 낸다. 빌모스 빈체, 위키미디어 코먼스 제공.

물속에도 목청 큰 동물이 산다. 무게 150t 길이 25m로 지구에서 출현한 가장 큰 동물인 대왕고래는 199㏈의 소리를 낸다. 그러나 수염 대신 이빨로 사냥하는 이빨고래는 덩치는 수염고래보다 작아도 초음파로 큰 소리를 낸다. 가장 큰 목청을 지닌 고래는 향고래로 239㏈을 기록했고 큰돌고래 222㏈ 범고래 220㏈ 등으로 뒤를 이었다.

그렇다면 지구에서 가장 큰 소리를 내는 동물은 향고래일까. 일단 물은 공기보다 밀도가 높아 데시벨 값이 공기보다 26㏈ 더 높게 나타난다는 점을 고려해야 한다. 향고래 소리는 물 밖에서 213㏈에 해당한다.

또 데시벨은 음압을 가리킬 뿐이어서 소리의 양상은 차이가 난다. 대왕고래의 소리는 10∼30초 지속하지만, 향고래의 클릭 음은 1만분의 1초 동안만 지속하기 때문에 연속되는 딸깍대는 소리로 들린다. 어쨌든 지구에서 가장 큰 소리를 내는 동물은 향고래라고 할 수 있다.

183㏈의 소리를 내는 흑돔. 위키미디어 코먼스 제공.
183㏈의 소리를 내는 흑돔. 위키미디어 코먼스 제공.

이밖에 물고기 가운데는 흑돔이 183㏈의 소리를 내며 작은 무척추동물인 딱총새우가 내는 소리도 같은 수준이다. 연구자들은 “공기 중에서는 최고값이 120㏈ 근처에 몰리는 경향을 보였지만 물속에서는 범위가 넓다”며 “물 밖이든 속이든 동물은 소리를 내는 물리적 한계까지 끌어올려 큰 소리를 내도록 진화했다”고 밝혔다.

인용 논문: Frontiers in Ecology and Evolution, DOI: 10.3389/fevo.2021.657254

조홍섭 기자 ecothink@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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