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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기상’이 그리는 안산의 새로운 배구…웃으면서 해도 “OK”

등록 2023-08-04 08:00수정 2023-08-04 08:34

[‘찐’한 인터뷰] 오기노 마사지 오케이금융그룹 신임 감독
오기노 마사지 오케이(OK)금융그룹 배구단 신임 감독이 지난달 31일 경기도 용인시 처인구 배구단 훈련장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오케이금융그룹 제공
오기노 마사지 오케이(OK)금융그룹 배구단 신임 감독이 지난달 31일 경기도 용인시 처인구 배구단 훈련장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오케이금융그룹 제공

호방하다. 넓은 어깨를 들썩이며 시원하게 웃는다. 말에도 주저가 없다. 배구에 대한 철학, 팀을 이끌고자 하는 방향에 대한 이야기가 청산유수 펼쳐진다. 한국과 일본 배구의 현재와 미래는 물론 스포츠에 대한 의견을 말하는 데도 거침이 없다. 하지만 그 속에 겸손과 절제가 동시에 느껴진다. ‘한겨레’는 오기노 마사지(53) 오케이(OK)금융그룹 신임 감독을 지난달 31일 경기도 용인시 처인구 배구단 훈련장에서 만났다.

올 시즌 V리그는 남녀 14개 구단 가운데 4곳이 외국인 감독이다. 대한항공이 2020년 로베르토 산틸리 감독을 선임하며 남자부 최초로 외국인 감독을 선임했을 때만 해도 예상하기 어려웠던 풍경이다. 오기노 감독은 오케이 구단 최초, V리그 남자부에선 세 번째 외국인 감독이다. 리그 전체로 범위를 넓히면 여섯 번째다. 중학교 때까지는 야구를 했고, 고등학교 때 배구를 시작했다. “감독은 물론 선수가 되리라는 생각도 안 했지만” 졸업 뒤 일본 산토리 선버즈에 입단해 프랜차이즈 스타로 활약한 뒤 감독도 두 차례 역임했다.

외국인 감독 합류는 팀은 물론 리그에도 변화를 가져온다. 오기노 마사지 감독이 보여줄 변화는 뭘까. 오기노 감독은 소통을 강조했다. 그는 “배구에서 가장 필요한 부분은 커뮤니케이션이다. 연습 때도 서로 목소리를 내야 하는데 그런 부분이 부족하다”며 “(선수들에게) 서로 눈치 보지 말라고 이야기하고 있다”고 했다. 그는 “한국은 상하관계 문화가 있어서 그런 듯하다”며 “일본 문화를 도입하는 게 아니라, 배구 문화를 가져오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체육관과 코트 내에서는 연령이 필요하지 않다”는 것이다. 그는 이런 이유로 선수들에게 자신을 “감독”대신 “오기상”이라고 부르도록 했다.

오기노 마사지 오케이금융그룹 감독이 5월7일 서울 마포구 한국배구연맹(KOVO) 기자실에서 열린 선임 기자회견에 참여해 환하게 웃고 있다. 오케이금융그룹 제공
오기노 마사지 오케이금융그룹 감독이 5월7일 서울 마포구 한국배구연맹(KOVO) 기자실에서 열린 선임 기자회견에 참여해 환하게 웃고 있다. 오케이금융그룹 제공

오는 6일 시작되는 코보컵 남자부와 다가올 새 시즌에도 오기노 감독은 팀 분위기와 시스템을 바꾸는 데 중점을 두고 있다. “오기상의 배구를 만들면, 성적은 거기에 당연히 따라와 준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그는 “분위기적으로 밝아졌다는 걸 보여드리고 싶다”며 “(팬들이) 선수가 즐겁게 배구를 하고 있다고 느끼게 하고 싶다”고 했다. 그는 이런 많은 소통 속에 잘 짜인 팀이 될 때 “누가 나가도 똑같은 플레이를 하는” 시스템이 갖춰진 배구를 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배구는 개인이 아니라 팀이 하는 운동”이라고 그는 거듭 강조했다.

최근 국제무대에서 갈수록 격차가 벌어지고 있는 한국과 일본 배구에 대해 그는 어떻게 생각할까. 오기노 감독은 “일본은 국외경험을 하는 선수들이 많다. 높은 레벨에서 배구를 하고 있고, 이 선수들이 대표팀에서 다른 선수들에게 조언을 해주면서 팀이 발전한다”고 했다. “한국 선수들도 국외리그에 도전하라”는 취지다. ‘실업리그 일본과 달리 프로리그 한국은 국내 연봉이 높아 국외 진출 유인이 없다’고 하자 “지금에 만족할지 미래를 볼지, 선수 스스로가 배구인으로서 생각할 문제”라며 “한국팀이 70∼80% 연봉을 부담하는 대신 임대식으로 보내는 방법도 생각해볼 수 있다”고 했다.

오케이금융그룹 선수단. 한국배구연맹 제공
오케이금융그룹 선수단. 한국배구연맹 제공

오기노 감독은 자기 생각을 솔직하게 털어놨지만, 때로는 인터뷰가 지체될 때도 있었다. 엘리트체육과 생활체육을 분리해서 사고하는 한국과 달리 일본은 엘리트체육이라는 개념 자체가 약하다. 서로 간에 쓰는 용어에 차이가 있으니, 질문과 답변이 겉돌기도 했다. 특히 오기노 감독은 한국 스포츠계에서 나오는 ‘학생 선수들이 수업을 듣느라 경쟁력이 약해졌다’는 주장은 그 자체로 이해하기 어려워했다. 그는 “연습시간이 줄면 정해진 시간을 어떻게 계획적으로 쓸지를 고민하면 될 문제”라며 “연습량이 많다고 강해진다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했다.

마지막으로 그에게 인구 자체가 줄고 있는 상황에서 배구 저변을 넓힐 방법이 있을지 물었다. 오기노 감독은 “미디어를 통해 배구를 많이 노출해 배구 인구를 늘려야 한다”며 “일본은 선수들이 학생팀을 방문해 연습을 도와주는 등 접촉을 늘리려는 노력도 많이 한다”고 했다. 코트 안은 물론 밖에서도, 바다를 건너온 새바람이 불고 있다.

이준희 기자 givenhappy@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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