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와대가 채동욱 전 검찰총장의 ‘신상 캐기’를 하면서 거짓말까지 했던 사실이 뒤늦게 들통났다. 청와대의 거짓말은 그 자체로 중대 사안이다. 채 전 총장 관련 개인정보 불법유출에 청와대가 조직적으로 개입한 의혹과 별개로 엄중하게 다뤄야 할 문제다.
청와대는 이미 지난해 6월 교육문화수석실과 고용복지수석실, 민정수석실 등 여러 비서관실을 동원해 채아무개군의 개인정보를 훑은 것으로 드러나고 있다. 청와대도 24일 ‘참고자료’를 통해 “경찰과 관련 비서관실을 통해 관련자 인적사항 등을 확인한 사실이 있다”고 실토했다. <조선일보>가 채 전 총장 관련 보도를 하기 3개월 전이다. 그런데도 이정현 홍보수석은 지난해 9월16일 “언론보도 이전에는 어떤 확인작업도 하지 않았다”고 사실과 다른 내용을 브리핑했다. 언론보도 이전에 청와대가 채 전 총장 뒷조사에 나섰는지 여부는 사건의 본질과 관련된 핵심적 문제였다. 당시는 청와대가 국정원의 대선개입 의혹 사건 수사에서 비타협적 태도를 보여 미운털이 박힌 채 전 총장을 정권 차원에서 찍어내려 한다는 의혹이 커지던 시점이었기 때문이다.
청와대 홍보수석은 대통령의 ‘입’이나 다름없다. 이런 홍보수석이 국민을 상대로 거짓 브리핑까지 할 수밖에 없었던 사연이 궁금하다. 홍보수석의 거짓말은 역설적으로 청와대가 정권 차원에서 전방위적으로 ‘채동욱 찍어내기’에 나섰을 개연성을 뒷받침한다. 다른 한편으로는 정권의 핵심 실세가 ‘채동욱 뒷조사’를 주도한 게 아니냐는 의구심도 든다. 개인정보 불법유출을 위해 청와대의 여러 비서관실을 동원할 수 있고, 그 흔적이 드러나지 않도록 홍보수석이 거짓말까지 하며 보호해야 할 인물이라면 실세 중의 실세가 아니겠는가.
리처드 닉슨은 워터게이트 사건이 아니라 이를 은폐하려고 거짓말을 했다가 대통령직에서 물러났다. 사안 자체보다 이를 숨기기 위해 거짓말을 한 것이 더욱 중대한 문제로 받아들여졌기 때문이다. 박근혜 정권이 그토록 강조하는 ‘국격’을 위해서라도 청와대의 거짓말은 허투루 지나칠 일이 아니다. 청와대는 이제라도 ‘채동욱 찍어내기’와 관련된 진실을 밝히는 게 좋다. 거짓말은 또다른 거짓말로 이어지기 쉽다는 점에서 홍보수석 말고 또다른 청와대 관계자가 거짓말을 한 것은 없는지도 세밀하게 살펴봐야 한다.
이정현 수석은 지난해 ‘거짓 브리핑’을 하면서 ‘청와대 관계자’란 익명에 기댔다. 다른 곳도 아닌 청와대의 공식 자료를 통해 이 수석의 발언이 거짓말로 확인된 만큼 청와대는 그에 상응하는 조처를 취해야 마땅하다. 그것이 국민에 대한 예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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