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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수곤(43·경기 부천), 노은실(48) 부부의 집 옥상에는 ‘고양이 리조트’가 있다. 아니, 있었다. 불사묘 ‘저미’가 날아다니다 추락하기 전까지는.
사건은 고양이 ‘저미’의 엄마 ‘옹이’가 수수께끼 같은 이유로 부부의 옥상에 들어온 이후 시작됐다. 유에프오를 타고 불시착했을까? 여하튼 옹이는 새끼 여섯마리를 낳았고, 옹이 가족은 옥상에서 집냥이 부럽지 않은 삶을 누렸다. 이번 주 애피의 에피소드는 옹이의 가족 이야기다.
-어떻게 옹이가 온 거죠?
“우리집이 빌라 5층이예요. 옥상 바로 아래. 재작년 여름, 여행을 갔다 왔는데, 옥상에 고양이 한 마리가 있더라고요. 이상하다… 고양이가 넘어올 데가 없는데…”
-그래서요?
“처음엔 입양을 보내려고 했죠. 근데 길냥이 잘 안 데려가잖아요. 고육지책으로 이름을 ‘옹이’라고 짓고, 옥상에 보금자리를 마련해줬죠. 그런데 이놈이 배가 불러지더라고요. 손을 대어보니, 태동이 느껴지고. 그래서 석 달 뒤 새끼를 낳은 겁니다.”
옹이가 새끼들의 젖을 먹이고 있다.
새끼들은 어엿히 자랐다. 왼쪽부터 저미와 사니, 까미 그리고 어미 옹이(위쪽).
-몇 마리?
“여섯마리. (웃음) 정말로 당황스러웠죠. 그래도 어떡해요. 옹이를 거뒀으니, 자식들도 거두어야죠.”
그 뒤, 박수곤-노은실 부부는 빌라 옥상을 길냥이 집으로 꾸몄다. 가림막을 치고, 캣타워를 세우고, 얼음물을 비치하니, ‘고양이 리조트’ 폼이 났다. 새벽이 되면 고양이 가족은 ‘야옹 야옹’하며 아래층을 보고 밥 달라 울었다.
-이름은?
“옹이가 엄마. 그리고 까미, 저미, 라니, 타니, 사니 그리고 벼리. 벼리는 지난해 새로 입양한 길고양이예요.” (출산 직후 한 마리는 죽었다)
-말썽꾸러기는 없었어요?
“저미. 입에 점이 나서 ‘저미’(점이)인데, 자꾸 옥상에서 뛰어내려서…”
-헉!
“하루는 아내가 운동을 갔다 오는데, 경비아저씨가 ‘고양이 한 마리가 떨어진 거 같은데…’ 하는 거예요. 아뿔싸! 일층 바닥에 점이가 쓰러져 있는 거예요. 몸을 만지니까, 저미가 놀래서 찻길로 뛰어들었어요. (기절했었던 거죠) 어떻게 해서 잡았는데, 코와 입에서는 피가 나고 있지… 병원에 데리고 가니까 이상은 없었어요. 그런데, 며칠 뒤 또 사건이 발생. 새벽에 밥 주러 옥상에 올라갔는데, 저미가 없는 거야. 역시나, 1층 차 밑에 피를 흘리며 있는 쓰러져 있는 점이. 병원에 데려갔는데, 부러지거나 내장 다친 데는 없었어요. 그래서 저미 별명이 ‘날묘’예요. ‘불사묘’ 이렇게도 부르고.”
옥상에서 한가로이 일광욕을 하고 있는 사니와 옹이, 라니(위쪽부터).
-왜 뛰어내렸을까요?
“옥상에 잠자리가 많아요. 이놈들이 하루에도 열마리, 스무마리씩 잡아두거든요. 아마도 잠자리 잡다가 떨어지지 않았을까요?”
지난해 가을, 고양이들은 집안으로 들어왔다. 더 이상의 추락 사고를 방지하기 위해서. 부부는 방 하나를 내줬고, 옹이 가족은 명실상부한 ‘집냥이’가 되었다. 그래도 저미는 다시 날고 싶지 않을까?
글 남종영 기자 fandg@hani.co.kr, 사진·영상 박수곤, 노은실씨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