엘라나 마이어스 테일러(미국)가 지난 10일 중국 베이징 국립 슬라이딩센터에서 열린 2022 베이징겨울올림픽 모노봅 공식 훈련에 참가한 모습. 베이징/타스 연합뉴스
베이징 도착 이틀 만의 코로나19 확진. “이보다 더 큰 영광은 없다”고 말했던 미국 대표팀 올림픽 개막식(4일) 기수를 포기해야만 했다. 엘라나 마이어스 테일러(38)에게 닥친 문제는 따로 있었다. 2020년 3월 태어난 아들(니코)에게 모유 수유를 하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남편(니콜라스 테일러)과 아들도 함께 베이징에 왔던 터. 마이어스 테일러는 매일 모유를 짜서 호텔 직원에게 전달했다.
그는 격리가 해제될 때까지 호텔 방에서 바벨을 들면서 체력 훈련을 이어갔다. 같은 시각 경쟁 선수들은 봅슬레이 트랙을 타면서 빙질에 적응하고 있었다. 여러모로 상황은 최악이었다. 세 가족이 최종 음성 판정을 받은 9일까지 그렇게 격리생활이 이어졌다.
미국 봅슬레이 대표팀 엘라나 마이어스 테일러. 개인 SNS 갈무리
마이어스 테일러는 봅슬레이 종목에서 2010년 밴쿠버 대회 때 동메달, 2014년 소치 대회와 2018년 평창 대회 때 각각 은메달을 따낸 강자이다. 2021~2022시즌 모노봅 월드컵 세계 랭킹 1위여서 이번 올림픽에 처음 채택된 모노봅에서 평창 때까지는 캐나다 대표팀으로 뛰다가 이번 대회에는 미국 대표로 출전한 카일리 험프리스 등과 금메달을 다툴 것으로 예상됐다. 월드컵 대회에서 마이어스 테일러가 4차례, 험프리스가 2차례 우승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코로나19가 그의 발목을 잡았다.
13일 옌칭 국립 슬라이딩센터에서 열린 2022 베이징겨울올림픽 모노봅 첫 날 경기에서 마이어스 테일러는 1, 2차 합계 2분10초42의 기록으로 중간 합계 4위에 올랐다. 스타트 기록(5초61)은 가장 빨랐으나 다른 선수보다 트랙 적응이 덜 된 게 뼈아팠다. 1위 험프리스와 차이는 1초32. 모노봅은 3, 4차 시기(14일)를 합해 순위를 정한다. 마이어스 테일러는 2인승 봅슬레이에도 출전한다.
한편, 마이어스 테일러는 다운증후군협회를 돕기 위해 개막식 기수로 입을 예정이던 옷을 경매에 내놨다. 그의 아들은 다운증후군을 안고 태어났으며 이 때문에 그는 많은 시간을 아들 곁에 머물기를 원해왔다.
김양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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