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영순(55)씨 아파트단지에 사는 길고양이 ‘까망이’. 정씨에게 힘이 되어준 소중한 친구다.
고양이는 힘이 세다. 경남 양산에 사는 정영순(55)씨에게는 까망이가 역경을 넘는 에너지였다. 까망이는 길 위의 삶을 사는 길냥이다.
-건강하던 분이 난소암 3기 진단을 받았으니, 놀라셨겠어요.
“2014년 5월이었죠. 5월, 8월에 수술을 두 번 하고, 12월까지 항암을 9번 했어요. 머리가 다 빠지잖아요. 밖에도 못 나가고 굉장히 우울한 나날들… 머리에 모자를 눌러 쓰고 산책을 하는데, 까망이를 만난 거예요.”
-어떻게요?
“아파트 주변을 도는데, 구석에 얼굴은 희고 몸은 까만 고양이가 있었어요. 제가 우울했을 때였죠. 근데 걔는 다 이해한다는 느낌? ‘네가 너무 힘들겠구나’ 하고 눈빛으로 말하는 거 같았고… 제가 눈을 몇 번 ‘깜박’ 하니까 따라왔어요.”
-그렇게 밥을 주기 시작한 거군요?
“아침저녁 주는 게 4년째예요. 지금도 퇴근 시간이면 나와서 기다려요. 제가 자동차 ‘쏘울’을 타고 다니는데, 그 많은 쏘울 중에 제 차가 아파트단지로 진입하면 튀어나와요. 신기하죠? 같은 색깔의 차도 많은데.”
-길고양이 안 좋아하는 분들도 있잖아요.
“몇몇 분들이 경비실에 가서 ‘고양이 밥 안 줬으면 좋겠다’고 이야기했죠. 그 뒤에 엘리베이터에 자제를 요청하는 안내문이 붙었어요. 제가 그걸 보고 얼마나 울었던지… 남편이 조용히 사정을 얘기했나 봐요. 사실 우리 아내가 이런 병이 걸려서 너무 힘든데, 고양이 밥 주면서 살고자 하는 의욕이 생겼다고… 깨끗하게 치우고 할 테니까 모른 척했으면 좋겠다고… 지금은 주민들이 잘 봐주세요.”
-고양이가 힘이 됐네요.
“내 속마음을 들어준 생명. 까망이 밥을 주기 위해 하루하루 살았어요.”
-집에서도 고양이를 키운다고요?
“딸이 수의사예요. 학교에서 임시보호하던 페르시아고양이 리체, 리본을 데려와 키우고요. 그뒤 리사를 입양했고, 얼마 전에는 하수구에서 울고 있던 금둥이를 데려와 키워요. 이렇게 네 마리.”
-지금 건강은 어떤가요?
“3기가 재발이 잘된다고 하는데, 오히려 더 건강해졌어요.”
정영순씨는 오늘도 새벽이면 따뜻하게 데운 사료 캔과 물을 들고 집을 나선다. 밖에서 까망이가 기다린다. 고양이와 사람은 서로 삶의 이유가 됐다.
남종영 기자 fandg@hani.co.kr
길 위의 삶을 사는 까망이지만, 정씨의 차 소리를 들으면 금세 알아차리고 다가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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