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케이금융그룹 신호진(오른쪽)이 13일 경북 구미 박정희체육관에서 열린 2023 구미·도드람컵 프로배구대회에서 공을 때리고 있다. 한국배구연맹 제공
총 34득점. 공격 성공률은 72.34%에 이르렀다. 그의 진가는 승부의 갈림길이던 4세트에 드러났다. 공격 성공률 91.7%를 앞세워 혼자서 11득점을 쓸어담았다. 그야말로 신들린 공격력이었다.
신호진(22)의 공격력을 앞세운 오케이(OK)금융그룹은 13일 경북 구미 박정희체육관에서 열린 2023 구미·도드람컵 프로배구대회(이하 코보컵) 결승전에서 삼성화재를 세트 점수 3-1(25:23/22:25/25:23/25:20)로 꺾고 창단 첫 우승컵을 품에 안았다. 우승상금은 5000만원. 오케이금융그룹은 그동안 코보컵에서 준우승만 3차례(2015년, 2019년, 2021년) 했었다.
일본 국가대표 출신으로 지난 5월 말 오케이금융그룹 사령탑에 부임한 오기노 마사지 감독은 부임 두 달 만에 팀을 정상으로 올려놨다. 경기 뒤 오기노 감독은 “블록 시스템과 디그가 잘 됐다”고 평했다. “체육관과 코트 내에서는 연령이 필요하지 않다”고 말하는 그는 평소 선수들에게 자신을 “감독” 대신 “오기상”이라고 부르도록 한다. ‘오기상’의 배구가 두 달 만에 한국 코트를 평정한 셈이다.
오케이금융그룹 오기노 마사지 감독이 13일 경북 구미 박정희체육관에서 열린 2023 구미·도드람컵 프로배구대회에서 선수들을 지도하고 있다. 한국배구연맹 제공
전날 열린 일본 프로팀 파나소닉과 준결승전에서 31득점(공격 성공률 58.1%)을 기록했던 신호진은 이날도 거침없는 공격을 이어가며 대회 최우수선수상(MVP)에 뽑혔다. 신호진은 “창단 첫 코보컵 우승을 동료들과 함께할 수 있어서 뜻깊은 경험이 됐다”라고 했다. 신호진과 함께 차지환(27)이 공격 성공률 60.61%를 앞세워 23득점을 보태면서 팀 승리를 도왔다.
지난 시즌 꼴찌팀 삼성화재는 준결승에서 전 시즌 리그, 컵 우승팀 대한항공을 꺾으면서 상승세를 탔으나 오케이금융그룹을 넘어서지는 못했다. 박성진(23)이 30득점, 신장호(27)가 16득점을 올렸지만 팀 패배에 묻혔다. 삼성화재는 이날 가로막기 숫자(10개)에서 오케이금융그룹(14개)에 밀렸다.
이번 컵대회에는 지난 시즌 1~3위 대한항공, 현대캐피탈, 우리카드 주전 선수들이 대부분 국가대표로 차출된 상태로 치러졌다. 외국인 선수 또한 아직 입국전이라서 각 팀의 전력을 그대로 보여주지는 못했다. 하지만 지난 시즌 5위 오케이금융그룹과 7위 삼성화재가 한 단계 발전한 젊은 선수들의 기량을 보여주면서 흥미로운 2023~2024시즌을 예고했다. 2023~2024시즌 V리그는 10월14일 개막한다.
김양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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