콩고분지의 둥근귀코끼리. 열대림 유지에 중요한 생태적 기능을 하지만 멸종이 임박한 상태이다. 힐데 반리우에, 세계보전협회(WCS) 제공.
코끼리는 아시아코끼리와 아프리카코끼리 2종이 있는 것으로 알려졌지만 이제부터는 3종이 됐다. 아프리카코끼리가 콩고분지의 열대우림에 사는 둥근귀코끼리(숲코끼리)와 초원과 사막에 사는 사바나코끼리 등 2개의 다른 종으로 공식 구분됐다.
주기적으로 멸종위기 동·식물을 조사해 ‘적색 목록’을 새로 작성하는 세계자연보전연맹(IUCN)은 26일 최근의 유전자 연구결과를 종합해 아프리카코끼리의 종 분리를 결정했다고 밝혔다.
새로 구분된 아프리카 코끼리의 분포지역. 왼쪽이 사바나코끼리, 오른쪽이 둥근귀코끼리 분포지역이다. 갈색은 현재 서식지이고 적갈색은 서식할 가능성이 있는 지역이다. IUCN 제공.
종 분리와 함께 각 종의 개체수가 줄어들면서 이제까지 ‘취약’ 등급이던 아프리카코끼리의 멸종위기 등급이 둥근귀코끼리는 ‘위급’으로 사바나코끼리는 ‘위기’ 등급으로 각각 상향 조정됐다. 위급은 멸종 바로 직전 단계의 위험한 상태를 가리킨다.
생태계 유지에 중요한 구실을 하는 아프리카 코끼리는 그동안 상아를 노린 밀렵과 농업 등에 의한 서식지 파괴로 개체수가 심각하게 줄었다. 둥근귀코끼리는 지난 31년 동안 86% 이상, 사바나코끼리는 지난 반세기 동안 적어도 60%가 감소했다고 이 연맹은 밝혔다.
특히 국제 범죄조직과 연관된 밀렵이 기승을 부린 2008년 이후 코끼리가 급격히 줄었다. 19세기 초만 해도 270만 마리에 이르던 아프리카 코끼리의 수는 연맹이 가장 최근 조사한 2016년 집계에서 41만5000마리에 그쳤다.
주로 초원과 사막에 서식하는 사바나코끼리는 부분적으로 밀렵 단속이 강화돼 개체수가 늘고 있지만 개발과 함께 농민과 충돌이 잦아 사살되는 경우가 늘고 있다. IUCN 제공.
이번 평가를 주도한 연맹 아프리카 코끼리 전문가 집단 캐서린 고부시 박사는 “상아 수요는 좀처럼 잦아들지 않고 있고 아프리카의 야생지역에 대한 사람의 압력은 더욱 강해지고 있다”며 “아프리카 코끼리에 대한 우려가 큰 만큼 이들을 잘 보전하고 동물과 그 서식지를 현명하게 관리할 필요가 전에 없이 커졌다”고 말했다.
이번 재평가로 둥근귀코끼리 보전이 시급한 현안으로 떠올랐다. 서아프리카 가봉 등 열대우림에 사는 이 코끼리는 사바나코끼리에 견줘 몸집이 작고 귀가 둥글며 상아가 곧은 특징이 있다.
이 코끼리가 작은 나무를 먹어치워 큰 나무가 많은 독특한 아프리카 열대우림을 형성하는 데 기여한다는 사실이 밝혀지기도 했다(▶
하루 450㎏ 먹는 코끼리, 기후변화 줄이는 ‘착한 식성’).
둥근귀코끼리는 열대우림의 형성과 유지에 기여하는 것으로 알려진다 IUCN 제공.
앤드루 테리 런던동물원 박사는 “사바나 코끼리는 보전 노력 결과 많은 곳에서 개체수가 회복되고 있지만 둥근귀코끼리의 사정은 다르다”며 “심각한 밀렵과 서식지 감소 압력 때문에 카메룬의 디지아 생물권보전지역에서만 해도 1995년 이후 개체수가 70% 줄어 현재 220마리밖에 남지 않았다”고 말했다.
둥근귀코끼리와 사바나코끼리가 계통에서 갈라진 것은 500만∼600만년 전으로 사람과 침팬지 조상이 갈라진 것과 비슷한 시기이다. 학계에서는 10여년 전부터 두 집단의 아프리카코끼리가 종 수준에서 유전자 차이가 난다고 알려졌으나 두 코끼리가 잡종을 이루기도 해 별개의 종으로 나누는 문제를 둘러싼 논란이 벌어져 왔다.
조홍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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