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니멀피플] 애피의 에피소드 ④ 밴쿠버 해피독 ‘순돌이'
주인 아플 때 와서 걱정하고
다른 사람과 개에게 인사하는
밴쿠버 공원의 순둥이 스타
사교성 만점 리트리버 여
천상 성격 좋은 개 ‘순돌이’. 별명이 ‘해피독’일 정도로, 산책 나가는 공원에서도 사교성이 많고 인기가 높다.
애니멀피플이 동물과 함께하며 겪는 소소한 이야기를 듣는 ‘애피의 에피소드’를 시작합니다. 나와 반려동물 이야기를 들려주실 애피 독자들의 참여를 기다립니다! 사진 혹은 동영상을 사연, 연락처와 함께 이메일(animalpeople@hani.co.kr)이나 페이스북 메신저(facebook.com/nonhumanperson)로 보내주세요.
애피의 에피소드, 이번에는 태평양 건너 캐나다 밴쿠버에 사는 ‘순돌이’다. 마사지를 받는 모습이 너무 평화로워서 긍정적인 마음을 마구 전파한다. 밴쿠버에 사는 기정미(55)씨와 국제전화로 인터뷰했다. 순돌이는 이혜진씨(27) 등 기씨의 딸 둘과 남편 등 네 명과 함께 산다. 골든리트리버와 래브라도리트리버가 섞인 두 살 개구쟁이다.
-순돌이가 넋 놓고 있는 영상을 저도 넋 놓고 봤어요.
“순돌이가 마사지 받는 걸 너무 좋아해요.”
-몇 살?
“2016년 2월8일생. 이제 두 살 되네요.”
생일파티에서 축하를 받는 순돌이. 어엿한 가족이다.
-성격이 참 좋아보이는데.
“사람을 너무 좋아하고 공감 능력이 뛰어나요. 언젠가 제가 배가 아파 화장실에서 토를 했는데, 화장실 문을 긁으면서 열라고 하더니, 화장실로 들어와서 저를 막 핥아주더라고요.”
-사람들한테 사랑받겠어요.
“다른 개와도 친해요. 산책하러 자주 나가는데, 개와 사람이 보이면, 꼭 가서 인사해요.”
-인사?
“가만히 가서 고개를 들고 쳐다보며 인사해요. 일종의 인사법이죠. 여기는 개를 많이 키우니까, 다들 (그게 인사인지) 알아요. 워낙 즐겁게 뛰어다니니까 사람들이 ‘해피 독’이라고 불러요. 다른 주인들도 너무너무 이뻐해요.”
-어떻게 기르게 됐어요?
“사실 전에 기르던 개(시추)가 있었어요. 진돌이라고. 한국에서 같이 살다 데려왔는데, 15년 3개월 살다가 죽었어요. 일년 동안 그리움에 시달렸어요. 다시는 안 키워야지… 근데, 우리 딸이 꿈을 꿨다는 거예요. 진돌이랑 똑같은 개가 나왔다고. 이튿날 아침 우연히 벼룩시장을 봤는데, 어떤 분이 분양하겠다고 한 거예요. 그리고 순돌이를 만났어요. 2016년 4월4일 가족이 됐죠.”
딸 이혜진씨가 꿈을 꾸고 순돌이가 왔다.
-마사지 실력이 보통이 아니네요.
“따로 배운 건 아니고… 진돌이를 그렇게 마사지해줬어요.”
-한국과 캐나다 두 곳에서 개를 키워보신 거네요.
“요즈음 한국은 개를 풀어놓지도 못하는 분위기라잖아요. 근데, 여기는 개 놀이터도 따로 있고, 공원에서는 개를 풀어주죠. 개들끼리 만나서 엄청나게 뛰어놀아요. 개에 대한 이해도가 높더라고요.”
-더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제가 한국에 갔을 때, 친정집 주변에서 래브라도리트리버를 키우더라고요. 너무 예뻐서 귀여워해 주다가 어느 날 주인을 봤는데 ‘골든리트리버와 래브라도리트리버와 섞였군요’라고 했더니, 정색을 하더라고요. 캐나다에서는 이 개와 저 개가 ‘크로스야’ 하면서 자유스럽게 이야기하는데… 제가 실수하긴 했는데, 우리나라 사람들은 순종에 집착하는 문화가 강해요. 하지만 개는 다 똑같은 개잖아요. 사람과 교감하는 게 중요하죠.”
남종영 기자 fandg@hani.co.kr, 사진 기정미씨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