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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니멀피플 반려동물

서울견이 몰고 온 변화 “시골견아, 산책하자”

등록 2018-03-08 07:45수정 2018-03-08 10:58

[애니멀피플] 애피의 에피소드 (16) 시골로 내려간 워시
대형견 살기 힘든 서울 생활 접고
시골 마당과 동네에서 자유 만끽
묶여있던 누렁이도 나오기 시작

동물과 함께하며 겪은 소소한 이야기를 들려주실 애피 독자들의 참여를 기다립니다! 사진 혹은 동영상을 사연, 연락처와 함께 이메일을 보내주시거나 페이스북 메신저로 말을 걸어주세요. 애피 기자가 직접 전화를 드립니다. 이메일 animalpeople@hani.co.kr 페이스북 facebook.com/nonhumanperson

5년 전 전남 무안으로 내려간 ‘서울견’ 워시. 그 어느 때보다 행복한 생활을 하고 있다.
5년 전 전남 무안으로 내려간 ‘서울견’ 워시. 그 어느 때보다 행복한 생활을 하고 있다.
“워시 품종이 뭐죠?” “음, 시베리안허스키인가? 아니면 말라뮤트? 그냥 다른 사람들한테는 허스키라고 해요.”

자신이 10년 기르는 반려견의 품종 따위엔 관심 없는 이 부부에게 중요한 건 워시의 삶 그 자체다. 서울견(犬) 생활 5년을 접고 전남 무안에서 시골견이 됐는데, 워시는 그 어느 때보다 행복한 생활을 한다고 한다. 워시의 보호자는 환경단체 ‘생태지평연구소'에서 일하는 장지영(45) 명호(49) 부부다. ‘애피의 에피소드’ 이번 주 주인공은 열살 된 ‘워시'다. 장지영씨와 워시를 7일 전화로 인터뷰했다. 내내 잠잠하던 워시는 기자가 ‘워시야' 부르니 발을 들어 스마트폰을 터치했다고.

-어떻게 만났어요?

“2008년말 남편이 지리산에 사는 한 지인의 집에 갔는데, 마침 새끼 여러 마리가 태어났어요. 한 놈을 나중에 가져오겠다고 하곤 목걸이를 채워놓고 왔어요. 근데 이듬해 3월에 그분한테 문자메시지와 함께 사진이 왔어요. 동네 개 밥그릇 기웃거리다 물려 죽었다고. '인연이 없나 보다' 하고 말았는데. 나중에 다시 살아났다는 거예요.”

-완전 반전이네요?

“기절했던 거였죠. 그분이 우리를 놀라게 하려 했는지. (웃음) 그 뒤 워시가 한 식구가 됐어요.”

-2012년 8월 한겨레 esc에 기사가 실리기도 했죠?

“도시에서 대형견을 얼마나 키우기 힘든지를 생생하게 보여줬죠. 워시가 크면서 털이 날리니까, 아랫집에 살던 신혼부부가 항의하고, 결국 사무실로 데려와 살았는데 하울링하고 짖고… 손님들 오시면 놀래서 마당에 묶어놓을 수밖에 없더라고요. 대중교통 타고 다니기 힘들어 남편이 결국 운전면허 따서 자동차를 샀죠. 그렇게 서울에서 5년을 살았죠.”

폭설이 내린 뒤 첫 산책.
폭설이 내린 뒤 첫 산책.
-시골로 이사한 뒤는 어땠어요?

“서울에 살 때는 묶어놓을 때가 잦았는데, 여기 와서 마당에 풀어놓으니까 순해지고 명랑해졌어요.”

-시골이라 황구, 백구가 대부분이겠네요.

“초여름 되면 개장수 트럭이 하루에 한 번씩 와요. ‘개 삽니다' 방송이 멀리서 들리면, 워시 데리고 숨죠.”

-시골에 나타난 시베리안허스키. 시골 어르신들은 낯설 수도.

“‘왜 위험한 개 데리고 다니느냐, 그러다 놓치면 어떻게 할래' 그러셨어요. 반년 정도 인사하고 다니니까 이제 좋아하세요. 평소 개에 애정이 있으신 몇몇 분들은 자기 집에서 묶어놓고 키우던 개를 데리고 나오기 시작했어요.”

-우와, 워시가 몰고 온 변화네요.

“워시가 사람은 좋아하는데, 다른 동물은 만나 본 경험이 없어요. 거름으로 놓은 음식물쓰레기를 파헤쳐서 사고를 치기도.”

-다른 사고는?

“한번은 개구멍으로 탈출했어요. 암컷 개 냄새가 나서 나간 거 같아요. 당시 어머니가 계셨는데, 한참을 헤매다가 3시간 뒤에 멀리 이웃 마을에서 워시가 뛰어오더래요. 곧장 집으로 들어가더라며. 지금은 중성화수술 시키니 좀 덜해요. 한번은 한밤중에 워시가 마당으로 뛰어나갔어요. 큰 뱀이 마당 앞에 있는데, 워시가 뱅뱅 돌면서 지키고 있더라고요. 워시가 우릴 지켜주기도 하는구나!” (웃음)

-워시가 열살이면 이제 늙었네요.

“가끔 꿈을 꿔요. 너무 놀라고 슬퍼서 나가보면 워시가 있어요. 헤어질 수도 있겠구나. 이제 마음의 준비를 해요. 이렇게 기도합니다. 함께 있을 때 건강하게 지내자, 갈 때는 고통 없이 가자, 다음 세상에선 축생으로 태어나지 말고 다시 만나자.”

글 남종영 기자 fandg@hani.co.kr, 사진·영상 장지영, 명호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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