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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니멀피플 반려동물

까망이는 나의 힘

등록 2018-02-06 09:01수정 2018-02-06 11:43

[애니멀피플] 애피의 에피소드 ⑧ 정영순씨와 ‘까망이’
난소암 3기 진단 뒤 만난 아파트 길고양이
밥을 주면서 살고자 하는 의욕 생겼고
지금도 아침저녁 애틋한 만남 나눈다
정영순(55)씨 아파트단지에 사는 길고양이 ‘까망이’. 정씨에게 힘이 되어준 소중한 친구다.
정영순(55)씨 아파트단지에 사는 길고양이 ‘까망이’. 정씨에게 힘이 되어준 소중한 친구다.
고양이는 힘이 세다. 경남 양산에 사는 정영순(55)씨에게는 까망이가 역경을 넘는 에너지였다. 까망이는 길 위의 삶을 사는 길냥이다.

-건강하던 분이 난소암 3기 진단을 받았으니, 놀라셨겠어요.

“2014년 5월이었죠. 5월, 8월에 수술을 두 번 하고, 12월까지 항암을 9번 했어요. 머리가 다 빠지잖아요. 밖에도 못 나가고 굉장히 우울한 나날들… 머리에 모자를 눌러 쓰고 산책을 하는데, 까망이를 만난 거예요.”

-어떻게요?

“아파트 주변을 도는데, 구석에 얼굴은 희고 몸은 까만 고양이가 있었어요. 제가 우울했을 때였죠. 근데 걔는 다 이해한다는 느낌? ‘네가 너무 힘들겠구나’ 하고 눈빛으로 말하는 거 같았고… 제가 눈을 몇 번 ‘깜박’ 하니까 따라왔어요.”

-그렇게 밥을 주기 시작한 거군요?

“아침저녁 주는 게 4년째예요. 지금도 퇴근 시간이면 나와서 기다려요. 제가 자동차 ‘쏘울’을 타고 다니는데, 그 많은 쏘울 중에 제 차가 아파트단지로 진입하면 튀어나와요. 신기하죠? 같은 색깔의 차도 많은데.”

정씨가 놔둔 밥을 먹고 있는 까망이.
정씨가 놔둔 밥을 먹고 있는 까망이.
-길고양이 안 좋아하는 분들도 있잖아요.

“몇몇 분들이 경비실에 가서 ‘고양이 밥 안 줬으면 좋겠다’고 이야기했죠. 그 뒤에 엘리베이터에 자제를 요청하는 안내문이 붙었어요. 제가 그걸 보고 얼마나 울었던지… 남편이 조용히 사정을 얘기했나 봐요. 사실 우리 아내가 이런 병이 걸려서 너무 힘든데, 고양이 밥 주면서 살고자 하는 의욕이 생겼다고… 깨끗하게 치우고 할 테니까 모른 척했으면 좋겠다고… 지금은 주민들이 잘 봐주세요.”

-고양이가 힘이 됐네요.

“내 속마음을 들어준 생명. 까망이 밥을 주기 위해 하루하루 살았어요.”

-집에서도 고양이를 키운다고요?

“딸이 수의사예요. 학교에서 임시보호하던 페르시아고양이 리체, 리본을 데려와 키우고요. 그뒤 리사를 입양했고, 얼마 전에는 하수구에서 울고 있던 금둥이를 데려와 키워요. 이렇게 네 마리.”

-지금 건강은 어떤가요?

“3기가 재발이 잘된다고 하는데, 오히려 더 건강해졌어요.”

정영순씨는 오늘도 새벽이면 따뜻하게 데운 사료 캔과 물을 들고 집을 나선다. 밖에서 까망이가 기다린다. 고양이와 사람은 서로 삶의 이유가 됐다.

남종영 기자 fandg@hani.co.kr

길 위의 삶을 사는 까망이지만, 정씨의 차 소리를 들으면 금세 알아차리고 다가온다.
길 위의 삶을 사는 까망이지만, 정씨의 차 소리를 들으면 금세 알아차리고 다가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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