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제인(17)씨 ‘고양이 삼대’의 첫째 하늘이. 세 고양이 중 가장 나이가 많은 네 살이다.
애니멀피플이 지금까지 쏟아낸 기사 중 가장 정보성이 강한 기사가 있다.(관련기사
‘냥덕 멍덕의 언어 세계로 초대합니다')
다음 문장을 읽어보자. “냥줍을 하였더니 고등어는 식빵을 굽다가 고구마를 만들고 갔더라”. 말하자면 외계어로 가득한 이 문장을 해독하는 비법을 정리한 것이다. (그 어떤 고양이 커뮤니티도 이렇게 친절하게 정리하지 못했다고 ‘혼자’ 단언한다)
성묘, 캣초딩, 아깽이 등 어른부터 새끼까지 전 연령대의 고양이와 함께 사는 강제인(17·경기 부천)씨. 지난 4일 그와 인터뷰를 하는데, 각종 고양이 은어로 위 기사를 참고해야 했다. 오늘은 통역기가 필요한 고교생 강제인씨의 에피소드다.
-세 고양이 중 막내냥이(막내 고양이)를 얘기해주고 싶다고요?
“네. 사흘 전이었어요. 고양이 단톡방에 한 분이 새끼고양이가 지하주차장에서 혼자 울고 있다고 했죠. 단톡방 사람들 모두 숨죽이며 듣다가 우선 병원에 데리고 갔다 오라고 권했죠.”
이번에 새 식구가 된 막내 ‘아토’. 새끼 고양이 ‘아깽이’다.
-이상은 없었나요?
“다행히 범백(범백혈구 감소증)은 아니었다고. 하지만 몸무게가 500g, 영양실조. 분유와 젖병을 사가지고 와서 돌봤는데, 일주일에 한 번밖에 안 쉬는 직장인이라서 제대로 돌볼 수 없다고 안타까워하셨어요. 그분이 임시 보호할 분을 찾았고, 제가 손을 든 거죠.”
-아깽이의 이름은 지었나요?
“아토입니다! 선물이라는 뜻으로 지었어요.”
-손을 번쩍 든 이유가 있었을 듯.
“사실 옛날에 잃은 아깽이(태어난 지 얼마 안 된 아기 고양이)가 떠올랐어요. 아직 뼈밖에 없는 빼빼 마르고 작은 아기이지만, 제 사랑받으며 첫째, 둘째랑 그리고 저랑 행복하게 지내고 싶어요.”
-언니 오빠 냥이도 있었군요.
“첫째는 하늘이. 4살 성묘. 2015년에 입양한 길냥이(길고양이)예요. 둘째는 레오. 7개월 된 캣초딩(새끼를 벗어난 어린 고양이). 어떤 분이 길고양이를 구조해 치료 중이었는데, 계속 키우지 못할 환경이어서 제가 데리고 왔어요!”
-처음 아토를 데리고 와서 힘들지 않았어요?
“엄청 많이 경계하고 하악질(입을 크게 벌리고 ‘하악' 하며 이빨을 드러내는 행동) 했죠. 괜히 스트레스받게 한 거 아닌가 싶기도. 그래도 하늘이와 레오가 조금씩 받아주더라고요.”
강제인씨가 어려운 처지의 길고양이를 입양하는 이유는 어릴 적 캣맘을 하다가 헤어진 냥이의 기억 때문이다. “동생이 팥을 줘서 별이 됐다”며 자책하고 있지만, 그 길고양이는 다른 험한 일로 무지개다리를 건넜을 것이다. 17살 청소년 그리고 성묘, 캣초딩, 아깽이의 행복한 삶을 위해 엄지 척!
글 남종영 기자
fandg@hani.co.kr, 사진 강제인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