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광고

광고닫기

광고

본문

광고

애니멀피플 반려동물

“산책하려면 개, 안 하려면 고양이를 키워라”

등록 2018-03-13 09:43수정 2018-03-13 10:11

[애니멀피플] 애피의 에피소드 (17) 사랑스러운 개냥이 스밀라
홍제천에서 발견한 새끼 고양이
“고양이라도 관심과 배려는 필수”
스밀라. “고양이님들이 인간 너희를 지배하겠노라”라고 말할 것만 같다.
스밀라. “고양이님들이 인간 너희를 지배하겠노라”라고 말할 것만 같다.
도시에서 키우기 좋은 반려동물이 고양이라고 했다. 고양이를 키우는 건 개를 키우는 것과 무엇이 다를까.

박혜림씨는 반려묘 스밀라(암컷·2살)과 반려견 가을이(암컷·15살)와 함께 서울에 산다. 가을이가 먼저 있던 집에 2015년에 스밀라가 들어왔다. 박씨는 함께 살고 있던 가을이에게 허락을 구하지 않고 스밀라를 데려온 건 미안했지만, 가을이에게 “특별한 경우이니 봐달라”고 양해를 구했다고 한다. 지난 1월 그들의 이야기를 ‘내일도 가을이야’ 라는 이름의 책으로 묶어냈다.

스밀라는 여름밤 홍제천에서 발견됐다. 옆에는 죽은 형제가 있었는데, 스밀라도 집에 데려온 지 이틀 만에 범 백혈구 바이러스 확진 판정을 받을 만큼 스밀라의 건강 상태가 좋지 않았다. 스밀라의 이름은 박씨가 읽은 책 ‘스밀라의 눈에 대한 감각’ 주인공 이름을 따라 지었다. 주인공 스밀라는 강하고 아름답고 현명한 여성인데 박씨는 첫눈에 “(너가) 스밀라네!” 싶었다고 한다.

스밀라(왼쪽)과 가을이.
스밀라(왼쪽)과 가을이.
유연한 스밀라.
유연한 스밀라.
-스밀라가 처음 집에 와서는 어떻게 지냈나요?

“처음에는 동네 터줏대감 길고양이에게 엄청난 경계심을 보였어요. 자기보다 한참 어른이니 살갑게 어울릴 법도 한데 절대 그렇지 않더라고요. 하지만 집에 오자마자 제 손에서 골골송을 부르고 가을이에게도 상냥하게 다가갔답니다. 꼭 작정하고 온 것처럼 말이죠.”

-스밀라는 ‘개냥이’라고 하셨는데 어떤 점이 그런가요?

“유기견 보호소에서 입양한 가을이는 뭐랄까. 참 고양이 같은 성격이에요. 먼저 다가온다거나 애교를 부린다거나 하는 모습은 기대할 수 없어요. 도도하고 단호합니다. 반면 스밀라는 비비고 핥고 눈 맞추고 말을 걸어요. 나갔다 돌아오면 ‘우다다다다’ 문 앞으로 달려오고 집에 낯선 사람이 와도 숨기보단 달려나가 누군지 확인해요. 다른 고양이들이 한다는 채터링, 쭙쭙이, 꾹꾹이는 할 줄 몰라요. 어려서 홀로 살아남아 배우지 못한 거 같기도 해요.”

-고양이는 개보다 혼자 있는 걸 좋아한다고 하던데 아닌가요?

“절~대 아닙니다. 그런 가설은 아주 위험해요. 개와 비교하면 그럴 수도 있지만 그마저도 아닐 수 있습니다. 스밀라만 해도, 혼자만의 시간을 갖고 싶어 하는 가을이에 비해 꼭 제 곁에 있으려는 성향이 강해요. 뭘 해도 같이하고 싶어 하고요. 혹시 혼자 둬도 괜찮다는 생각에 고양이를 입양하려는 분이 계실까 봐 염려스럽습니다. 그렇다고 고양이를 ‘시종일관 만져 달라’는 뜻도 절대 아닙니다. 반려동물은 보호자와 정서적 공감대를 나누고 싶어 해요. 따뜻한 관심과 섬세한 배려는 같이 사는 생명체에게 필수 요소입니다.”

멋을 낸 가을이(앞)와 스밀라.
멋을 낸 가을이(앞)와 스밀라.
스밀라.
스밀라.
-개 키우는 거랑 고양이 키우는 건 어떤 차이가 있죠?

“산책하려면 개를 입양하고 산책을 안 하려면 고양이를 입양하라는 말이 있어요. 가을이는 실내 배변을 안 해서 하루 최소 세 번은 나들이해야 합니다. 15살인데도 생후 5개월처럼 호기심이 왕성해요. 스밀라는 대신 자신만의 왕국에서 안정감을 찾습니다. 단, 지루해하지 않게끔 종종 가구 배치를 바꾸고 새로운 장난감을 줘요.”

스밀라.
스밀라.
-고양이를 키우며 혜림씨도 달라진 점이 있나요?

“집순이, 집돌이 들을 이해하게 되었어요. 고양이를 가만히 보고 있으면 정말 신기해요. 도대체 무슨 생각으로 저런 행동을 할까 싶어요. 어지간한 예능 프로그램보다 훨씬 흥미진진해요. 고양이를 들이는 순간 밖에 나갈 의욕은 사라질 수밖에 없구나, 통감하고 있답니다. 또 길냥이들을 챙기게 되었어요. 찬바람 맞으며 웅크리고 있는 그 애들의 운명은 참 야속하죠. 누군가의 집에 들어갔다면 왕처럼 숭배받았을지도 모르는데 도심의 길바닥에선 가장 낮고 하찮은 존재로 치부돼요. 제가 할 수 있는 선에서 밥과 물을 챙겨주고 아프면 병원에 데려가고 중성화수술 신청도 하고 있습니다.

스밀라.
스밀라.
-스밀라에게 하고 싶은 말, 고마운 점과 미안한 점

“스밀라, 꼭 내 옆에 있으려고 하는 너의 고집에 나는 순간순간 감동 받아. 고마워. 길냥이가 가끔 집안에 들어와 잠을 자느라 네가 신경 쓰게 해서 미안해. 그래도 꾹 참고 기다려줘서 고마워. 곧 넓은 집에서 살게 해줄게.”

최우리 기자 ecowoori@hani.co.kr, 사진 박혜림씨 제공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
언론 자유를 위해, 국민의 알 권리를 위해
한겨레 저널리즘을 후원해주세요

광고

광고

광고

[애니멀피플] 핫클릭

1600㎞ 날아가 날개 부러진 채 발견된 21살 매의 노익장 1.

1600㎞ 날아가 날개 부러진 채 발견된 21살 매의 노익장

노화의 3가지 수의학적 지표…우리 멍냥이는 ‘어르신’일까 2.

노화의 3가지 수의학적 지표…우리 멍냥이는 ‘어르신’일까

새끼 지키려, 날개 부러진 척한다…댕기물떼새의 영리한 유인 기술 3.

새끼 지키려, 날개 부러진 척한다…댕기물떼새의 영리한 유인 기술

아부지 차 뽑았다, 히끄야…첫 행선지는? 4.

아부지 차 뽑았다, 히끄야…첫 행선지는?

서두르지 마세요…반려동물의 ‘마지막 소풍’ 배웅하는 법 5.

서두르지 마세요…반려동물의 ‘마지막 소풍’ 배웅하는 법

한겨레와 친구하기

1/ 2/ 3


서비스 전체보기

전체
정치
사회
전국
경제
국제
문화
스포츠
미래과학
애니멀피플
기후변화&
휴심정
오피니언
만화 | ESC | 한겨레S | 연재 | 이슈 | 함께하는교육 | HERI 이슈 | 서울&
포토
한겨레TV
뉴스서비스
매거진

맨위로
뉴스레터, 올해 가장 잘한 일 구독신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