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르웨이의 얄 마그누스 리베르가 15일 열린 2022 베이징겨울올림픽 노르딕복합 라지힐/10km 개인전에서 역주하고 있다. 선두였던 그는 코스를 잘못 들어갔다 나오는 바람에 8위가 됐다. 베이징/로이터 연합뉴스
올림픽 금메달은 실력인가, 천운인가?
2022 베이징겨울올림픽에서도 ‘운명의 신’이 인간의 일에 여러 번 개입하면서 희비극을 낳고 있다.
노르웨이의 얄 마그누스 리베르(25)는 15일 중국 장자커우에서 열린 노르딕복합 라지힐 10㎞ 개인전에서 코스를 잘못 들어갔다 나오는 바람에 선두에서 8위로 밀리는 불운을 겪었다.
세계 1위 리베르는 이날 경기에서 라지힐 스키점프 1위에 올랐고, 이 기록에 따라 2위보다 44초 앞서 10㎞ 크로스컨트리 주행을 하면서 가장 먼저 치고 나갔다. 하지만 10㎞ 구간의 첫 바퀴를 돌면서 정해진 코스를 타지 못하는 착오로 2위로 뒤처졌고, 7.5㎞까지 2위를 유지했으나 막판 다른 선수에게 추월을 허용하며 1위에 39초8 뒤진 8위로 골인했다. 첫 바퀴 때 1분 가까이 2위를 앞서며 선두로 내달린 것을 고려하면 한순간의 실수가 치명적이었다.
리베르는 중국 입국 때부터 낭패에 빠졌다. 코로나19 양성 반응으로 열흘 넘게 호텔에 격리됐고, 14일 완치 판정을 받은 뒤 하루 만에 실전에 나서야 했다. 노르딕복합은 아직도 ‘금녀의 벽’일 정도로 담력과 체력소모가 큰 종목이다.
이날 열정을 다해 코스를 주파한 리베르는 외신에서 “바보 같은 실수를 했다. 하지만 나는 좋은 스프린터다. 끝까지 금메달을 노리겠다”고 각오를 밝혔다. 팀 동료 외르겐 그라박 등 노르웨이 선수가 이날 1~2위를 차지했다.
리베르는 17일 열리는 라지힐/4×5㎞ 단체전에서 동료와 함께 다시 정상에 도전한다.
결승선 앞에서 미끄러져 펑펑 울었던 일본 빙상팀의 다카기 나나(오른쪽)가 15일 열린 여자 팀추월 시상대에서 동생 다카기 미호(가운데), 동료 사토 아야노와 함께 또 눈물을 쏟고 있다. 베이징/신화 연합뉴스
여자 스피드스케이팅 팀 추월에서는 금메달 결승선을 눈앞에 두고 마지막 코너에서 넘어진 일본의 다카기 나나(30)는 시상대에서도 울음을 참을 수 없었다. 일본 팀은 15일 열린 결승전에서 캐나다를 근소하게 앞섰지만, 결승점 앞에서 다카기 나나가 미끄러지면서 은메달에 그쳤다. 당시 나나는 동생 다카기 미호(28), 동료 사토 아야노(26)의 위로를 받았지만 계속 울기만 했다.
경기 뒤 열린 시상식에서도 다카기 나나는 눈물을 쏟았고, 이번에는 일본팀 선수들이 모두 울었다. 2018 평창 대회에서 2관왕(팀추월, 매스스타트)에 올랐던 다카기 나나는 <로이터>와 인터뷰에서 “아직도 미끄러진 충격에서 벗어나지 못했다”고 말했다.
오심으로 스노보드 슬로프스타일 은메달을 땄던 중국의 쑤이밍이 15일 스노보드 남자 빅에어에서 기어코 금메달을 딴 뒤 좋아하고 있다. 베이징/AFP 연합뉴스
오심 때문에 스노보드 슬로프스타일 금메달을 놓쳤던 쑤이밍(18·중국)은 오뚝이처럼 일어난 사례다. 그는 15일 열린 스노보드 남자 빅에어 결선에서 182.50점을 따, 2위에 10점 이상 앞선 완벽한 승리를 거뒀다.
쑤이밍은 앞서 7일 열린 스노보드 슬로프스타일에서는 오심으로 금메달을 놓쳤다는 동정을 받았다. 쑤위밍은 당시 결선 1위를 차지한 맥스 패럿(캐나다)에 2.26점 뒤진 2위가 됐는데, 나중에 패럿의 감점 요소가 점수에 반영되지 않았다는 논란이 일었다. 패럿이 손으로 보드를 잡는 대신 손을 무릎 근처에 갖다 대, 채점이 제대로 됐다면 2.43점 감점을 받아야 했다는 것이다.
분노한 중국 팬들이 주심을 비난하자, 쑤이밍은 일본인 코치 야스히로 사토와 함께 결과를 존중한다고 밝혔다. 또 “사람은 누구나 실수를 한다. 심판을 비난하기보다 금메달을 딴 패럿을 축하해달라”고 말하면서 자제를 부탁했다. 결국 아쉬움을 무기로 삼아 도전한 두 번째 기회에서는 ‘신의 장난’을 비웃듯 금메달을 거머쥐었다.
김창금 선임기자
kimck@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