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휴심정 순례기

‘깨달음의 자리’ 연재를 마치며

등록 2005-12-07 11:05

지난 1월에 시작된 <깨달음의 자리>가 33회 일우선사편으로 끝을 맺었다. 자신의 내면은 도외시 한 채 끝없이 외연의 개발과 성장과 확장, 승리만이 ‘진리’가 되어가는 세상에서 조용히 내면의 빛을 밝힌 선지식들의 삶을 통해 현재를 성찰해 보려는 기획이었다. 따라서 이 시리즈에선 이름도, 자취도 남기지 않은 채 살다간 고승들의 조명에 초점을 맞추었다. 세속적인 명예와 지위, 성장의 욕구에 요즘은 종교조차 ‘구속’된 세상인 때문이다.

이 가운데는 신문과 잡지에 한 번도 조명된 적이 없을 뿐 아니라 선승들에게도 생소한 선사들이 상당수였다. 만공 선사가 자신은 뒷방에 물러나고 조실을 맡겼으나 40살도 되기 전 열반한 보월 선사, 해인사 계곡에서 몸을 씻고 벗은 그대로 바위에 앉아 열반한 담배도인 금봉 선사, 마취제를 사용하지 않고 생살을 째고 갈비뼈를 드러내는 수술을 초연하게 받은 보문 선사, 도봉산 천축사 무문관에서 6년 결사를 마치고 부산에서 배를 타고 바다로 나간 뒤 홀연히 자취가 끊어져 버린 제선 선사, 40여년 간 묵언하며 한 밤에 좌선 중 방광을 하곤 했던 계룡산 도인 석봉 선사, 해인사 조실을 지내고 70대에 20대 보살과 살림을 차려 살면서도 불법에 당당하기만 했던 혼해 선사, 그리고 일우 선사 등이다.

또 당대 최고의 도인으로 추앙받으면서도 기록이 전혀 없는 수월 선사와 평생 법문 한 번 하지 않고 일만 했던 벽초 선사, 천진도인 우화 선사와 인곡 선사, 인욕 보살로 수행자의 사표였던 지월 선사, 혜봉, 정영, 철우 선사 등도 산중 선승들의 고증에 의해 묻혀질 뻔한 실화들이 세상에 드러났다. 성철과 청담, 구산, 서옹, 서암, 청화, 숭산 선사 등은 책도 많이 출간되어 이곳에선 다루지 않았다.

이 시리즈에 등장한 선사들의 대부분은 명예와 돈, 성공 같은 세상적 가치에 초탈했고, 이름을 드러내는데 무관심했다. 오로지 인연이 있는 이들을 소리 없이 헌신적으로 도우며, 그들이 이미 구원돼 있다는 것을 깨닫도록 했다. 탐(욕심), 진(분노), 치(어리석음)를 여읜 그들의 삶은 혼돈한 세상 속 어딘가엔 이런 이들이 언제나 ‘머물고 있다’는 확신을 주고 있다.

이 취재엔 많은 스님들과 재가불자들의 도움이 있었다. 특히 자신은 물론 스승의 이름조차 드러내기를 원치 않음에도 간곡한 청을 물리지 않은 선승들이 없었다면 이 시리즈는 불가능했을 것이다. 기자의 아둔함이 선사의 그림자를 더럽히지 않았는지 두려울 뿐이다. 결코 더러움에도 두려움에도 물들지 않는 33명의 선사는 필진네트워크 ‘깨달음의 자리' 목록에 들어가면 다시 만날 수 있다.

[이 기사의 자세한 내용은 <은둔>(한겨레출판 펴냄)에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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