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의 모든 것을 다 가진 왕이 있었다. 자신이 원하는 것을 다 가진 왕이었지만 그 왕은 행복하지 않았다. 그러던 어느 날, 왕은 주방 근처에서 한 요리사가 행복한 얼굴로 휘파람을 불며 채소를 다듬는 것을 보게 되었다. 왕이 요리사를 불러 뭐가 그리 행복한지 묻자 요리사는 이렇게 답했다. “폐하, 저는 말단 요리사에 불과하지만, 제 아내와 아이를 먹여 살릴 수 있어서 기쁘고, 또 늘 즐겁게 해줄 수 있어서 행복합니다. 그래서 필요한 게 많지 않습니다. 비바람을 피할 수 있는 방 한칸과 배를 불릴 수 있는 따뜻한 음식만 있어도 충분하지요. 게다가 가족은 제게 세상을 살아갈 힘을 준답니다. 아무리 보잘 것 없는 물건을 가져가도 제 가족은 매우 만족하고 기뻐합니다. 그래서 저 역시 기쁘고 행복할 수밖에요.”
그 말을 들은 왕은 요리사를 물러가게 하고는 현명하다고 알려진 한 재상을 불러 요리사에 관해 이야기해 주었다. 그러자 재상이 빙그레 웃으며 이렇게 말했다. “폐하, 저는 그 요리사가 아직 ‘99의 노예’가 되지 않았다고 봅니다.” 왕은 의아해하며 되물었다. “99의 노예? 그게 무엇인가?” 그러자 재상은 왕에게 이렇게 말했다. “폐하, 99의 노예가 무엇인지 알고 싶으시다면, 가죽 주머니에 금화 99개를 넣어서 요리사의 집 앞에 가져다 두시면 됩니다.”
그날 저녁 왕은 재상의 말대로 금화 99개가 든 주머니를 요리사의 집 앞에 몰래 가져다 두게 했다. 하루 일과를 마치고 집으로 돌아온 요리사는 그 금화 주머니를 발견하고는 얼른 집안으로 가지고 들어가서 금화를 세어 보기 시작했다. 당연히 금화는 99개였다. 금화 99개를 확인한 요리사는 얼굴을 찌푸리고선 ‘혹시나 한닢을 어딘가에 떨어뜨리지 않았나?’ 싶어 온 집안을 기어 다니며 금화를 찾았다. 나머지 금화 한닢이 보일 리 없었다. 금화가 99개밖에 없다는 것을 안 요리사는 ‘열심히 일해서 금화 100개를 채워야겠다’고 생각했다.
다음날 아침, 요리사는 전날 금화 한닢을 찾기 위해서 온 집안을 헤집고 다니느라 피곤했던 탓에 늦잠을 자고 말았다. 늦잠을 잤다는 사실을 깨달은 순간 요리사는 아내와 아이들에게 소리를 지르며 화를 냈다. 자신을 깨우지 않아서 금화 한닢을 벌어야 할 귀중한 시간을 낭비하게 만들었다는 게 그 이유였다. 그는 아침식사도 제대로 하지 않고 출근해서 미친 듯이 일에 몰두했다. 예전처럼 콧노래를 부르거나 휘파람을 불지도 않았다. 얼마나 일에 몰입했던지, 왕이 자신을 몰래 지켜보고 있다는 것도 알아채지 못했다. 어제의 즐겁고 행복한 모습이 완전히 사라진 요리사를 보면서 왕은 크게 놀랐다. 금화 99개가 거저로 생겼는데, 더 행복해지기는커녕 오히려 불행해지다니! 왕이 재상에게 그 이유를 물었다. “폐하, 그 요리사는 이제 99의 노예가 되었습니다. 99의 노예란 가진 것이 아무리 많아도 만족하지 못하고, 부족한 1을 채워 100을 만들기 위해 죽을 힘을 다해 일에 매달리는 사람을 말합니다.”
+
한 개만 더, 하나만 더를 부르짖으며 만족함을 몰라하며 늘 부족에 허덕이며 살아가는 인간의 모습입니다. 가진 것을 누리지 못하고 부족함의 노예가 되어 온종일 헐떡이는 폭식증에 걸린 환자의 모습입니다. 욕망은 늘 부족함을 부추기고 욕심은 모자람을 지적하며 가진 것을 누릴 사이도 없이 몰아치다가 죽음의 나락으로 떨어지고 맙니다.
글 문병하 목사(양주 덕정감리교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