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보 발령 뒤 수사팀에서 아예 빼버려…마무리 수순
‘채군 어머니’ 임 여인 등 수사는 ‘신상 털기’ 식 진행
‘채군 어머니’ 임 여인 등 수사는 ‘신상 털기’ 식 진행
채동욱(55) 전 검찰총장의 혼외 의심 아들 개인정보가 불법 유출된 사건을 수사하고 있던 오현철(46·사법연수원 29기) 부장검사가 최근 수사팀에서 제외된 것으로 3일 확인됐다. 애초 이 사건의 주임검사였던 오 부장이 수사팀에서 배제되면서, 검찰이 진상을 규명할 의지가 있는지 의심받고 있다.
검찰 관계자의 말을 종합하면, 오 부장은 지난달 17일 대전지검 홍성지청으로 복귀했다. 앞서 서울중앙지검 형사3부 부부장으로 이 사건 주임검사를 맡아왔던 오 부장은 지난 1월10일 법무부 인사에서 홍성지청으로 전보 발령을 받았다. 그러나 서울중앙지검은 수사에 차질을 빚지 않도록 오 부장을 그대로 수사팀에 남기고, 주임검사만 신임 조기룡 형사3부장으로 바꿔 수사를 진행해왔다. 이 사건에는 오 부장과 특수부 출신의 대검 연구관, 다른 형사3부 검사 등 3명이 투입됐다.
이번에 검찰이 오 부장을 슬그머니 수사팀에서 배제시키면서 사건을 서둘러 마무리하려는 것이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수사의 안정성’을 위해 정기인사 뒤에도 수사팀에 남겼던 오 부장을 한달여 만에 소속 지청으로 보낸 뚜렷한 이유가 없는 탓이다. 또 검찰 안에서는 최근 들어 형사3부에 배당되는 사건들이 많아졌다는 말도 나온다. 새 주임검사인 조 부장이 형사3부 업무도 함께 처리해야 하는데, 그 부담이 늘어났다는 것이다. 검찰 관계자는 “윗선이 원하지 않는 수사를 죽이고 싶을 경우엔 해당 부서에 사건 배당을 많이 해주면 간단히 해결된다. 실제 그런 경우들이 종종 있다”고 말했다.
개인정보 불법유출 사건 수사는 지난 1월 서울 서초구청에 대한 2차 압수수색 이후 제자리걸음이다. 검찰은 지난해 6월11일 누군가가 서초구청장 응접실에서 가족관계등록부를 담당하는 김아무개(58) 오케이(OK)민원센터 팀장에게 전화를 걸어 채아무개군의 개인정보 조회를 요청했고, 정보 조회 직후 누군가 응접실의 같은 전화로 국가정보원 정보관(IO) 송아무개씨에게 전화를 건 사실을 확인했다. 검찰은 폐회로텔레비전(CCTV) 화면을 압수해 전화를 사용한 사람을 확인하려고 했으나, 당시 폐회로텔레비전이 작동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송씨도 불러 조사했으나 “누구와 통화했는지 기억이 안 난다”는 진술만 받은 것으로 전해졌다. 검찰은 조이제(54) 서초구청 행정지원국장한테 채군 정보 조회를 부탁한 조오영(55) 전 청와대 행정관과 조 국장의 구속영장이 기각된 뒤 돌파구를 찾지 못하고 있다.
반면 채군의 어머니 임아무개씨가 검찰 수사와 관련해 청탁과 함께 금품을 받고, 가사돌보미를 채무 문제로 공갈·협박한 사건 등을 수사중인 서울중앙지검 형사6부(부장 서봉규)는 채 전 총장에 대한 ‘신상 털기’ 식의 수사를 하고 있다. 임씨 자택 등을 수색해 채 전 총장과 임씨, 채군이 함께 찍은 사진을 압수하고, 서울의 한 병원을 압수수색해 임씨의 분만 전후 의료기록 가운데 채 전 총장이 쓴 것으로 보이는 서명이 담긴 보호자 동의서까지 받아왔다. 검찰 관계자는 “형사3부보다 형사6부의 수사 진행이 빠른 것은 채 전 총장 쪽을 압박해 정보유출 수사가 더 진척되지 못하게 하려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김정필 김원철 기자 fermata@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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