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석기 전 통합진보당 의원이 22일 오후 서울 서초구 대법원 대법정에서 열린 상고심 선고에 앞서 피고인석에 앉으며 뒤를 돌아보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헌재의 ‘진보당 해산’ 때보다 다양한 의견 보인 대법관들
3명 “내용 너무 추상적” vs 4명 “처벌 더 강력해야” 엇갈려
3명 “내용 너무 추상적” vs 4명 “처벌 더 강력해야” 엇갈려
이석기 전 통합진보당 의원의 내란음모·선동 사건은 사안의 중요성 때문에 대법관 4명이 참여하는 소부가 아니라 13명 전원이 참여하는 전원합의체가 심리했다. ‘내란선동 유죄, 내란음모 무죄’라는 판단은 대법관 10 대 3 의견으로 확정됐다. 이번 사건에서는 피고인들 쪽에 유리(내란선동 무죄)하거나 불리(내란음모 유죄)하게 보는 소수의견이 각각 나온 점도 눈에 띈다.
이인복·이상훈·김신 대법관은 이 전 의원과 김홍열 전 통합진보당 경기도당 위원장에게 내란선동죄를 적용할 수 없다고 밝혔다. 세 대법관은 “내란선동죄가 성립하기 위해서는 폭동의 시기·대상·수단·역할 분담 등 윤곽이 어느 정도 특정돼야 하는데, 이석기·김홍열이 선동한 내용은 너무 추상적이어서 내란행위의 주요한 부분의 윤곽이 개략적으로나마 특정된 폭동이라고 볼 수 없다”고 밝혔다.
이어 “이들이 선동한 것은 전쟁 상황을 전제로 후방 교란 목적의 국지적·산발적 파괴행위일 뿐 이를 한 지방의 평온을 해할 정도의 위력이 있는 폭동이라고 평가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또 “이들이 선동한 게 폭동에 해당하더라도 내란으로 나아갈 실질적 위험성이 인정돼야 하는데 회합 참석자들과의 관계, 회합 전후상황 등에 비추면 이들의 선동에 따라 내란이 실행될 실질적 위험성이 있다고 단정하기도 어렵다”고 말했다.
반면 신영철·민일영·고영한·김창석 대법관은 더 강한 처벌을 요구하는 소수의견을 냈다. 피고인들에게 내란음모죄를 물을 수 있다는 것이다. 신 대법관 등은 “내란을 실행하자는 합의의 구체성이 다소 떨어지더라도 내란의 실행행위로 나아갈 개연성이 크다면 실질적 위험성이 있어 내란음모죄가 성립될 수 있다”고 밝혔다. 이어 “피고인들은 당시 정세를 전쟁이 임박한 상황으로 인식하고 모임을 개최했고, 국가시설의 파괴, 통신교란, 폭탄 제조법 및 무기 탈취 등이 구체적으로 논의됐던 점 등을 고려하면, 비록 구체적인 공격의 대상·목표 등에 합의가 안 됐더라도 전쟁 시 상부의 지시에 따라 폭동으로 나아간다는 데 관해 아무런 이견 없이 서로의 의사를 확인하면서 결의를 다졌다”고 판단했다. 따라서 “회합에서 논의했던 방법이나 그와 유사한 방식으로 내란의 실행행위로 나아갈 개연성이 커 유죄로 인정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경미 기자 kmle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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