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채현이 6일 일본 도쿄 아오미 어번 스포츠 파크에서 열린 도쿄올림픽 스포츠클라이밍 여자 콤바인 결선에서 리드 종목 경기를 치르고 있다. 도쿄/김명진 기자
“그래도 저 힘 다 쓰고 내려왔어요.”
서채현(18)은 6일 일본 도쿄 아오미 어번 스포츠 파크에서 열린 2020 도쿄올림픽 스포츠클라이밍 여자 콤바인 결선 경기가 끝난 뒤 기자들과 만나 울먹이며 말했다. 그는 “처음에는 결선 가면 즐겁게만 할 줄 알았는데, 좋은 성적으로 가니 욕심이 생겨 아쉬움이 크게 남는다”고 눈물을 흘리면서도 자신이 “힘을 다 쓰고 내려왔다”는 사실을 강조했다.
예선 때도 마찬가지였다. 서채현은 4일 열린 예선에서 자신의 주특기인 리드 부문에서 압도적인 실력을 보여주며 종합 2위로 결선에 진출했다. 당시에도 서채현은 경기가 끝난 뒤 기자와 만나 “오늘 힘을 다 쓰고 내려와서 괜찮았다”며 만족감을 표했다. 서채현에겐 어떤 성적을 냈느냐보다도 무대 위에서 모든 힘을 다 쓰고 내려왔는지가 더 중요했다.
서채현이 6일 일본 도쿄 아오미 어번 스포츠 파크에서 열린 도쿄올림픽 스포츠클라이밍 여자 콤바인 결선 리드 종목 경기를 마친뒤 미국 선수와 포옹을 하고 있다. 도쿄/김명진 기자
이번 도쿄올림픽에서 첫선을 보인 스포츠클라이밍. 서채현은 메달 가능성이 큰 선수였다. 하지만 결선에서 스피드(8위)와 볼더링(7위)이 8명 가운데 최하위권에 머물면서 간발의 차로 메달 획득에 실패했다. 볼더링이나 리드(2위)에서 조금만 더 좋은 성적을 냈다면 동메달도 가능했기에 더 아쉬움이 남았다. 서채현은 “(오늘 밤에) 볼더링에서 잘 못 한 것이 두고두고 생각이 날 것 같다”고 했다.
이날 서채현은 “도쿄올림픽에 참여한 것 자체가 큰 경험”이라면서 앞으로 진로에 대해서는 “대학에 진학하고 싶은 마음도 있지만, 20대 초반은 선수로서 전성기가 될 것이기 때문에 아직 고민 중”이라고 밝히기도 했다. 그러면서 대회 내내 버텨준 자신의 손가락을 향해 “다치지 않아서 고맙다”는 말을 전하기도 했다.
첫 올림픽 도전을 마친 서채현의 눈은 파리로 향한다. 2024 파리올림픽부터는 스포츠클라이밍 세부 종목에서 스피드와 볼더링/리드가 분리된다. 스피드가 약하고, 리드에서는 세계랭킹 1위에 올라있는 서채현에게는 희소식이다. 그는 “아무래도 다음 올림픽은 스피드가 분리되니까, 더 열심히 해야겠다. 메달을 목표로 하겠다”고 밝혔다.
도쿄/이준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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