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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니멀피플 반려동물

‘어메’는 멍스타그램 일기를 쓴다

등록 2018-04-10 17:18수정 2018-04-10 18:38

[애니멀피플] 애피의 에피소드(23) ‘변호사’ 꿈꾸는 해돌이
동물권 눈뜬 변호사 장신해씨
‘해돌이’ 빙의해 인스타그램 쓰며
푸들 맘 인친들과 정보 공유해요
이 사진의 제목은 ‘꽃개’이다.
이 사진의 제목은 ‘꽃개’이다.
아이가 자랐을 때 선물하기 위해 아이의 성장 일기를 적는 부모가 많다. 에스엔에스에 사진을 올려서 기록하는 경우도 흔해졌는데, 아이 대신 반려견의 성장 일기를 적는 이들도 있다.

진한 초콜릿색이 특징인 발랄한 2살 푸들, 해돌이(수컷)도 반려인을 잘 만났다. 하루 1시간 30분씩 산책을 시켜줘야 할 정도로 힘이 넘치는 해돌이의 일상이 그의 인스타그램에 차곡차곡 저장되고 있다. 해돌이의 ‘어메’(어머니의 사투리)인 장신해 변호사는 인스타그램에 해돌이의 장래희망을 ‘변호사’라고 써놓았다.

-인스타 친구들과는 무슨 이야기를 주로 하나요?

“푸들 맘이 많아요. 다른 강아지들도 그렇지만, 푸들은 유독 미용 스타일에 따라서 얼굴 생김새가 많이 달라지는 견종 중 하나예요. 그래서 소위 말하는 ‘곰돌이커트', ‘브로콜리커트', ‘하이바커트' 등 그 종류가 매우 다양한 편입니다. 이에 푸들을 키우는 ‘인친'(인스타그램 친구)들과는 주로 미용에 관한 정보를 나누는 것이 대다수이고요. 또 푸들은 다른 견종에 비해 다리가 매우 긴 체형이라 슬개골탈구라는 질병이 잦은 편인데, 그렇기에 슬개골탈구를 예방하는 데 좋은 영양제 내지 화식(익힌 음식) 레시피 등을 종종 공유합니다. 푸들 키우는 노하우로 축약할 수 있겠네요.”

장변호사는 해돌이의 정체성을 보여주는 사진으로 이 사진을 보내왔다.
장변호사는 해돌이의 정체성을 보여주는 사진으로 이 사진을 보내왔다.
-인스타에 등장하는 ‘어메’가 변호사님이죠? 해돌이 빙의해 글을 쓰고 계시는데… 어쩌다 이렇게 됐나요? ㅎㅎ

“해돌이의 성장 일기를 기록해주고 싶었습니다. 유년기의 강아지는 일주일 사이에 몰라보게 체격이 커질 만큼 쑥쑥 자라는 편이라, 무럭무럭 커가는 아가 해돌이를 놓치기 아쉬운 마음에 성장 일기를 쓸 수 있는 매체는 무엇일까 고민했어요. ‘내가 해돌이의 입장에서 인스타를 하면 어떨까' 싶은 마음에 계정을 만들게 됐죠. 실제로 많은 반려인들이 강아지의 입장에서, 강아지 빙의 글을 작성하며 에스엔에스를 운영하고 계신 걸로 알고 있습니다.”

-일기를 보면, 해돌이랑 장변호사 님이 아침마다 함께 하는 5분의 ‘둥가둥가’ 시간이 있나봅니다.

“아침에 일어나 저는 출근을 하고, 해돌이는 놀이방에 갑니다. 둘 다 각자 출근(?)하기 전 오롯이 둘만을 위해 교감할 수 있는 시간을 갖는 거죠. ‘잘 잤어?’ 내지는 ‘꿈 안 꿨어?’라는 말 등을 저 혼자 하며 배를 긁어주는 시간을 가리키는 말입니다. (오글거리네요…)”

장 변호사와 해돌이.
장 변호사와 해돌이.

해돌이의 인스타그램.
해돌이의 인스타그램.
-변호사로서 동물권에 관심 있다고 들었어요.

“사실 저는 동물에 크게 관심을 두지 않는 편이었습니다. 그저 지나가다 길고양이가 보이면 편의점에 들러 작은 우유팩 하나를 사 입구를 벌린 채 길목에 놓아두는 정도가 제가 동물에 대해 가진 관심의 전부였습니다. 부끄럽지만, 동물권에 관심을 갖게 된 계기는 해돌이의 입양이었습니다. 심장이 뛰는, 그렇지만 나보다 훨씬 작은 생명체와 함께 생활하다 보니 말 못하는 동물이 누려야 하는 권리가 응당 인간의 그것보다 작아서는 안 된다는 결론에 이르게 되었고 미미하지만 동물의 권리에 보다 부합하는 방식의 삶은 무엇이 있을까 고찰하는 삶을 살고자 다짐하고 있습니다. (아직 매우 부족합니다)”

-한국의 동물 관련 법을 볼 때 어떤 점이 개선되어야 한다고 보나요?

“유럽 등 서구 국가에서는 동물을 ‘지각있는 존재'로 이해하기에 동물을 ‘보호'의 대상에서 한 발 더 나아간, ‘복지'의 대상으로 파악하고 그에 걸맞는 법적 제도적 장치를 구비하고 있습니다. 우리나라의 경우, 물론 거듭 좋아지고 있기는 하나 아직 동물을 ‘복지'의 대상보다는 ‘보호'의 대상으로 판단한다는 한계가 있어 보입니다.” 최우리 기자 ecowoori@hani.co.kr, 사진 장신해씨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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