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영이 15일 오후 중국 베이징 서우두체육관에서 열린 2022 베이징 동계올림픽 피겨스케이팅 여자 싱글 쇼트 프로그램에 출전해 드라마 '레프트오버(leftovers)' 사운드트랙(OST) 음악에 맞춰 연기를 펼치고 있다. 베이징/연합뉴스
어린 시절 꿈꿔왔던 무대, 그 꿈의 빙판 위에 오른 두 별이 있다.
피겨 국가대표 유영(18·수리고)은 15일 중국 베이징 서우두체육관에서 열린 2022 베이징겨울올림픽 피겨스케이팅 여자 싱글 쇼트프로그램에서 70.34점을 기록하며 6위에 올랐다. 한국 선수가 여자 싱글 ‘톱 6’에 든 건, 김연아(32)가 2014년 소치 올림픽 여자 싱글 쇼트 1위를 차지한 뒤 8년 만이다. 2010년 벤쿠버 올림픽 당시 김연아를 보고 처음 스케이트화를 신었던 6살 유영이 어느덧 성장해 올림픽 무대를 화려하게 장식하고 있다.
유영의 무기는 트리플 악셀 점프다. 유영은 한국 여자 선수 가운데 최초로 공중에서 3바퀴 반을 도는 트리플 악셀을 성공했다. 김연아조차도 구사하지 못했던 기술이다. 전날 열린 쇼트에서 시도한 트리플 악셀이 기본 점수(8.0점)에 한참 못 미치는 2.31점에 그쳤지만, 유영은 포기하지 않고 17일 열린 프리스케이팅에서 다시 트리플 악셀을 시도할 계획이다.
유영이 15일 오후 중국 베이징 서우두체육관에서 열린 2022 베이징 동계올림픽 피겨스케이팅 여자 싱글 쇼트 프로그램에 출전해 드라마 '레프트오버(leftovers)' 사운드트랙(OST) 음악에 맞춰 연기를 펼치고 있다. 베이징/연합뉴스
유영은 16일 훈련에서도 트리플 악셀 훈련에 매진했다. 유영은 이날 기자들과 만나 “트리플 악셀 연습을 많이 했는데 몇 번은 넘어지고 몇 번은 성공했다. 첫 점프이다 보니 너무 긴장된다.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고 있다”고 했다. 쇼트 6위에 올라 프리스케이팅 마지막 그룹에 속한 유영은 “굉장히 좋은 경험이라고 생각한다. 대단한 선수들과 같은 그룹에 속해 연습도 하고, 잊지 못할 경험이 될 것 같다”고 했다.
김예림이 15일 오후 중국 베이징 서우두체육관에서 열린 2022 베이징 동계올림픽 피겨스케이팅 여자 싱글 쇼트 프로그램에 출전해 프란츠 리스트의 '사랑의 꿈' 음악에 맞춰 연기를 마친 뒤 인사하고 있다. 베이징/연합뉴스
성공적으로 올림픽 데뷔 무대를 치른 김예림(19·수리고)도 다시 한 번 스케이트화를 바짝 멘다. 김예림 역시 2010년 밴쿠버 대회를 보고 피겨스케이팅을 시작한 ‘김연아 키즈’다. 굳이 따지자면, 연기 전체 완성도를 중시하는 김예림이 고난도 기술이 강점인 유영보다 더 김연아와 비슷한 스타일이다. 쇼트 때 김연아가 직접 추천한 프란츠 리스트의 ‘사랑의 꿈’에 맞춰 연기했던 김예림은 프리스케이팅에선 김연아가 은퇴 갈라쇼에 썼던 푸치니의 ‘투란도트 바이올린 판타지’와 함께 무대에 선다.
김예림은 시원시원한 연기가 강점이다. 김예림은 16일 훈련 뒤 기자들과 만나 “제가 키가 큰 편이라 안무적인 부분에서 조금 더 시원시원한 점프와 스케이팅을 보여드릴 수 있을 것 같다”라며 “저만의 스케이팅을 보여드리고 싶다”는 포부를 밝혔다. 쇼트에서 67.78점을 받아 9위에 오른 김예림은 이번 대회에서 ‘톱 10’ 진입을 노린다. 올림픽 무대라는 부담감을 이겨내고 제 연기를 펼친다면, 충분히 가능한 목표다.
김예림이 15일 오후 중국 베이징 서우두체육관에서 열린 2022 베이징 동계올림픽 피겨스케이팅 여자 싱글 쇼트 프로그램에 출전해 프란츠 리스트의 '사랑의 꿈' 음악에 맞춰 연기를 마친 뒤 인사하고 있다. ,베이징/연합뉴스
유영과 김예림은 17일 프리스케이팅 무대에 선다. 아직은 둘 다 김연아란 이름 아래 있는 어린 별들이다. 하지만 김연아가 그들의 별이었듯, 이들도 다시 누군가의 별이 되고 ‘유영 키즈’ ‘김예림 키즈’가 빙판을 누비게 되지 않을까. 두 선수가 이끌 새 시대의 문이 이제 막 열리기 시작했다.
베이징/이준희 기자
givenhappy@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