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니멀피플] 애피의 에피소드 ⑩ 엄마 껌딱지 ‘둘리’ 호주에 사는 8살 래브라도 리트리버
관광지 블루마운틴에서 관광객 사랑받아
“1시간에 75불 주고 사회화 교육받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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둘리
옆집 ‘누렁이’는 덩치는 사람만 했지만, 애교가 넘치는 귀염둥이였다. 신나게 장난을 치다가도 도가 지나쳤다 싶으면 바로 사람 눈치를 살피는 모습이 사랑스러웠다. 모든 개에게서 개성을 느낄 수 있지만, 대형견을 보면 유독 사람 같을 때가 있다. 등에 머리를 베고 잘 수 있고 얼굴이 커서인지 표정 변화도 쉽게 읽을 수 있다.
20년 전 오스트레일리아 시드니에 이민을 가 남편, 아들, 수컷 래브라도 리트리버 둘리(8)와 함께 사는 ‘둘리 엄마’ 서광휘(51)씨도 큰 개를 키우는 기쁨에 흠뻑 빠져있었다. 명절을 앞둔 13일 카카오톡으로 인터뷰했다.
둘리 새끼 때.
서씨와 둘리.
-이름이 둘리네요.
“둘리처럼 귀여워서요. 동물병원에 등록된 이름이 서둘리(Seo Dooley)예요.”
-둘리 엄마시군요. 저는 둘리 엄마를 좋아했어요. ‘둘리야~둘리야~’라고 부르는 목소리가….
“ㅋㅋㅋ”
-둘리는 어떤 개인가요?
“항상 저희와 같이해요. 시드니와 블루마운틴을 왔다 갔다 하죠. 블루마운틴이 세계적인 관광지인데, 지나가는 관광객들이 둘리를 참 예뻐해요. 순하지만 에너지가 넘치고 사람을 참 좋아해요.”
-좋았던 기억이 많으시겠어요.
“아기 때 데려왔는데 호주의 야생동물 포섬(주머니쥐)이 와서 해칠까 봐 새벽에도 잘 있나 살펴보고 그랬어요. 한국에서 오신 엄마랑 둘리랑 같이 도토리도 주우러 가고… 숲에 산책갔는데 나중에 차에 태우니 거머리가 둘리 몸에 붙어있어서 온몸 체크하고 그랬어요.”
-둘리는 좋겠네요. 자연환경이 좋은 곳에서 살아서. 한국의 개들은 실내에 주로 있고 산책을 잘 못 다녀요.
“한국에서는 집앞에 개를 묶어놓고 키우잖아요. 호주에서 그러면 벌금내야 해요. 둘리는 행복한 개죠. 블루마운틴의 청정한 공기를 마시는 개. 제가 꽃냄새를 맡으면 둘리도 따라 해요. 풀을 뜯거나 오디를 뜯어도 따라 하고요. 정원에 심어둔 감자도 파먹어요.”
형이랑 함께.
-한국에서 큰 개를 키우는 분 중에는 이웃이 싫어해 눈치 보인다는 분들도 있어요. 한국에서 개를 키울 때랑 호주에서 키울 때 뭐가 다른가요?
“개를 좋아해서 한국에서도 계속 키웠어요. 놀아줘야 하고 간식 줘야 하고 산책시켜줘야 해요. 여기서는 모두 반려견을 가족으로 여겨요. 개들을 위한 비치도 따로 있어요. 에스비에스(SBS) 동물농장 많이 보는데 대형견을 아파트에서 키우는 건 개가 힘들어할 것 같아요. 둘리가 6개월 때 1시간에 75달러짜리 개인과외도 3번 받았어요.”
-사회화교육이나 예절교육이죠? 호주에서는 많이들 받나요?
“거의 다 받아요. 특히 큰 개는요. 남에게 폐 끼치면 안 돼요. 훈련기관 찾을 때 개 키우는 사람들끼리 정보 교환해요.”
-한국은 아직 그 정도는 못 됩니다.
“그렇죠. 여기는 개 공원도 따로 있어요. 펜스가 처져 있어 목줄 풀어놓고 개들끼리 놀게 해요. 둘리야, 건강하게 그리고 말 좀 더 잘 듣고 함께 오래오래 하자~”
최우리 기자 ecowoori@hani.co.kr, 사진·영상 서광휘씨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