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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사설

[사설] 신당, 외연확대 좋지만 ‘그늘진 곳’ 살펴야

등록 2014-03-26 19:00수정 2014-03-27 16:10

26일 창당대회를 열고 출범한 새정치민주연합의 정강정책을 보면, 전반적으로 ‘오른쪽’을 끌어안으려는 노력이 엿보인다. 전문에선 산업화와 압축성장의 성과를 인정했고, 보수 쪽이 강조해온 개념인 ‘번영’을 정의, 통합, 평화와 함께 ‘새정치의 4대 시대적 가치’로 꼽았다. ‘한국 경제의 세계 경쟁력 강화’, ‘혁신적 성장’, ‘기업가 정신 고양’ 등 보수 쪽이 강조해온 구호들도 눈에 띈다. 양당 구도에서 왼편을 담당하는 정당으로서 ‘중원’으로 세력을 넓히지 않고서는 집권을 꾀할 수 없다는 판단에 따른 것으로 보인다.

‘합리적 보수와 성찰적 진보의 포용’이란 정치노선 기조를 두고 당내에선 대체적으로 합의가 이뤄진 듯하다. 6·15 공동선언과 10·4 정상선언을 전문에 명기하면서 정강정책을 둘러싼 당내 이견도 잦아들었다. 용어와 개념을 둘러싼 논쟁은 소모적으로 흐르기 쉽다. 앞으로 구체적인 정책을 만들어가는 과정에서 더욱 생산적인 논쟁이 있기를 기대한다.

국민정당은 세계적 흐름이다. 1990년대 이후 유럽 여러 나라의 정당들도 특정 계급·계층을 대변하는 계급정당을 탈피해 국민 전반의 이익을 대변하는 국민정당을 표방하기 시작했다. 영국 노동당이나 독일 사회민주당이 대표적이다. 지지기반을 확대하지 않고서는 집권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 새누리당이 지난 대선에서 표면적으로나마 왼쪽으로 이동한 정강정책을 선보인 것 역시 마찬가지 흐름이었다. 새정치민주연합은 탄생 자체가 지지층의 외연을 넓히려는 시도라고 할 수 있다. 민주당과 안철수 세력의 통합으로 출범하는 정당이니 양쪽이 지향하는 가치를 공유하는 것이 불가피할 것이다.

그럼에도 외연 확대와 관련해 몇 가지 유념해야 할 대목이 있다. 먼저, 중심이 흔들려선 안 된다는 점이다. 외연 확대를 이유로 전통적 지지층의 핵심 가치마저 포기한다면 정체성 혼선을 초래하면서 지지기반 이완과 붕괴로 이어질 수 있다. 개방과 포용은 중요한 가치지만 그것이 다른 한쪽에 대한 배제로 이어지는 것은 경계해야 한다. 경제 민주화와 복지 확대, 사회적 약자를 보듬는 의제들을 소홀히 취급한다면 외연 확대의 취지는 크게 퇴색할 것이다.

국민 다수의 마음을 붙잡기 위해 오른쪽으로 향하는 것도 필요하겠지만 눈길을 아래쪽으로 돌려 그늘진 곳을 살피는 노력이 더욱 중요할 것이다. 고단한 삶의 현장에서 땀 흘려 일하면서도 희망을 찾지 못하고 있는 이들에게 관념적 구호는 공허하게 들릴 뿐이다. 사회의 아래쪽, 그늘진 곳에서 고통받는 이들에게 희망과 위로를 주는 생활 속의 정책으로 다가갈 때 오른쪽으로 세력을 확장하려는 노력도 비로소 빛을 발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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