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주의 아들 달이는 ‘그르릉 대마왕’이다. 아침에는 이불 속에 들어와, 의자에 앉아 있으면 무릎 위에서, 그리고 밖에 나가려면 따라다니며 그르릉거린다.
기르던 고양이를 잃고 다시는 이별의 아픔을 겪지 말자고 다짐했건만 이민주씨는 무려 세 마리의 길고양이와 함께 산다. ‘우주’, ‘달이’, ‘한파’라는 이름에서 짐작하듯이 이들과의 인연은 이상하게 천문·기상 현상과 관련이 있다.
-왜 길고양이에 관심을 갖게 됐나요.
“기르던 ‘몽이’를 복막염으로 잃고 길고양이에 집착하게 됐어요. 죄책감 같은 것도 있었어요. 길거리에서 내 그림자가 고양이로 보이기도 했어요. 사료를 늘 가지고 다녔죠.”
-고양이는 기르지 않는 대신 길고양이에 정을 붙인 거군요.
“밥을 주면서도 ‘절대 친해지지 말자’는 원칙을 세웠어요. 사료만 주고 도망치듯 자리를 피했어요.”
-그러다가 첫 번째 고양이 우주를 만났군요.
고등어 모자 우주(왼쪽)와 달이는 이민주씨가 잠자리에 드는 시간을 손꼽아 기다린다. 사냥놀이를 할 시간이기 때문이다. 모자가 장난감 사냥을 기다리고 있다.
“2013년 7월이었어요. 한 살쯤 된 고등어 무늬 고양이였는데 저를 졸졸 따라오기 시작했어요 그때마다 얼른 집으로 달아났죠. 단독주택 2층에 살았는데, 집 건너편에 파란 트럭이 주차돼 있었어요. 그런데 그 고양이가 2층 창문이 바로 보이는 트럭 지붕에 매일 올라가서 우는 거예요.”
-원칙이 허물어졌겠네요.
“네, 대문을 열어주었더니 냉큼 들어와 저를 쳐다보는데 너만 믿는다는 눈빛이었어요. 하루 종일 기다림만 준 사람인데, 바라보는 눈동자에 무언가 큰 것이 담겨있는 것 같았어요. 그래서 우주라는 이름을 붙여주었죠.”
-혹시 천문학을 전공하셨나요?
“아니요. 작곡을 공부했어요.”
-달이는 우주의 자식이겠군요.
“우주와 함께 살게 됐는데 1주일 뒤 일하다가 돌아보고 화들짝 놀랐어요. 우주가 아무 기척도 없이 새끼 세 마리를 낳았던 거예요.”
집에 들어온 지 1주일만에 소리 없이 새끼를 낳은 우주.
-새끼를 낳으려고 집에 들어오려 했군요.
“7월13일 그날은 비가 종일 세차게 내렸어요. 우리 집에 참 잘 왔구나, 라는 생각이 들었죠. 인연이 있었나 봐요.”
-달이는 새끼 중 하나군요.
“예, 나머지 둘은 다른 집에 보냈어요.”
-길고양이 출신이라 밖에 나가려고 하지 않나요?
“문을 열어줘도 안 나가고, 밖에서 이상한 소리가 나면 오히려 집 구석에 숨어요.”
-한파는 어떻게 왔나요.
한파주의보가 내린 날 문 밖에서 떨다 집안으로 들어온 한파의 모습.
“2015년 한파주의보가 내린 아주 추운 날이었어요. 집 앞 상자에 더운 물과 사료를 두었는데, 한밤에 손바닥만 한 아기 고양이가 울지도 않고 가만히 앉아 있더라고요. 일단 너무 추워 집안으로 데려왔고…”
-결국 같이 살게 됐군요. 마음이 따뜻한 것 같아요. 한파와 관련한 에피소드도 있다고요.
“들어왔을 때 한파의 혓바닥 한 부분이 검은색이었어요. 병원에 물어보니 ‘괴사해 곧 떨어져 나간다. 다른 고양이한테 병을 옮길지 모르니 원래 있던 곳에 돌려 놓으라’는 거예요. 모두 울었죠. 그런데 집에 왔을 때부터 한파가 우리 손을 계속 핥아주었거든요. 이상해서 물수건으로 한파의 혀를 닦아보았더니 검은 얼룩이 닦여 나오는 거예요. 황당했지만 가슴을 쓸어내린 순간이었어요.”
조홍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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