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니멀피플] 애피의 에피소드⑦ ‘우리 집 막둥이 별이’
손바닥만 하던 녀석이 쑥쑥 자라
소파랑 매트 물어뜯은 말괄량이가 됐다
수술 후 염증 치료에 가족들은 걱정
최근 중성화 수술하고 집에 돌아온 별이, 염증이 생겨 다시 입원했는데 엄마는 별이 걱정에 잠을 잘 수가 없다.
가족이 된다는 것은 참 신비한 일이다.
경상남도 양산에 사는 황지애(35)씨의 아들(12·초5)은 아기 때 강아지 때문에 놀란 적이 있다. 작은 강아지였는데 아기이던 아들에게 달려들었고 아들은 그 뒤로 강아지는 무조건 무서워했다. 지애씨는 3년 전 친구가 분양받은 새끼 코카스파니엘(암컷)이 온종일 혼자 집에 있는 걸 보고 며칠만 집에 데리고 있으려고 했다. 그러다 가족이 됐다. 별이라는 예쁜 이름도 지어줬다.
손바닥만 한 꼬마 별이를 처음 본 아들이 얼마나 겁을 냈는지 모른다. 소파 위에 올라가 내려오지 못하던 아들은 지금 별이의 든든한 오빠 노릇을 자처한다. 엄마보다 먼저 대변판도 갈아주고, 늘 같이 놀아준다. 강아지를 무서워하던 아들이 맞나 싶다.
일찍 결혼해 아이 둘을 초등학생으로 키운 황씨에게 별이는 귀여운 말괄량이 셋째, 막내딸, 막둥이다. 애니멀피플과의 통화에서도 막둥이에 대한 황씨의 애정이 묻어났다.
처음 집에 왔을 때 손바닥만 하게 작던 별이.
언니가 먹는 라면을 보고 한 입만 달라고 보채다 안 주자 삐진 별이.
창밖을 보는 별이.
-어떻게 그렇게 친해졌을까요?
“아무래도 함께 하는 시간이 많으니까. 놀러 갈 때도 항상 데리고 다니니까요. 특히 아들은 별이랑 함께 하는 시간이 가장 많아요.”
-별이도 붙임성이 좋은가 봐요.
“제 눈엔 다 예뻐 보여서…. 아파트가 1층인데 순해서 그런지 사람이 지나다니는 소리가 들려도 월월월 짖지를 않아요. 그래서 이웃에게도 폐 안 끼치는 개죠.”
-그래도 개 키우다 보면 미울 때도 있죠?
“사실 소파를 다 물어뜯어서…. 이갈이할 때 그렇잖아요. 제가 직장 다녀온 사이에 새 가죽 소파를 다 물어뜯었더라고요. 또 인테리어를 새로 했는데 장판도 물어뜯어 놓고…. 장판을 발톱으로 긁어서 물어뜯나 봐요. 바닥에 깔아둔 매트도 물어뜯어서 사진 찍어둔 게 어디 있을 텐데…. 결국 소파는 돌 소파로 바꿨어요. 이빨이 깨지든 말든 일단 바꿨는데 이젠 못 뜯어요. 하하.”
별이의 만행. 매트를 물어뜯어 집이 난장판이 됐다.
엄마가 출근할 때면 저렇게 불쌍한 눈빛으로 바라본다. ‘엄마 가지마’라고 말하는 듯하다.
-활동적이네요.
“저는 잘 몰랐어요. 병원에 데려가니까 다른 엄마가 ‘코카는 원래 XX하기로 유명하다’고…. 그런데 수의사 선생님이 키우기 나름이라고 그러시더라고요.”
-그래도 예쁘니까 애니멀피플에 소개하고 싶으셨군요.
“우리 집 막둥이예요. 12살 오빠랑 8살 언니 그 아래 막둥이. 사실 요즘 제가 좀 정신이 없었어요. 최근에야 별이 중성화 수술을 시켜줬는데 일주일 만에 실밥을 풀러 갔더니 애가 너무 많이 움직여서 그런지 안에 염증이 생겼다고 해서요. 다시 입원한 지 이틀째에요.”
-3살인데 중성화 수술이 늦었네요.
“네. 제왕절개수술을 하면 아플 테니까 별이가 불쌍해서 수술 안 하려고 했는데 나중에 유선종양 생길 수 있다고 해서 해줬어요. 오래 살라고. 근데 염증이 생겨서 지금 가족들 걱정이 이만저만이 아니에요. 의사 선생님은 미안해하시면서 별이 괜찮을 거라고 하시는데, 혹시라도 잘못되는 건 아닌지 걱정돼서 자꾸 전화하는 ‘진상 보호자’ 됐어요. 아플 텐데 말 못 하는 별이 얼굴 보면 자꾸 눈물만 나오고…. 오늘도 직장 끝나자마자 면회하러 병원 갔는데 밥을 잘 안 먹는다고 해서 잠깐 집에 들러 딸이랑 같이 별이 밥 가지고 병원 가는 길이에요. 우리 별이 오래 살아야 해요.”
최우리 기자 ecowoori@hani.co.kr, 사진·영상 황지애씨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