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형과 금메달 다투고 싶은 이상호와 아우만한 형 되고 싶은 김상겸

등록 2022-02-08 04:59수정 2022-02-08 12:25

‘배추보이’ 스노보드 이상호
은메달 평창 때보다 더 성장
동료이자 경쟁자 형 김상겸
“지금 93점…7점은 운에 맡겨”
김상겸이 지난달 28일 강원 횡성군 웰리힐리파크에서 열린 스노보드 알파인 국가대표 선수단 공개 훈련에 참석해 질주하고 있다. 횡성/연합뉴스
김상겸이 지난달 28일 강원 횡성군 웰리힐리파크에서 열린 스노보드 알파인 국가대표 선수단 공개 훈련에 참석해 질주하고 있다. 횡성/연합뉴스

“형하고 결승에서 붙고 싶다.”

강원도 배추밭에서 스노보드를 탄 ‘배추보이’ 이상호(27·하이원리조트)한테는 둘도 없는 ‘형’이 있다. 대표팀의 동료이자 경쟁자인 김상겸(33·하이원리조트)이다.

둘은 한국 스노보드 대표팀의 간판이다. 하지만 평창겨울올림픽 평행대회전 은메달로 사상 첫 설상 종목 메달을 건 이상호에 비해 김상겸을 아는 팬은 많지 않다.

올 시즌 국제스키연맹 월드컵에서도 이상호는 금메달 1개, 은메달 2개, 동메달 1개를 따 평행대회전·평행회전 종합순위 1위를 달렸다. 4년 동안 더 성장한 이상호는 “베이징올림픽의 목표는 금메달”이라고 당차게 말한다.

스노보드 17년 경력의 베테랑 김상겸은 과묵한 스타일이다. 지난해 12월 러시아에서 열린 월드컵에서는 7위에 올랐고, 이후 지난달 세차례 월드컵에서 17~18위권에 자리했다. 시즌 월드컵 순위는 19위.

하지만 100분의 1초를 다투는 스노보드 평행대회전에서 20위 내 선수들의 실력 차는 크지 않다. 당일 몸 상태에 따라 결과는 달라질 수 있다.

예선 성적에 따라 순서를 정한 뒤 1위-16위 식으로 맞대결을 펼쳐 결승까지 올라가는 경기 특성상 멘털이 중요하다. 또 예선 성적에 따라 코스 선택권을 주는 만큼 운도 따라야 한다.

‘동생’ 이상호는 정신력 측면에서 “그보다 당찬 선수는 없다”는 말을 들을 정도로 강심장이다. 이에 비해 김상겸은 부담감을 털어내야 하는 과제를 안고 있다. 김상겸은 “고교 3학년 때 멘털 취약점을 극복했고, 대학생 때 출전한 유니버시아드 대회에서 1위를 하면서 해볼 만하다고 느꼈다”고 말했다. 하지만 나이가 들수록 조바심이 나는 것도 사실이다.

김상겸. 대한스키협회 제공
김상겸. 대한스키협회 제공

김상겸은 이번 대회를 앞두고 “지난해 세계대회에서 나의 실력에 80점을 준다면, 지금은 93점쯤 주고 싶다. 7점은 운에 달렸다”며 각오를 밝힌 바 있다.

김상겸은 스노보드를 타기 전에 육상·씨름 선수로 뛰기도 했다. 1m82, 92㎏의 탄탄한 체격은 가파른 경사를 빨리 내려와야 하는 스노보드 평행대회전에서 가속을 붙이는 데 유리하다. 한때 실업팀을 찾지 못해 막노동을 하며 생계를 이어나가는 등 어려운 시기를 겪기도 했지만, 평창 대회에서 15위를 차지한 만큼 세번째 올림픽인 이번 대회에서는 상위권 입상이 목표다. 후배 이상호가 출국 전 인터뷰에서 “형과 함께 결승에서 금메달을 다투고 싶다”고 말한 것도 동기부여가 되고 있다.

대한스키협회 관계자는 “동생이 잘하니까 형이 의식할 수가 있다. 하지만 아예 마음을 비우고 뛰는 게 더 좋을 수 있다”고 조언했다.

둘은 8일 중국 허베이성 장자커우의 겐팅 스노파크에서 열리는 평행대회전 무대에서 4년간의 노력을 평가받는다. 3년 전 이곳에서 열린 월드컵에 출전했기에 현장 분위기가 낯설지는 않다. 김상겸은 “포기하지 않는 선수로 기억되고 싶다”고 말했다.

김창금 선임기자 kimck@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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