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과 몸 중에 어떤 것이 더 약할까요? 강의 중 질문을 하면 열에 일곱은 몸이 약하다고 하십니다. 지방 강의 맨 앞줄에 남자분들이 앉아 계셨습니다. 형제님들, 지금까지 살아오시면서 마신 술이 몇 상자나 될까요? 소주 맥주 양주 회오리주 폭탄주 등등…. 앞의 몇 분이 손가락을 세시더니 ‘열 손가락으로 모자라는데요’ 하는 것입니다. 그렇게 많은 술을 밥통 속에 쏟아부었는데 자기 위장이 가출한 적 있나요? 우리 몸은 우리가 죽을 때까지 사용하는 아주 수명이 긴 물건입니다. 자, 그러면 마음은 어떤가요? 많은 분들이 마음은 튼튼하다고 생각하시는데 과연 그럴까요? 상담실을 찾아온 어떤 분이 말씀하시길 어린 시절 동네 친구들과 놀이를 하는데 지나가던 사람이 쯧쯧 저렇게 생겨서 시집이나 가겠나 하고 말한 적이 있는데 나이가 일흔이 되어가는 지금도 그 사람이 한 말을 생각하면 울컥하는 심정이 된다고 하십니다. 그렇게 오래전 일인데 왜 울컥하는 걸까요? 기억력이 좋아서? 아닙니다. 내 마음의 상처가 아물지 않아서 그런 것입니다. 정신의학에서는 사람의 마음을 순두부 혹은 어린아이 살 같다고 말합니다. 지나가는 말에도 상처받는 것이 사람 마음이란 것입니다. 문제는 이런 상처를 아무도 치유해주지 않으면 그 상처는 아물지 않은 채로 있어서 누군가가 건드리면 다시 피를 흘린다는 것입니다. 그래서 다른 사람들과 대화할 때는 가시 돋친 혹은 칼을 품은 말을 해서는 안 된다고 하는 것입니다. 저는 강의 중 농담 삼아 부부싸움을 할 때도 반드시 존대어를 쓰라고 권합니다. 부부싸움을 할 때는 감정이 격앙되어서 말을 함부로 하는 경향이 있는데 그런 말들이 상대방의 가슴에 꽂혀서 쉽사리 치유가 안 되기 때문입니다. 요즘 정치인들이나 언론보도를 보면 아무 말 대잔치를 하는 듯한 느낌을 받습니다. 아이들이 개구리에게 장난삼아 돌을 던지듯이 말을 하는 것입니다. 쌓인 감정을 풀고 싶은 심정이야 이해가 가지만 그렇게 던진 말들이 어떤 결과를 낳는지는 생각하지 않는 듯합니다. 십계명에는 살인하지 말라는 계명이 있는데 요즈음은 칼이 아니라 말로 살인을 하는 시대가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곤 합니다. 말로 살인하는 것 중 하나가 악성 댓글입니다. 연예인들 운동선수들 언론인들 정치인들 등등 얼굴이 좀 알려진 사람들은 악성 댓글에 시달리는데 이런 악성 댓글로 공황장애를 앓는 사람들이 적지 않습니다. 그래서 악성 댓글은 언어 살인 행위이기에 엄하게 처벌해야 한다고 하는 것입니다. 마음은 참으로 묘한 것입니다. 그 구조가 어떻게 설명할 수 없을 정도로 깊고 복잡합니다. 그러나 딱 한 가지 유념해야 할 것은 그 마음에 상처를 주면 그 사람은 고장 난 로봇처럼 자기 인생을 스스로 파괴하는 삶을 살아야 합니다. 그래서 칼로 사람을 죽였을 때 받는 형벌만큼 말로 상처를 주었을 때도 같은 형량이 부과되어야 한다고 하는 것입니다. 예수께서 이웃 사람 사랑하길 네 몸처럼 하라고 하신 말씀은 자기 마음이나 몸에 상처 입는 것이 어떤 것인지 안다면 다른 사람에게 상처를 주지 말라는 말씀인 것입니다. 연하디연한 마음으로 살아가는 사람들끼리 서로 칼부림 말부림으로 상처를 주는 무지막지한 일은 그만했으면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