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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 이누리씨에게 “존재만으로도 위로가 된다”는 고양이 호.
대학생 이누리(24)씨는 ‘애니멀피플’의 ‘최애독자’다. 어느 정도 애독자이냐하면, ‘애피’ 페이스북에 새 기사가 올라오면 꼭 친구를 소환해 기사를 소개하고, 동물들의 삶에 공감해 울고 웃는 감정으로 댓글을 단다. 몇 년 전까지만 해도 “동물에 1도 관심이 없었다”는 그는 1살 고양이 ‘호’와 함께 살면서 동물에 대한 시선이 완전히 달라졌다고 한다.
-‘호’는 어떤 인연으로 만났나.
“호를 만나기 전에 집앞에 자주 보이던 길고양이들이 있었다. 2015년 구내염에 걸린 고양이에게 사료에 약을 타서 주는 것이 시작이었다. 한번 고양이와 ‘묘연’이 생기지 다른 고양이도 일상에 스몄다. 2016년 ‘여름’이라 이름 붙인 임신한 고양이를 돌보면서 길고양이의 삶을 더 깊이 들여다보게 됐다. 여름이는 그해 새끼 4마리를 낳았다. 이후 온라인 고양이 커뮤니티에 자주 들락거리게 되었고, 그러던 중에 구조된 아기 고양이를 임시 보호해줄 곳을 찾는 글을 봤다. 내가 임시 보호를 맡아 두 달간 같이 지내다 입양을 보냈다. 그동안 정이 들었는지 보내면서 엉엉 울었다. 그런데 간 지 1주일만에 입양 간 집의 식구 중 한 명이 고양이 털 알러지가 너무 심해 병원 응급실에 실려갔다고 연락이 왔다. 다른 집으로 다시 보내려고 했는데, 마음이 많이 힘들었다. 이렇게 된 이상 인연인가 싶어 같이 살기로 했다.”
-이제 1살이면 아주 아기일 때 구조가 됐나보다.
“구조하신 분의 말에 따르면 지난해 여름 날이 무지 더웠던 날, 길 위에 아기 고양이가 혼자 가만히 앉아 있더란다. 한참 지켜보니 몸이 약해 어미에게 버려진 아이인 것으로 추측됐다. 구조 후 몸을 살펴 보니 피부에 곰팡이가 생겨 엉망이었다. 지금은 완전히 회복해 건강해졌다. 덩치도 다른 고양이에 비해 1.5배 정도 크고, 활발하고 놀기 좋아하는 고양이로 자랐다.”
이누리씨가 임시보호하던 당시 호의 ‘아깽이’ 시절. 집안을 탐색하고 있다.
성묘가 된 호. 다리와 몸이 유독 긴 ‘모델냥’의 면모가 있다.
-호를 임시 보호한 뒤 입양하는 걸 망설인 까닭은 무엇인가.
“첫번째는 내가 아직 학생이라 경제적으로 자립을 하지 못했다는 것, 두번째는 부모님이 당연히 반대할 거라는 것 때문이었다. 첫번째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 축구 경기장 부스 안내, 백화점 팝업 스토어 등에서 단기로 아르바이트를 하고, 인턴십을 하면서 돈을 모았다. 언니와 남동생과 함께 사는데, 지금 남동생은 군대에 있어서 언니와 호를 위해 돈을 모으는 통장을 만들었다. 한달에 각각 2만원씩 4만원을 저축한다. 이제 8개월 가량 모아 얼마 되지 않지만 이 돈은 호가 더 나이 들거나 큰일이 생기면 쓰기로 했다. 제주에 사는 부모님께는 처음엔 비밀로 하다가 결국 말씀드렸는데, 고양이를 싫어하셔서 한동안은 우리 집에 오시지도 않았다. 결국 엄마가 납득해주셨고, 아빠도 마음이 좀 풀리셨다.”
-호가 있을 때와 없을 때의 삶을 비교하면?
“존재만으로 위로가 된다. 이대로 평생 고양이랑 살아도 되겠다 싶은 생각이 들 정도다. 호랑 잠을 따로 자는데 아침에 누워 있으면 호가 보채면서 가까이 온다. 내 몸에 자기 몸을 딱 맞춰 붙이고는 별 일 없이 시간을 보내는데, 그 시간이 참 좋다. 그리고 호가 없을 때는 내가 사는 반경 안의 동물들에 대해 생각해본 적이 없다. 하지만 이제 그동안 그 자리에 있었지만 내 눈에 보이지 않았던 동물들이 보인다. 기존에는 동물 기사를 읽어도 그렇게 깊이 생각해본 적이 없고 동물권을 인간 중심으로 생각했다. 하지만 지금은 오히려 한발짝 떨어져서 동물과 인간의 관계를 조금 더 객관화해서 들여다 볼 수 있게 된 것 같다.”
-애피의 애독자로서 아쉬운 점은 없나.
“재미있는 내용의 기사가 많은데, 텍스트와 사진 위주의 정형화된 기사들이 많아 좀 아쉽다. 기존 좋은 기사를 재가공한, 다양한 타입의 콘텐츠가 좀 더 많아지면 좋겠다.”
글 신소윤 기자 yoon@hani.co.kr 사진 이누리 제공
‘나는 아무 생각이 없다.’ 호는 때때로 ‘개그냥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