흥국생명 김연경(왼쪽)과 마르첼로 아본단자 감독. 한국배구연맹 제공
새 시즌을 준비하는 프로배구가 다양성을 눈에 띄게 강화하고 있다. 외국인 감독 숫자가 점차 늘어나고 있고, 아시아쿼터 도입으로 외국인 선수의 양과 질도 풍부해졌다.
먼저 사령탑 면면이 달라졌다. 남자부에선 토미 틸리카이넨 대한항공 감독(핀란드)이 4연속 통합우승을 노리고, 오케이(OK)금융그룹이 29일 오기노 마사지 감독(일본)을 신임 사령탑으로 선임했다. 여자부에서는 지난 시즌 막바지에 부임한 마르첼로 아본단자 흥국생명 감독(이탈리아)이 챔피언 자리에 재도전하고, 아헨 킴 페퍼저축은행 감독(미국)도 첫 시즌을 치를 준비에 돌입했다. 남녀 14개 구단 가운데 4명이 외국인 감독이다.
프로배구에서 한 시즌에 외국인 감독이 4명이나 팀을 이끄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그간 프로배구는 오히려 외국인 감독을 찾아보기 어려울 정도로 순혈주의가 강했다. 남자부에서는 2020년에야 대한항공이 로베르토 신탈리 감독(이탈리아)을 선임하며 첫 외국인 사령탑이 부임할 정도였다. 여자부 역시 상황이 크게 다르지 않았다. 변화가 부쩍 다가오자 토종 사령탑들도 경계심을 드러내고 있다. 최태웅 현대캐피탈 감독은 지난 시즌 남자부 챔피언결정 1차전 뒤 “최근 외국인 감독이 계속 우승하고 있다”며 “국내 감독들이 이전과 똑같이 하면 안 된다”고 했다.
토미 틸리카이넨 대한항공 감독. 한국배구연맹 제공
이번에 처음으로 도입한 아시아쿼터 제도는 선수층에서도 다양성을 키우고 있다. 그간 각 구단은 외국인 선수를 1명씩만 기용할 수 있었고, 이들 출신 국가는 배구가 강한 몇 개 나라에 한정됐다. 하지만 이번 아시아쿼터 드래프트 때 모든 구단이 선수를 지명한 데다, 이들의 출신지(몽골, 인도, 인도네시아, 타이, 필리핀 등)도 그간 리그에서 보기 힘들었던 아시아 지역이다. 특히 여자부 아이비케이(IBK)기업은행은 타이 출신 세터 폰폰 게드파르드를 지명하는 파격도 선보였다. 여자부에서 외국인 세터가 나온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프로배구의 이런 시도는 ‘고인 물’이라는 평가를 딛고 세계 배구 흐름을 적극적으로 받아들이려는 시도로 풀이된다. 앞서 김연경은 아본단자 감독 선임에 대해 “(외국인 감독 영입으로) 선수들이 선진 배구를 배워 생각도 넓어지고, 배구를 보는 시야도 넓어질 거라 생각한다”고 말하기도 했다. 김연경은 현역 생활 대부분을 튀르키예, 중국 등에서 뛰었고 유튜브 등을 통해 선수들에게 ‘적극적으로 국외 진출에 나서라’고 독려해온 바 있다. 현재 여자 배구 대표팀 사령탑도 세자르 곤살레스 감독(스페인)이다.
이준희 기자
givenhappy@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