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이선 첸(미국)과 하뉴 유즈루(일본). 연합뉴스
완전한 4회전과 불완전한 4.5회전의 대결. 2022 베이징겨울올림픽 피겨 남자 싱글 대결은 이렇게 압축된다. 이번 대회는 하뉴 유즈루(28·일본)와 네이선 첸(23·미국)의 우승 대결이 될 전망이다.
국제올림픽위원회(IOC) 공식 누리집인 ‘올림픽 채널’ 등에 따르면, 하뉴와 첸은 2016~17시즌 그랑프리 파이널에서 처음 맞붙었다. 2014 소치겨울올림픽 금메달리스트 하뉴는 당시 기량이 만개해 있었고, 5개의 4회전 점프를 자유자재로 구사하던 ‘점프 머신’ 첸은 떠오르는 신성이었다. 이때 하뉴는 10점 이상 점수 차이로 첸을 따돌렸다. 2017년 4대륙 선수권 대회 때는 첸이 이겼고, 한달 뒤 펼쳐진 세계선수권에서는 하뉴가 시상대 맨 위에 올랐다.
올림픽 시즌이었던 2017~18시즌에는 첸이 조금 앞서갔다. 그저 점프만 잘하는 선수가 아닌 표현력까지 갖춰갔기 때문. 2018 평창겨울올림픽에서 하뉴의 올림픽 2연패를 위협할 것으로도 전망됐다. 하지만 올림픽 데뷔전에서 첸은 두차례나 넘어져 쇼트프로그램에서 17위에 머물렀고, 쿼드러플 점프(4회전)를 6차례나 성공시켜 프리스케이팅에서는 1위를 차지했으나 최종 5위에 만족해야 했다. 하뉴는 침착한 연기(쇼트 1위, 프리 2위)로 올림픽 2연패에 성공했다.
그 후로 4년이 흘렀다. 예일대에 입학한 첸은 학업과 운동을 병행하며 올림픽을 대비했다. 쿼드러플 점프 완성도는 더 높아졌다. 2021 세계선수권에서 하뉴를 큰 점수 차이(31.7점)로 꺾는 등 최근 대결에서는 첸이 우위를 이어갔다. 개인 최고 성적만 놓고 봐도 첸(335.30)이 하뉴(322.59)보다 앞선다. 쇼트프로그램 최고 점수는 하뉴(111.82, 첸은 111.71)가 높지만, 프리에서는 첸(224.92, 하뉴는 212.99)이 압도한다. 하뉴도 이를 의식한 듯 쿼드러플 악셀(공중 4.5회전, 6개 점프 중 유일하게 앞에서 도약해 뒤로 착지) 완성에 매진했다. 아직까지 공식 경기에서 쿼드러플 악셀을 ‘클린’(피겨에서 기술을 완벽하게 수행하는 것)한 이는 한명도 없다.
둘은 수년간 경쟁 관계에 있으면서도 서로에게 존경과 찬사를 아끼지 않는 것으로 유명하다. 하뉴는 언론들과 한 인터뷰에서 “첸은 정말 열심히 한다. ‘왜 저렇게 열심히 하지?’라고 생각할 정도”라며 “첸과 경쟁하는 것을 좋아한다. 총점에서 나 혼자 300점을 넘었다면 외로웠을 텐데, 첸이 있어서 동기부여가 된다”고 했다. 첸 또한 “하뉴는 역대 최고 선수다. 오랫동안 존경했던 선수와 빙판 위에서 같이 시간을 보낼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멋진 일”이라고 했다.
스웨덴의 일리스 그라프스트룀(1920·1924·1928년) 이후 최초로 겨울올림픽 피겨 남자 싱글 3연패를 노리는 하뉴는 6일 베이징에 입성했다. 첸은 4일 대회 단체전(은메달)에 출전해 쇼트프로그램(111.71점)을 소화하면서 예열을 마쳤다.
8일 오전 10시15분(한국시각)부터 펼쳐지는 남자 싱글 쇼트프로그램에서 하뉴는 21번째, 첸은 28번째로 연기한다. 톱 10 입성을 노리는 차준환(21·고려대)은 하뉴와 같은 조에서 23번째, 이시형(22·고려대)은 7번째로 출전한다. 차준환은 쇼트에서 한번, 프리에서 두번 쿼드러플 점프를 시도한다. 참가 선수 30명 중 24위까지 10일 열리는 프리스케이팅 대회에 출전할 기회를 준다.
김양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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